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그리 Oct 02. 2024

현대인이 맨날 피곤한 이유

쓸 수 있는 에너지는 정해져 있다

하루에 어떻게든 운동을 빼먹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 어떻게든 술자리는 미리 계획되어 있는 게 아니면 거의가지 않고, 충동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

술을 좋아하는 게 글을 쓰든 내 할 일을 하는데 가장 큰걸림돌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만약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하루에 글을 세 개 아니 네 개도 썼을 것이다.다른 사람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걸 내게 적용하고, 기가 막힌 영감이라던가, 존경스러운 분과 함께라면 귀감을 얻기도 하지만 사실 술자리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더 많다. 사실 귀감이나 사회생활의 스트레스를 푸는 건 술을 마시기 위한 하찮은 ’명분‘에 불과하다. 그냥 오늘 하루는 놀려고 그런 거다.

다음 날 숙취에 혼자 시달릴 때면 남는 건 자조 섞인 웃음뿐. 이미 눈치를 챈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사실 술을 좋아하는 나 자신에 대한 반성과 건강에 집중하자는 다짐 글이다. 그래서 술담배를 하지 않고 매일 본연의 일에 충실한 사람들을 보면 대단함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삶의 유희를 본인의 일에서 찾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뿐, 어떻게든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술 마시는 건 모든 걸 소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내 시간과 에너지. 오늘 내 시간과 에너지는 두 번 다시돌아오지 않는다. 두 번째로는 건강이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수록 다음날 숙취는 더 힘들어진다. 수면의 질 또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저하된다. 당연히 술로 지속하던 다이어트는 다시 원상복구 되고 우리는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또 헬스비를 결제하고,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느라 돈을 소비한다. 결국은 술값에 돈 쓰고, 택시비 하느라 돈 쓰고, 다시 술로 나빠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돈 쓰고 모든 걸 소비하는 꼴이다. 방구석에서 글만 쓰는 사람이 시야를 넓히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건 그냥 형편없는 핑계일 뿐인 것이다.

결국, 술을 마시면 그 술 마신 에너지로 다른 걸 하지 못한다. 책 두권읽을 거 한 권 읽고, 글 두 개 쓸 거 한 개 쓰거나 이틀에 한 개 쓰거나 그런 식이다. 맨날 술만퍼먹는 나날들을 후회해서만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오늘은 에너지에 대해 크게 공감 가는 부분이 있어서다.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에너지의 형태가 바뀌거나 다른 에너지로 전환되더라도 에너지 전체의 총량은 같다는 논리다. 즉,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는정해져 있다는 것. 근력운동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된다. 운동을 하는 이유, 그중에서 근력운동을 하는 이유는 기초대사량을 높여 더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논리에 초점을 둔다.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해서는 유산소에 집중할 것인데 다이어터들이 근력운동을 함께 하는이유도 이런 것이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정해져 있으니, 에너지를 저장할 장소의 평수를 넓히는 것이다. 근데 이는 서서히 넓어지지 갑자기 넓어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이 에너지 총량의 법칙을 일상에 잘 활용해야 한다.

매일 운동을 하더라도 갑작스러운 야근을 하면 헬스장을 거의 가지 않는다. 한두 시간만 야근해도 몸이 바로 피곤하다고 바로 반응한다. 야근하는데 에너지를 다 쓴 탓에 운동할 에너지가 남지 않는 것이다.

야근 없이 운동을 평소보다 한 시간 더한다고 치자. 집 가서 책 읽을 에너지가 없다. 즉, 좋은 것에 에너지를 더 쓴다 해서 결코 좋은 게 아니고 잃는 것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하루에 180번에 가까운 선택을 한다고 한다. 오늘 아침 기상부터 몇 시에 일어날지, 5분만 더 잘지 그냥 일어날지부터 시작해서 점심은 무엇을 먹고, 어떤 보폭으로 걷고, 비가 온다면 어떤 우산으로 가져갈지, 신발은 뭘 신을지,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할지 모든 걸 통틀어 딱 그 정도다. 근데 이 선택이라는 걸 애초에왜 하나. 결국 선택을 함으로써 내가 잃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경제학에서 기회비용을 가장 중요시두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래서 이 정해진 에너지를 잘 활용하고 통제해야만 균형 잡힌 하루가 만들어진다. 어린아이에게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는 것처럼, 그게 좋든 싫든 과해도 안되고 부족해도 또 안된다. 늘 내가 하던 건 계속 지켜가야 한다. 사실 이 ‘유지’가 가장 힘든 것이다.


세계적인 부자들이 가장 인생에서 중요시 여기는 건 뭘까? 당연히 건강이다. 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결국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어떻게든 건강하게 이 돈으로 오래 먹고살고 싶을 것이다. 돈 많은 사람들은 이미 이 에너지 총량법칙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본인에게 들어오는 것, 나가는 것을 명확하게 통제한다. 그리고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여긴다. 불필요한 사람, 불필요한 음식, 불필요한 얘기들, 소문들, 물건에귀 기울이지 않는다. 무조건 본인이 가치를 두는 방향에만 에너지를 쓴다. 적은 에너지를 투입하고도 최대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는 것. 그걸 하루빨리 그들은 찾았기 때문에 지금 돈이 많은 상황에 있는 것이고, 그 몸에 베인 습관을 이젠 그 돈을 잃지 않기 위해 유지하려 모든 안간힘을 쓴다.

강남, 압구정 사는 사람들이 백화점이나, 럭셔리한 곳에 슬리퍼를 끌고 온다거나, 생각보다 바깥 차림이 수수한 것에도 가장 우리가 인지해야 할 것은  ‘아, 저 사람 진짜 보기보다 검소하네’가 아니고, ‘본인이 잘하는 데에만 에너지를 쓰네’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런 예시는 수도 없이 많다. 뜬구름잡거나 원론적인 얘기가 아니다. 본인 눈에 보이는 것만 믿어도 좋다.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흑백요리사에 최강록셰프가 쓰고 나온 모자는 6,000원짜리다. 일반인이 6,000원짜리 모자 쓰고 나오면 아무 반응도 안 할 거면서, 셰프가 그 모자쓰고 나오니까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다. 본인한테 에너지를 쓰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저 위치까지 간 거라고. 진짜 그런 식이다. 일반인이 본인이 가치를 두는 데에만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으면 사람들의 인식은 저절로 바뀌게 되어있다. 결국은 분산된 에너지를 모아 내 거에 집중하고, 증명하고, 그 삶을 유지하면 된다. 너무간단한 논린데 이게 이렇게나 힘들다. 서울대 다니는 학생이 담배 피우면 ‘공부하느라 스트레스 많이 받나 보네’라 하고, 고졸이 담배 피우면 ‘넌 담배 언제 끊냐?’라는 반응이 일상화된 현대사회에서는 그 고졸이 그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본인을 증명하거나, 담배를끊는 이 두 가지 방법 밖에 없다. 그 증명은 에너지 총량법칙에 의거해서 그냥 본인의 것에 전부 다 쏟아야 한다. 그게 끝이다.

최근 이 에너지 관련해서 질문을 받았다. 본인이 관계에 너무 크게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는 거다. 나는 고민 않고 답했다.

유독 한국인은 관계 즉, 타인이 바라보는 본인의 모습에 매몰되어 이 에너지를 낭비할 때가 많다.

'expatriate'라는 단어가 있다. 추방자라는 뜻인데 요즘은 외국에 있는 이방인(다른 나라 사람)을 나타낼 때쓰인다. 줄여서 ‘expat’이라고 많이 부른다. 이들처럼 사회가 단절됐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관계에서 자유롭게 생각하면 내 에너지를 그나마 다른 데 쓰는데 도움을 준다. 어차피 관계는 가변성을 띠거든. 그냥 나는 독립된 주체로 한국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청바지를 입든 뭘 입든 무슨 말을 하고 행동을 하든 타인에게 당당해지고 타인의 평가에서 그나마 자유로워진다.


사자는 빠르지 않다. 근데 어떻게 그렇게 사냥을 잘하냐. 필요할 때 모든 에너지를 써서 빠르게 달려가 순식간에 먹잇감을 잡으니까. 야구에서 마무리 투수는 왜 있는가. 체력과 에너지를 아껴뒀다가 마무리 때 모든 걸 쏟아내 경기를 깔끔하게 끝내니 존재하는 것이다. 세상만사가 그렇다.


현대인은 바쁘다. 일도 해야 하고, 가정도 돌봐야 하고,운동도 해야 하고 자기 계발도 해야 한다. 근데 쉬어야 되잖아. 잠도 자야 하잖아. 잠을 줄이고 이거 다하겠다고? 잠 못 자고 무리하다가 바로 건강 악화된다. 조금이라도 시간과 에너지를 벌려면 그 에너지를 축적해야하고 필요 없는 데에는 쓰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남은 내 에너지를 소중한 다른 것에 쓸 수 있다. 단, 만약 그 에너지를 썼을 때에는 그 에너지가 이미 사용된 비용 이후의 결정에 그 어떤 영향도 끼치면 안 된다. 이게 매몰비용의 개념이다. 술 먹는 대신에 집에서 쉬기로 했다면 그 정해진 시간에 최대의 효용가치를 느낄 만큼 푹 쉬어야 한다. 그렇다고 열몇 시간씩 무리해서 쉬다가 몸이 찌뿌둥하다거나 그다음 활동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우리도 그런 식으로 본인의 위치를 파악해 현실적으로그리고 전략적으로 움직여야만 아직 못 닿은 기회를 끌어당길 수 있지 않을까.


 

이전 08화 스페셜리스트 VS 제너럴리스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