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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Feb 13. 2023

겸손함은 과연 미덕일까?

자기 어필의 시대 속, 우리의 태도에 관하여

겸손은 미덕일까? 요즘세상에서는 절대 통용될 수 없는 말이다.

 과거에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말과 함께 아는 만큼 말을 줄여야 하고, 더 성숙해진 만큼 겸손해야 한다고 배웠다. 요즘은  속담이 현대화되어 2030에게는 '나이 많으면 입 닫고 지갑을 열어라'라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인생 통달한 것만 같은 원론적인 훈계나, 잘났던 과거에 대한 자랑담을 들어주는 대가로 밥은 사라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MZ세대들의 공감을 샀다. 

 다소 과묵히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형,누나, 선배, 과장님, 부장님이 참된 어른이라 여겼다. 실제로 그렇게 교육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어른들의 모습 동경했다.

 대학교에서도 같았다. 대학교 선배는 두 부류로 나뉜다. 늘 선배대접을 받고 싶어 하고, 본인을 띄어주기를 바라는 선배와 후배를 아낌없이 챙겨주고, 같은 위치에서 동등하게 대하는 선배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러 사회생을 하며 드는 생각 왜 그때 그 사람들이 그렇게 높아 보였을까? 정말 다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 서로 예의를 갖추고, 형님대우를 다는 게참 낯부끄러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지우고 싶은 기억이기도 하다. 지방대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이처럼 나는 설령 대단한 능력을 가져 남보다 우월한 분야가 있다 할지라도, 나를 드러내지 않은 채 겸손한 태도를 가는 것이 옳다고 여기며 자랐다. 그래야 언젠가 상대방도 나를 알아서 인정해 주고, 내공이 찬 사람이라고 나를 판단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겸손의 미덕은 날이 갈수록 요원진다. 이렇게 살다가는 한없이 도태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오히려 본인을 더 드러내는 셀프브랜딩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나를 드러내지 않고 알리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겸손한 사람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만 문제는 사람들이 진짜 내가 무능력하고, 본인의 색깔이 없는 사람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2년 전쯤일까. 나는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모임에 가고 있었다. 그 친구는 또 다른 친구를 데려왔는데 알고 보니 내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너무 반가워 오랜만에 같이 식사를 했다. 당시 나는 매우 들떠있었다. 왜냐하면 한 기업에 최종합격하여 채용검진만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다만 하나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지방간이 나온 것이다. 보통 술을 많이 마시거나, 식습관이 불규칙한 경우 지방간이 자주 걸리는데 그것이 혹여나 채용에 발목을 잡을까 봐 노심초사였다.  

 그렇게 술자리에서 2시간 동안 지방간 얘기를 하고 2차에 가서 그 친구한테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유독 말이 없이 그 새로 온 친구는 조용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의사였다. 2차가 되어서야 나에게 지방간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채용건강검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이유 등 많은 의학적 부분들을 설명해 주었다. 내 얘기를 다 듣고도 시간이 지나서야 본인의 지식을 얘기한다는 것이 참 멋졌다. 이처럼 본인을 크게 드러내지 않아도 조용히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경우도 있다. 그 친구가 2차 때 본인이 의사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 친구가 지방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지 평생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내 친구 중에 조용한 친구 한명으로만 기억됐겠지.



 지금은 '어필의 시대'다. 내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단기간에 알리는 것이 삶을 더 풍요롭고 이롭게 만든다. 설령 그에 상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나를 어필하면 무수한 기회가 저절로 찾아온다. 스스로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생긴다.

과거가 침묵 속 경쟁이었다면, 지금은 전쟁터의 전면전과 다름없다. 내가 백날 말하고 어필해야 세상도 그때서야 나를 인정해 줄까 말까 한 그런 시대 속 우리는 살고있다. 몇가지 내 경험에 빗댄 예시를 들겠다.

 

예시1) 자기소개서부터 그렇다. 돈을 벌어먹고살아야 하는데, 당장 기술도 없고 전문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면 회사에 입사해야 한다. 회사 건물에 무작정 들어간다고 해서 내 자리를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자기소개서를 써야 한다. 자기소개서는 나를 얼마나 잘 어필하고 드러내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이 회사에 내가 이만큼 관심을 오랫동안 가졌고, 회사가 이런 방향으로 성장하기에 나는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


라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 100% 필패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우선 드러내고 알려야 한다.



나는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따라서  이 회사의 00 직무에 fit 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업이 성장하는데 있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내가 주체가 되어 이 회사를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이 역량이 설령 부족하다 할지라도 자신 있게 어필해야 한다. 회사가 어떻게 그걸 글에서 증명할 건가? 일단 면접 볼 수 있는 기회부터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없이 겸손해서 컴퓨터 활용능력이 매우 우수한데도 불구하고 컴퓨터 실력이 부족하지만 회사에 입사하여 열심히 배우겠다고 자기소개서를 쓴다고 누군가 입사지원서를 적었다고 가정해 보자. 인사담당자가 뭐라고 생각할까? 회사는 일을 하러 오는 곳이지, 학교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단연 탈락시킬 것이다.


 시 2) 주변에 흡연자들이 참 많다. 금연을 생각해 보자. 연을 마음먹은 지 6시간이 지나면 몸에서 반응이 일어난다. "빨리 담배 피워!" "니코틴이 부족해!"라고 몸에서 신호를 격하게 준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 금단현상이 일어난다. 온갖 머릿속은 담배 피우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러고는 한 모금을 피우고 다시 후회를 한다. 무한반복의 굴레다.

 하지만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뭘까? 사람들에게 "나는 몇 월 며칠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라고 당당하게 알린다는 것이다. 내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면 욕해달라고 한다. 내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알리고 나면 굳은 결심 생긴다. 욕먹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 약속을 지키게 된다.

 내 능력과 역량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내가 가진걸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드러내야 나 또한 향상된 실력을 가질 수 있다. 사람들에게

저는 00을 잘해요!


라고 당당하게 알려야 한다. 내가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시간을 투자하고, 열심히 하게 된다. 사람들의 피드백은 덤이다. 더 연구하고 어떻게 발전시킬지 사유할 수 있게 한다. 


 예시 3) 글을 하나 써보자. 본인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댓글로 본인과 다른 반대 입장을 드러낼 것이다. 익명인 사이트인 경우에는 심하면 욕설이나, 비난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면 나는 내가 가지지 않았던 다른 생각도 접할 수 있게 되고, 스스로의 논리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자기 검열을 통해 혹여나 내가 진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닌지 정보를 올바르게 인지할 수 있다.


예시 4) 유튜브도 동일하다. 내 얼굴이 비치는 그 찰나의 순간부터 아마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릴 것이다(유튜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는다면). 자막의 크기라던가, 편집 기술, 장소, 콘셉트, 본인의 외모, 인상착의, 광고 등 다양한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남길 것이다. 이 피드백을 통해 나는 더더욱 좋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고 성장할 수 있다.


 관심은 고마운 것이다. 설령 그 관심이 누군가 자신을 악의적으로 비난하거나 본인을 잘되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할지라도 나를 성장시키고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

SNS, 유튜브, 블로그, 책, 모두 좋다. 내가 누구인지 세상에 드러내보자. 기회는 반드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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