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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Apr 09. 2023

30대가 20대보다 더 행복한 이유

그래도 난 지금 이 순간이 좋다

어느덧 32살에 접어들었다. 누구에게는 빛나는 청춘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늙어버린 아저씨일 수도 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사느라 아니, 하루하루를 바쁘게 쳐내느라 누군가  나이를 물어보면  나이가   인지도 종종 헷갈린다. 6월부터는  나이로 모두 바뀐다는데 크게 감흥도 없다.  나이로 해봤자 30대이기 때문이다. 언제 이만큼 시간이 흘러버렸을까? 문득 생각하니 우울하고 적적하다.

 얼마 전, 이제 갓 서른 살이 된 친한 동생이 나에게 술 한잔을 따르며 묻는다. 30살이 되면 어떤 느낌이냐고. 나는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20대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좋아"

전혀 예상과 다른 대답에 동생은 너무 놀랐다. 마치 나보다  살이나 어려 우위에 있는 듯한 말투로 질문한 동생의 표정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동생은  이유를 물어보았다. 누군가는  30대마저 젊음이라고, 청춘이라고 오히려 질책하며 비꼬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25 때의 나도  때를 돌이켜보면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당시는 우리 모두 그렇지 않았기에 충분히 공감할  있다. 스스로를 오늘이 가장 어리다며 위로하며 살아야한다.

 그때 나는 처음 생각하게 됐다. 나는   치의 고민도 없이 30대가 20대보다  행복하다고 말할  있었던 걸까? 늙어간다는 것은 너무 괴롭고 한없이 우울한 기분이 들어야 정상인데 30대가 도대체 어떤  좋을까?


 

 첫째,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게 된다. 나는 요즘 밤마다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공책을 펴면 칸이   없다.  다섯  있나. 아침에  때에는 힘차게 하루를 시작하며 감사한 , 저녁에 글을  때에는 오늘도 고생한  자신을 위해 오늘 감사했던 것을 차근차근 적어. 그냥    적었을 뿐인데 꾸준히 하니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하루를 보내는 것에 정말  감사하게 되고, 내가 하는 일을  열정적이고 힘차게 살아내게 된다. 설령 내가 감사일기에 적은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렇게 감사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와닿는 에너지를 느낀다.

 사실 실제로 20대보다 30대가 가진 것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20 때에는 내일이 불안하고 두려웠다. 직업도 없고, 돈도 없고, 가진 것은 시간밖에 없었다. 시간이 넉넉하니 내가   있는 것은  마음대로   있었지만 그것을 하기에는 돈이 필요했다. 그때 느꼈다. 인생을 정말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경제적 자유와 시간적 자유가 함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30대에는 번듯한 직업도 있고, 예쁜 여자친구도 있고, 돈도 많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면 가격표를 보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고를  있는 만큼은 있다. 내가  돈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는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할 수 있는 것이다.  생활은 심리적으로  안정을 준다. 20대에는 통장에 돈이 빠져나갈 때마다 불안했는데 지금은 적어도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못하진 않는다.

 내가 장담컨대  세상의 모든 고민거리와 걱정, 문제들은 95% 이상 돈이면  해결된. 설령 그것이 돈과 관련 있지 않은 문제라 할지라도  문제를 파고 파보면 결국은 돈이다. 돈이 있으면 내가 좋아하는 상대방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도 되고, 상대방을 베풂으로써 좋은 인상을 주고 얼마나 좋은가. 나머지 5%만이 진짜 심각하게 고민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속에서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돈이 정말 많은 20대가 있다면 당연 30대보다 20대가 좋겠지. 젊음과 돈이라,   리치(Young and Rich)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 대다수가 그렇지 못하기에 30대가  좋다고 표현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거나, 정말 먹고 싶은 것이 있거나, 원했던 것을 하려고 하는데 돈이 걸림돌이 될 때이다. 그래서  그때의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금의 30대가 훨씬  좋고 내면적으로 편안하다.


 둘째, 예측가능한 삶을 사는 것이 좋다. 어떤 이는  말에 물음표를 던질 것이다. 예측가능한 삶이 어떻게 좋단 말인가. 하나도 재미없고 내일이 기대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20대의 연애를 생각해 보자. 갑자기 상대방이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다면 갑자기 사라져 잠수를 , 그렇게 이별을 한 경험을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본인의 욱한 감정에 못이겨 상대방을 배려없이 내치는 것이다. 많은 경험을 하고 30대에 들어서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절대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내일이 예측되도록 항상 서로의 곁에 는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챙겨야  사람이 많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만큼 책임감이 늘어나고, 내가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베푸는  예측가능한 삶이 좋다.

 30대는 관계에 있어서도 미니멀해진다. 20 때에는 수많은 사람과 어울리며 내가 인싸가 되고자  돌아다녔는데, 30대가 되니 그것이 참 부질없다고 느꼈다. 그렇게 20대를 살아보니 돌아서면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관계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시간, , 에너지를 아끼고  시간을  생산적이게 보낼  있다. 연락하는 사람들이 굳이 내가 싫어서, 혹여나 나를 싫어해서가 아닐지라도 각자의 사정 있고 본업 있기 때문에 전부  투자를   없기에 자연스레 멀어지는 것이다. 이런 자연스럽게 좁아지는 관계가 좋다. 관계가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좁은 관계를 나는 컨트롤할  있고, 언제든 편할  만날  있고, 그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고, 예측가능한 삶을   있다.  


 ,  자신과  친해진다. 이게 무슨 말이냐? 30대가 되면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게 된다. 회사, 친구, 연인  모든 이해관계에 따른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을 선호하고 오히려 즐기게 된다. 혼자 있으면 많은 생각을 하고 자문자답하면서  자신과 대화를 많이   있다. 20 때는 많은 경험을 했다면 30 때는  경험을 자양분 삼아  스스로를  깊이 파볼  있는 기회가 생긴다. 내가 진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향해 가고 싶은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자신을 알아야 무언가를 새롭게 도전하는 데에도 유의미한 성과를 얻을  있다.


20대만이 가진 풋풋한 연애, 설렘, 순박했던 지난날들은 그리움에 묻어두고 지금 더 현실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나를  채찍질하고 앞으로만 나아가야 성공한다고만 믿었다.   자신을 힘들게 하고 한계까지 가서 무언가 성취하고자 했던 지난날들을 반성한다. 그러면서  불안을 가슴속에 품고 있었다.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선택과 집중을 하는 삶이 무분별한 채찍질보다 나를 성장시킬  있다고 믿는다.

 한국인들은 늘 “빨리 빨리”에 익숙해져있다. 사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은 오늘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내일하면 된다. 공부, 회사 일, 세상만사가 그렇다. 그저 데드라인에 맞춰 빨리하도록 교육받고 그런 문화가 자리 잡았기에 모두가 늘 강박을 가지고 산다. 극단적인 예로, 멕시코에서는 술을 진탕마시면 다음날 상사에게 미안하다고 문자하나 남기고 무단결근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조금 더 뒤를 돌아보며 여유롭게 매사에 접근한다면 더 양질의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왜 나는 몰랐을까?


20대는 쾌락에만 의존했던 삶이었다. 반면 30대는  쾌락이 내적 동기에 의한 성취적인 안정으로 바뀌었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내가 그것을 이루었을 때의 성취감이 20 때보다 훨씬  크다. 경험이 어느정도 쌓였기에 작은 것에 겁먹지 않고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다. 나를  알기 때문에  되는 것은 아예 하지 않고  강점에  집중함으로써 의미 있는  다른 기회를 찾는다.

 " 되면 되는  해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설령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재능이 없어 하다가 안되면 되는  하면 된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각자 본인이 잘하는 것이 하나 씩은 있다. 30 초반이라는 소리도   들을 나이의 한복판에서 나는  강점을  키움으로써 대체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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