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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Apr 25. 2023

나는 무엇으로 하루를 쳐내는가?

하루 중 유일하게 의미 있는 시간들

힘든 일이 있어 잠시 글을 쉬었다. 

 이처럼 세상 모든 사람들의 삶에는 희로애락이 존재한다. 매일이 행복한 사람은 없다. 좋은 날이 있으면 안 좋은 날도 있고, 정말 좌절하고 힘든 순간들에도 볕 들 날은 온다. 다만 그 좌절하는 순간과 행복한 순간의 빈도의 차이일 뿐. 운이 안 좋아 설상가상처럼 안 좋은 일이 겹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며, 로또에 하루 2번이나 당첨된 사람도 있다. 이런 희로애락 속에서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내 인생에서 지금 가장 의미 있는 시간언제일까? 사람인생은 영화 같지 않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꼴사납고 볼품없다. 매일이 똑같고 지겨운 삶 속에 나를 지탱해주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첫 번째는 배움이다.  30여 년을 살며 많은 것을 배우며 살았다. 영어를 좋아했고, 세상 사는 문제에 관심이 많았으며,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 배웠던 경제학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덕분에 보이지 않는 손, 정부의 역할, 수요와 공급, 케인즈, 사무엘슨 공부하지 않았으면 평생 들어보지도 못했을 흥미로운 경제논리에 대해 배다. 실제로 인생 사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중국어도 3개월간 잠시 배웠다. 학업과, 인턴 등 당시 너무 바쁜 하루하루의 삶으로 도중에 포기했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배워보고 싶다.

  경영학을 전공하며 마케팅도 흥미로웠다. 덕분에 첫 직장에서 해외마케팅팀에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경험도 해보았다.

 운동은 테니스, 축구, 야구, 농구, 많은 것을 시도해 다. 실제로 어릴 때 축구교실을 다니며 홍명보도 실제로 봤다. 하지만 지금 내게 남아 있는 것은 수영뿐이다. 수영을 할 때에는 아무런 잡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떤 생각을 단 1초라도 하면 물을 먹는다. 머리를 비울 수 있는 운동이다. 덕분에 다이어트도 하고 삶의 질이 올라갔다. 이래서 난 수영을 가장 좋아한다.


 배움에 있어 가장 열정적이었던 것은 단연 스페인어다. 그저 20살 때 스페인어의 매력에 빠져 하나 둘 어휘를 익히고 멕시코로 갔다. 큰 고민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시절을 거쳐 스페인어 고민 않고 뭐든지 말할 수 있을 때 한국에 왔다. 다른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내가 보는 세계관이 넓어지는 것을 뜻한다.

 시간이 지나 꿈이 있다면 스페인어로 글을 써보고 싶다. 시를 써보는 것도 생각 중이다. 문법이 100% 완벽하지 않더라도 내 감정과 하고 싶은 말이 전달된다면 얼마든지 AI혁명 시대에 번역쯤이야 식은 죽 먹기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 나는 전화스페인어를 놓지 않고 있다.

 꿈을 이루는 것과 별개로 내가 최근에 관심이 있는 것은 철학이다. 우연히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을 읽었다. 샤넬 가방 가격이 무려 1,200만 원이 넘는다.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었기에 1,200만 원이 넘어가는가?

 사람 사는 데 생각하고, 놀고, 먹는 생활 자체의 범주는 다 똑같다.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소유하길 원하고, 바라는 것들은 10년, 아니 50년이 지나도 같을 것이다. 클래식은 영원하다. 이래서 철학이 중요하다.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을 탐구하는 철학은 나를 요즘 가장 흥미롭게 해주고 있다.
 사람들은 대개 자아실현을 하는 사람 성공했다고 믿는다. 꼭 내 꿈을 이룬 자아실현이 아닐지라도 끊임없이 무언가 배우고 싶다. 배움이라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한다. 

 배움의 끝은 책이다. 내겐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너무 많다. 평생 다 읽고 죽진 못하지만 적어도 몇 천권은 더 읽고 싶다.
 쓰지 못한 공책도 너무 많다. 모나미볼펜이 방안에 가득 굴러다닐 때까지, 아이패드 용량이 다 찰 때까지 적어야 한다. 사유만이 나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준다. '오늘도 난 이걸 생각해 냈구나' 그러고는 내 생각이 맞다는 걸 증명해 가는 것. 이게 너무 재미있어서 나는 하루하루 버티고 살아내야만 한다.


두 번째는 인간관계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홀로 있는 어머니, 내 가족들에게  내가 받은 은혜들을 하나둘씩 갚아 나가야 한다.
  일자리를 잃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멍한 나를 몇 시간 동안 옆에 가만히 함께 있어준 강민이가 바랬던 것은  행복이었다.
 울산에 내려갈 때마다 아무도 없는 내 방 보일러를 켜고 이불자리 미리 펴놓고 바닥을 데워놓는 우리 엄마. 그런 엄마의 누운 뒷모습은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하고 지켜 내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며 정말 소중한 사람을 잃어보니 모든 게 덧없다는 생각을 한다. 한낱 꿈같았다는 생각을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하늘이 무심하게도 그땐 나는 신병휴가의 첫날이었다. 그 더운 날 쉬지 않고 일을 나가시는 그 지막 날 조차 전부 나를 위한 거였다. 하늘에서 다 지켜보시기에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내야지. 내겐 지켜 내야 할 소중한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으니.  

세 번째는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다.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 능력, 내가 가진 것, 나로 하여금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때 그것이 가장 값진 삶이다. 더 이상은 없다. '남 잘되는 게 무슨 내 삶에 의미가 있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오늘도 존재하는 이유는 다 같이 잘 살아보자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나 혼자 성공해서 나만 잘 사는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죽어서 그것을 다 가져갈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남을 돕는다는 것은 나한테 언젠가 돌아온다.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그 사람에게 행동의 변화나 마음의 울림이 조금이라도 왔다면 그것이 진정한 삶의 의미이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나를  위하는 길이고, 그것이 내가 행복하고 잘되는 길이다. 나는 배운 사람도 아니고 잘난 것도 별로 없다. 특히 여기 서울은 잘난 사람이 너무 많고 대단한 것들이 워낙 많다. 서울대 재학생들은 각자의 도시에서 모두 1등만 했던 사람들이다. 친한 형도 서울대를 졸업했는데 한 번도 공부에서 져본 적이 없는 형이 대학교에 와서 누군가에게 밀리고, 시험에서 밀리고, 이런 감정들을 아마 처음 느껴봤다고 한다. 이렇게 대단한 사람들 많은 이 서울이라는 곳에서,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들보다 잘난 것 하나 없지만, 나만의 밝음, 낙천적인 성격, 나만이 가진 감성, 그리고 운. 풍부한 경험이 만든 나만의 인사이트. 이것은 그 어떤 점수로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나에겐 언제나 1등이고 100점이다. 분명 나만의 이 능력들을 지금 원하고 가지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모든 경험에는 하찮은 게 없는 것이 그 이유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과 꿈, 행복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 하루도 당당히 버텨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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