생각과 실행의 균형 사이에서
우린 왜 생각 많이 하는 걸 두고 안 좋다고 받아들일까.나이키 메인광고엔 'JUST DO IT'이라는 말이 있다.
김연아가 한 명언도 똑같다. “생각을 왜 해, 그냥 하는 거지”
생각할 시간에 바로 실행에 옮기라는 것.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일단 하고 보자라는 것이다. 이 말에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결과다. 좋든 안 좋든 생각은 그 자체로 메모장에 남기거나, 글로 쓰거나, 녹음을 하거나 하지 않으면 사라지는데 어쨌든 실행을 하면 결과가 남는다. 그 결과물은 계속 실행할수록, 실천할수록 더 나아지기 마련이다.
생각을 하는 행위자체는 현대사회에서 필요이상으로 과소평가된다. 생각 많은 사람을 실행하지 않는다고 한심하게 여기거나, 당당하지 못하거나 자신감이 없는사람으로 치부해 버린다. 어떤 일에 있어 신중히 고민하고 결정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 빨리 실행해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낸 사람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 이유가 뭘까. 현대인은 과정보다 즉각적인 결과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대중, 방청객, 청자, 수용자는 참을성이 없다. 무언가 오래 기다릴 시간과 여력이 없다. 면접 하나 봐도 빨리 지금 당장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고, 쇼츠보다도 더 짧은 영상에 내가 원하는 답이 나왔으면 하고, 모든 일은 빨리 처리해야 하며, 절차는 무조건 간소화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인은 더하다. 아무것도 없이 인적자원으로만 성장한 나라라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한 사람한테 2인분, 3인분을 바란다. 어떻게 해서든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더 쥐어짠다.
명상이나 요가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맨 처음 하는 말이 생각을 비우라고 한다. 생각을 비우고 깨끗한 정신에서 수양하라는 거다. 사실 한 가지 오랜 생각을 가지고 접근해서 신중한 선택을 하는 것과, 크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지르는 것은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걸 우린 간과한다. 그저 본인이 선택한 것에 있어 외적 변수가 잘 맞아떨어진데다 실력과 운이 함께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뿐인데 생각 탓을 한다.
우리가 생각 자체를 많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은 하루에만 평균 180번 정도의 선택을 한다고 한다. 선택의 경중을 떠나 매 선택의 순간마다 생각이라는 걸 함으로써 미래의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냥 성향차이일 뿐이다. 여행을 예로 들어보자. 여행은 당장 내일 어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내 경험만 떠올려봐도 내일 갑자기 택시강도를 당할 수도 있고, 3시간을 기다린 버스를 눈앞에서 놓칠 수도 있다. 생각(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그 불확실성을 알면서도 플랜 B, 플랜 C를 세워서 그걸 최소화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고, 계획을 세우지 않고 여행을 떠나는 나 같은 사람은 그 불확실성을 오히려 즐기는 사람일 뿐이다. 이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전자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에 치우친 나머지 현재를경시할 우려가 있고, 나 같은 후자는 현재를 너무 즐긴 나머지 미래를 대비하지 못할 수 있다. 어쨌거나 이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을 만큼의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현대사회에서는 참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개인의 환경이나 가치관에 따라 하나의 선택을 두고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하느냐 안 하느냐는 천차만별이겠지만 무조건 생각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가령, 예술가나 아티스트들이 대표적이다. 본인만의 고유한 작품을내려면 깊은 생각을 거쳐야만 한다. 그냥 바로 행동에 옮긴다 해서 절대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 번뜩이는 생각은 오랜 생각을 거치고 나올 때도 있고 일상생활 중 샤워를 하다가, 운전을 하다가, 자기 전 갑자기 나올 때도 있다. 그래서 이때는 잊지 않기 위해 가수는 녹음을 하거나, 작가는 키워드를 메모장에 바로 옮겨 적거나 잊혀가는 생각의 옷깃을 잡으려 발버둥 친다. 그래야 더 독창적인 작품이 나온다. 원래 예술은 우연함과 실수에서 나오는 것이다. 기존의 관성의 틀을 깬 본인만의 우주에서 나오는 미친 생각들. 그래서 가수나 화가나 웹툰작가나 무언가 계속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은 본인을 낯선 환경에 집어넣는다. 틀을 깨는 더 색다른 아웃풋을 내기 위해서 다른 인풋을 집어넣는 것이다. 그들에게 작품은 단순히 외적의 요소를 너머 그 자체로 울림을 주는 세상에 던지는 본인만의 목소리다. 생각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글을 쓰는 작가를 예를 들어보자.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어떤 한 주제에 관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그 배경지식 안에서 나만의 생각과 감정을 넓혀가는 건데 배경지식이 아예 없다면 그 생각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배경지식과 생각은 반드시 정비례하진 않으나, 대개 배경지식이 많을수록 생각의 폭도 넓다. 작가 김영하가 <검은 꽃>을 쓸 때 멕시코와 과테말라에서 소설을 쓴 것처럼.
이처럼 작가와 같은 예술가는 생각과 감정의 폭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생각하지 말고 바로 실행하라는 것과 대치되는 부분이다. 나도 멕시코와 미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배경지식을 덧붙여 생각을 함으로써 글을 쓸 수 있듯이, 생각 말고 실행하라는 이 말은 사실 작가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 왜 사람들은 생각을 많이 하지 마라고 하는 걸까?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겐 생각하는 게 무조건 좋은 걸까? 이건 아니다. 그 이유는 생각이 많아지면 느끼는 감정의 폭이 지나치게 넓어지고 시간이 갈수록 본인만 힘들어진다. 예술가로서는 최대의 아웃풋을 낼수 있을지언정 작가나 예술가가 아닌 한 사람으로 볼 때 생각자체는 본인을 너무 힘들게 한다. 무언가 창조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에겐 생각이 많은 건 인생에서 마이너스다.
수많은 아티스트들, 연예인들이 자살을 하는 이유도 그거다. 일반인이라면 살다가 생기는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에도 많은 생각을 하고 감정들을 느끼기 때문에 극도로 예민해진다.
생각을 함과 안 함에 있어 정답은 없지만 직업적으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사람은 할 수밖에 없다. 생각을많이 하는 사람에겐 생각을 더 많이 하든 줄이든, 우리가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결국 생각과 잡념의 차이일 듯하다. 생각은 말 그대로 내 목표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동기부여적 노력행위이고, 잡념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되며 그 어떤 결과물도 낼 수 없는 것이다. 그냥 영영 세상 밖으로 나오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다. 자기 분수를 모르고 잡념이 나와버리면 어떻게든 억지로 집어넣어야 한다. 잡념은 인생의 목표와 논지를 흐리고, 시간만 갉아먹는다.
어차피 인생은 절대적인 것들로만 이뤄져있지 않다. 아니, 다시 말하면 거의 모든 것들이 가변적이고 상대적인 것으로 채워져 있다. 절대적인 것은 그 어떤 기준과 비교해도 그 값이 변함이 없는 걸 뜻하는데, 이런 건당연한 거라 우리 일상에 잘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모두가 아는 것이기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 절대적인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해본다면 수학의 답안처럼 공공연하게 모두가 인정하는 것. 예를 들어 하루는 24시간이고,인간은 유한한 존재라 태어나면 언젠간 죽고, 남자와 여자 둘로 나뉘고, 여름엔 기온이 높고 겨울엔 낮고 뭐 이런 것들 말이다.
근데 일상에서 주로 다루는 누군 키가 크고, 돈이 많고,똑똑하고 능력 있고 자본주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은 상대적이라 생각과 공부를 하면서 올바른 가치관형성을 위해 결국 채워져야 하는 것들이다. 인도의 카스트제도처럼 태어나자마자 본인의 운명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결국은 이미 태어난 이상 우리는 우리가 인생을 개척시키고 더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생각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Core인 것이다. 생각과 실행 사이에서 그 균형을 찾는 연습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균형의 정도도 상대적이고 그냥 선택의 문제다. 아무쪼록 나 같은 사람은 글을 쓸 때만 생각이 많아지는 걸로.
여러분은 오늘 어떤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