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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Oct 20. 2024

‘여성’이 곧 마케팅이다

돈은 어디로 움직이는가

지인이 결혼 준비 중인데 걱정을 한다. 본인은 1억 남짓한 돈을 모았는데 결혼 예정인 여자친구는 절반도 못 모으고 세상 걱정 없이 결혼을 준비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푸념한다. 남성이 결혼시장에 있어 꼭 돈을 더 많이 모아야 하고, 여성이 그렇지 않다는 법도 없고 이유도 없다. 이 단적인 사례로 여성이 더 돈을 헤프게 쓴다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할 것도 없다. 그건 각자 개인의 소비습관일 뿐이며 결혼하는 당사자들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거보다 나는 좀 더 거시적으로 생각했을 때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이제 세상은 여성고객을 누가 많이 잡느냐에 따라 돈을 버는 속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위 사례에도 해당될 수 있겠지만 애초부터 남성은 여성에 비해 소비에 있어 보수적이고, 여성이 보다 관대하다. 이는 과거부터 소비자 심리학에서도 증명된 내용이다. 남녀를 막론하고 소비트렌드를 보면 과거에 욜로니, 현재 꼭 필요한 것만 사는 요노족이니, 시대에 따라 큰 그림에서 바뀐 건 사실이나, 절대 바뀌지 않는 소비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불투명한 미래이기에 현재 소비한다’는 개념이 짙다. 이런 관념 자체가 생겨난 주된 이유엔 바로 유튜브나 SNS가 자리한다. 행복의 기준을 글 하나로, 혹은 영상하나로 상향평준화시키기 때문에 본인도 꼭 그래야 할 것만 같은 강박에 노출된다. 개인에게 소비습관이 유독 과하게 형성되는 것이 여성비율이 더 높은 이유도 여기서 드러나는데, SNS를 통한 타인의 삶의 노출도가 여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왜 여자들이 이렇게 본인을 꾸미고, 애써 ‘자기 관리’라고 포장한 해외여행, 쇼핑, 화장품 등에 목숨을 거는지를 생각해 보면 앞서 말했듯 지금밖에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030 때 악착같이 절약하고, 바른 경제관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남자도 크게 관심이 없다. 빨리 좋은 이성 만나 결혼 적령기에 결혼을 해야 하는 서로가 ‘긴급한’ 상황에서 당장 앞에 보이는 겉모습으로 가장 첫 번째로 이성을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여성은 본인을 꾸미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젊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명제를 본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려 해석하면서. 길거리에 지나가는 남자 아무나 붙잡고 외모가 이쁘고, 몸매도 좋은 여자, 모은 돈은 얼마 없는 여자 VS 외모가 보통인 여자와 경제관념이 잘 잡힌 여자를 고른다고 했을 때 장담컨대 80% 이상이 1번을 택할 것이다. 여자는 정확히 반대로 집계가 나오겠지. 외모보다는 당연히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자를 선호할 것이다. 돈이 없는 남자는 이런 이성의 눈높이 자체에 비난하며 의문을 가질 것이고, 외모가 별로고 뚱뚱한 여자는 당연히 이런 남자들에게 삐딱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다. 서로 지향점이 신기할 정도로 반대인 결혼 시장에서의 남녀를 곁에서 보고 있으면 그건 누구를 탓할 것도 없고,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기업의 눈으로 봤을 때 각자의 성향이 더 두드러지는 이 현대사회는 매우 고무적이다. 왜냐. 돈 벌 수 있는 방법이 더 다양해지고 쉽기 때문이다. 여성은 꼭 남성 때문이 아니더라도 자기 관리 명목으로 본인을 관리하고 꾸미는 데 앞으로 더 돈을 많이 쓸 것이고, 본인이 아니더라도 배우자나, 자식의 물건도 같이 구매하는 경우 등 소비의 주체는 ‘여성’이 차지할 확률이 높다. 이는 미래에 돈이 모이는 곳은 여성이 좌지우지한다는말과 일맥상통한다. 심지어 돈을 전혀 안 쓰던 분야에서 여성이 갑자기 개입되면 그야말로 돈잔치를 한다. 이러면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니 남성들도 낚시하고 골프 하고, 게임하고 옷 사는데 돈 많이 쓰면서 왜 남녀갈라치기하냐고 해석할 수 있는데, 물론 남자들도 돈을 많이 쓰는 사람도 있다. 다만 누가 더 많이 돈을 쓴다는 게 목적이 아니라, 소비에 있어 이성적인 남성보다 여성은 감성적인 동물이라 기업의 입장에서 더 다양한 마케팅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요점이다.

예를 들어보자. 탕후루가 10대 MZ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10대들은 요즘 친구를 만나면 마라탕을 먹고, 탕후루를 먹고, 코인노래방을 갔다가 인생 네 컷을 찍는 게 공식 루트다. 남자들은 친구를 만날 때 10대부터 다른 것이 탕후루를 먹으며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리지 않는다. 여성들은 왜 그럼 탕후루를 사 먹는 걸까. 탕후루의 맛을 남성들보다 더 잘 느껴서? 더 맛있다고 판단해서? 아니다. 외관상 이쁘기 때문이다. 알록달록 이쁜색깔이 소비에 있어 맛과 더불어 외관적 요소가 소비에 근거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먹는 것이고, 탕후루 자영업자들은 그걸로 돈을 번 것이다.

프로야구를 보자. 10년 전, 아니 5~6년 전만 하더라도프로야구는 남성의 주요 관심사 마이너 스포츠였다. 근데 지금은 어떤가. 공식 천만 관중을 넘었고, 남녀노소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야구장을 찾는다. 이제 주말에 잠실 가면 함성소리를 안 들은 적이 없을 정도로 한국프로야구는 대세 중 대세다. 프로야구 관련 유니폼이나, 관련 용품을 사는 사람들의 비중은 어떻게 될까? 대부분이 여자다. 왜? 야구를 즐김과 동시에 그에 맞는옷을 사고, 응원용품을 사고 친구들에게 인증도 하면서 야구팬으로서 그 행위 전체에 소비의 정당화를 부여하는 것이다. 남자와 이게 다르다. 스포츠업계 중 야구만 이럴까? K리그, 해외축구도 똑같다. 영국, 프랑스가서 유니폼 매장 가봐라. 여자가 다 손흥민, 이강인 레플리카 사러 줄 서있다. 남자는 찐팬 아니면 소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티하나에 20만 원 가까이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효용성 측면에서 좋진 않다.

현재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 어딘가. 엔비디아다. 근데 불과 1년 전 지금처럼 AI열풍이 불기 전까지 몇십 년 동안 왕좌의 자리를 지켜온 기업이 있다. 바로 애플이다. 잡스는 철학을 전공하고 시각디자인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아이팟을 핸드폰에 탑재한 ‘아이폰’이라는 걸 내놓을 때 예술적이고 심플한 디자인도 함께 녹여냈다. 한마디로 진짜 이쁘게 만들어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이다. 실제로 내 주변 여성들은 아이폰 안 쓰는 사람을 찾기가 거의 힘들다. ‘앱등이’라는 말이 왜 생겼나. 비싼 애플 제품만 고집하니 그렇다.오죽했으면 요즘 남성들 사이에서 연애할 때 아이폰 안 쓰는 여자 만나라고 하겠나. 겉멋 안 들고 소비습관을 (아주 높은 확률로) 잘 갖추고 있다는 반증이라 그렇다.  

하이트진로는 얼마 전 뷰티사업에 뛰어들었다. 백날천날 소주, 맥주, 위스키 등 남자들만 죽어라 마시는 술이이제 생각보다 돈이 안된다는 걸 알았거든. 아예 화장품 ODM업체를 250억을 들여 사면서 K-뷰티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앞으론 ‘여성’이 돈이 된다는 걸 알았으니, 방향을 전환해 캐시카우인 주류는 잘 가지고 가면서 투트랙으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것이다.


마케팅 성공의 키는 이제 ‘여성’이다. 여성이 무엇에 관심 있어하며, 무엇에 돈을 쓰는지 주변을 잘 살펴보면 돈 벌구석은 널려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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