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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Sep 29. 2024

스페셜리스트 VS 제너럴리스트

인생의 기로에서의 갈림길

회사를 다니거나, 자영업을 하거나, 한 산업군에 속해있는 대한민국 모든 사람은 본인만의 잘하는 분야가 있다. 그 잘함의 정도는 제각각이나, 대체로 그 기준은 (통상적으로) 남들은 어렵게 하는데 본인은 그 일을 하는 것이 편하거나 얼마 걸리지 않는 경우 혹은 하는 일이 전혀 스트레스받지 않고 재밌는 경우를 일컫는다. 거기다 성과까지 만약 좋다면, 그게 바로 본인이 잘하는 분야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아직 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찾지 못한 경우가 많고, 잘하는 것은커녕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도 찾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회사에 입사하거나, 자영업을 해야 할 때를 생각해 보자. 회사 취업준비생 A가 있다. 마케팅 관련 경험이 있어 마케팅 직무로 스펙을 쌓아 회사에 취업했다. 근데 회사에서는 본인이 생각하고 바랬던 마케팅업무가 아니라, 전혀 다른 업무를 맡을 수도 있다. 회사에 들어오기 전 본인이 바라는 업무 머릿속에 그림과 실제 업무는 당연히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건 양반이다. 애초에 회사에서 본인이 바라는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자체가 대략 1/100이라고 한다. 자, 그럼 이 친구는 다른 직무로 전환을 꿈꾸거나 그게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그냥 회사를 '돈을 벌기 위한 ATM' 수단으로만다닌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시 한 가지 의구심에 사로잡힌다. '진정 나는 마케팅을 원한 것이 맞나?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마케팅이라는 가짜의 가면을 씌운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또 다른 직무를 떠올려보자. 해외영업을 예로 들어 보겠다. 입사하기 전에는 해외출장과 주재원에 대한 동경, 외국어가 단순히 남들보다 빨리 배우는 것 같으니 해외영업을 바랐으나,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막상 회사에 들어가면 전혀 예상과 다른 업무에 벙찌게 된다. 그렇게 몇 년을 일하다 또 '내가 진짜 이 일을 원한게 맞냐?'라고 스스로의 목표에 의심을 가진다.

자영업도 마찬가지, 커피를 좋아해 카페를 차렸는데 장사도 잘 안되고, 단골도 없고, 맨날 커피 내리는 것에어느 날 염증을 느낀다면 결국 똑같다. 결국 내가 돈을 버는 목적, 생계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일에 있어 그 누구보다 잘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치명적인 경험이나, 계기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늘 직업의 본질을 외면하고 선택 앞에 늘 돈을 앞세운다. 돈이 많으면 좋은 직업이고, 돈벌이가 안되면 나쁜 직업이라 정의 내린다.


사실 어떤 일에 애초에 관심을 갖고, 가짜의 옷을 입는다는 건 안 좋은 게 아니다. 회사는 바보가 아니다. 면접을 볼 때 그 일에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어떤 도전을 했으며, 무언가 그 분야에 성취를 얻은 것이 눈에 보이고, 성장할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다. 근데 당사자 각자는 들어와서 어느 실망하는 본인만의 포인트가 있고, '회사'라는 통제불가능한 영역에서 다른 직무를 수행하기도 하고, 팀이 없어지기도 하고, 오로지 이윤에 따라 움직이는 이 조직에 휩쓸리기에 개인의 역량개발과 성장은뒷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당사자도 직무에 대한 애정이 식어가고, 이직은 귀찮고, 힘들고, 그 회사에 안주하면서 회사자체가 그에게 '돈을 버는 수단'으로 밖에 기능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내 주위에도 회사나, 자영업 등 생계수단을 자아실현이 아닌 '돈벌이' 그 이상으로 보지 않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특히 지금 돈을 어느 정도 잘 벌고 대기업이나 본인의 사업에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이런 현상이 더 흔하다. 마치 냄비 속에 서서히 끓고 있는 물 같달까. 그렇게 아주 서서히 사라져 간다. 회사원이나, 사업가나, 자영업자나 그 분야 최고 1%가 되는 것은 사실 통제도 불가능하고, 예측도 불가능하고, 단순히 노력으로만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놓아버리는 것이다. 사회에서 성공이란 운과 노력, 그리고 타이밍, 주변사람들과의 관계가 한대로 어우러져 모든 타이밍이 맞아야만 가능한 부분이다. 그나마 ATM이라고 생각하는 본인의 생계에서 더 잘 살려면 결국 둘 중 한 가지는 선택해야 하는기로에 놓이는데, 그게 바로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다.


자, 그럼 한 가지 일에 10년 간 한 스페셜리스트와 일이 년마다 직무를 바꿔가며 모든 분야에 능숙하고 지식이 많은 제너럴리스트 중 어떤 것이 현대사회에 본인의 삶에 이득이 될까. 나는 장담컨대 스페셜리스트라 생각한다. 제너럴리스트를 선호할 수 있는 경우는 딱 하나뿐이다. 이것도 심지어 본인의 의지 혹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의 한계에 부딪혀 스페셜리스트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경우 안에서 해당된다. 본인이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거나, 회사에서 어느 정도 높은 위치까지 올라오고 월급이 많고 회사규모도 크고,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 이 경우에는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어차피 자리를 잡았으니, 또 다른 직무나 분야의 경험을 통해 내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합쳐 사업을 확장시킬 수도 있고, 시야가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직을 할 필요도 없다. 이미 돈을 많이 받고, 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다. 결국 그 기존에 있는 지식이 돈을 만들고 확장을 돕는 코어(core) 다. 그 코어가 내 분야의 field를 찾아가게 하게 하는 것이다. 유명한 마케터는 퍼스널 브랜딩을 잘하고, 홍보능력이 특출 나고, 작가는 글을 쓰는 능력이 탁월하며, 전현무와 유재석 같은 사람은 프로그램 진행능력과 임기응변이 좋고, 개그맨들은 재치가 뛰어나다. 각자의 코어가 탁월한 퍼포먼스를 낸디. 그냥 그 코어가 탁월하기 때문에 그걸로 계속 돈을 벌어가는 논리. 이들은 자기 마음대로 책을 쓸 수도 있고, 강연을 할 수도, 본인 전문분야의 그 어떤 일도 다 할 수 있다. 회사의 마케팅팀, 홍보팀, 언론팀, 영업팀은 단순히 회사에서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코어를 확장시키는 것의 연습게임으로, 개인입장에서는 역량을 키워 하루빨리 독립하려 안간힘을 써야 하고, 회사는 어떻게든 주기적으로 돌려 회사에 직원을 남게 하는 걸 어쩌면 원할지 모른다. 직원이 집단의 소속감을 유지하게 하고, 개인의 자기 계발 욕구를 옅어지게 만드는 가장 큰 명목이 바로 이 ‘제너럴리스트’라는 단어다.


제너럴리스트의 사전적 정의는 말 그대로 다방면에 걸쳐 이것저것 많이 아는 사람을 말한다. 박학다식해서 이것저것 다 겪어봤기에 지식과 경험 자체가 많다는 것이다. 근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경험을 다 해서 결국은 ‘잡부’를 만드는 건데, 이는 ‘제너럴리스트’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근로자를 선동하는 기만어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한다.


답은 스페셜리스튼데, 어차피 하는 일 ‘나는 무엇을 잘하냐’ 보다,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가‘로 귀결되어야 한다. 그게 내 정체성에 조금이라도 살을 붙이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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