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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에 대한 단상

단순하게, 더 심플하게

by 홍그리

#1. 미니멀리즘의 시작


올해도 한달 남짓 남았다. 항상 찬바람이 옷깃을 스칠 지금 쯤이면, 한 해를 되돌아보며 처절하게 반성한다. 그러고는 거창한 다음 해의 계획을 세운다. 지키지 못할 걸 알면서. 전형적인 자기위로다.

하지만 2022년은 나에게 뜻깊은 한 해다. 내 인생은 작년보다 확연히 나아졌다. 나아지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뭐였을까?

바로 <미니멀리즘>이다. 미니멀리즘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는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과 문화적흐름> 을 뜻한다.


진정한 리얼리티. 사전적 의미 그대로 본질에만 집중해서 사는 삶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큰 이슈인 일본의 유명한 미니멀리스트 <곤도마리에: 설레지않으면 버려라> , <오늘을 비우는 사람들>이 큰 히트를 쳤다. 현재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미니멀리즘에 주목하고 있다.

모두 각자의 삶의 방식에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듯, 그럼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나는 왜 미니멀리즘 삶을 살고자 하는가? 그 이유는 단 하나다. 가볍게 살며 더 큰 자유와 행복을 누리고 싶다.

나이를 한살 한살 먹으며, 책임의 강도가 무거워짐을 실감한다.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을 (아주 높은 확률로) 포기해야하고,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하는 나날들이 많아진다(많아질 것이다). 잃어야할 것이 많고, 도전과 용기는 잃어야 할 것의 기회비용이다. 단연컨데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어느날 , 아침에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일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가진 이 수많은 것 중, 필요없는 것을 제거함으로써 가볍게 더 큰 행복을 누리고 싶었다.

사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맥시멈리스트였다. 옷에 관심이 많아 늘 신상품, 쇼핑몰을 드나들기 바빴다. 월급통장은 늘 옷과 사치품을 사는 데 스쳐가고 비워졌으며 반대로 늘어가는 건 택배박스였다.

삶은 또 어떠했는가? 남의 관심을 사고, 시선을 의식하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이는 회사생할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는데, 실수를 하면 늘 실수를 어떻게 줄여나갈까 보다 남들이 나를 욕하지 않을까? 남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잘보일 수 있을까? 를 먼저 떠올렸다.

7평 남짓 원룸에는 (언제 구매한지도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옷들, 한번도 신지않고 박스채 그대로 있는 나이키 올백포스, 온갖 즐비한 물건들로 가득했다.

"언젠간 쓰겠지" 하고 하나 둘 쌓아간 물건들과 함께 내 근심과 불안도 커져갔다. 힘겨운 하루를 끝내고 쉬어야하는 집에 오면 꽉 막힌 답답함이 느껴졌고, 전혀 편안하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2: 애플은 어떻게 현재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초대형회사가 되었을까? 이 세상엔 기술적으로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많다. 애플이 대다수의 회사들과 비교했을 때 가진 비교우위는 단연 '디자인'이다. 스티브잡스가 말하는 디자인의 요점은 단 하나다. <Simple is best>. 빈 공간이 주는 여백은 삶의 여백을 가능케한다. 군더더기를 줄이고 '존재하는 것'을 '강조'한 매력에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이다. 이 매력은 미니멀리즘의 매력과 일맥상통한다. 여백은 나에게 잠시 쉬어가도 된다는 위로의 메세지였다.

큰 계기가 있었다. 타지에서 상경해서 친누나와 함께 투룸에서 생활하다 혼자 독립하게 되었다. 혼자 독립하며 원룸을 전전했는데 이사할 때 짐이 많으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박스를 더 많이 조립했고, 오랜시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을 박스에 담는 것이 참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때서야 하나 둘 버리기 시작했다. 나만의 기준을 한번 세워보았다. 3개월 이상 쓰지 않은 물건이 있으면 과감하게 버렸다. 혹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을 액셀에 리스트업하여, 몇 일동안 사용하지 않았는지 각각 기록해서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난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다. 그 행위 자체가 <맥시멈리스트가 미니멀리스트로 변화하고자 처절하게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하나 둘,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나아지고 싶었다.


나는 현재 항상 입던 옷(편안한 옷)을 입고, 항상 신는 신발을 신고, 침대와 TV도 없으며, 매트에서 이불 하나로 숙면한다. (매트도 곧 버릴 예정이다).

사고 싶은 것이 있을 땐 3번 고민한다. 정말 나에게 필요한 건지.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정의하고, 이 둘을 저울질하며 사유하면, 현재 가진 물건을 더 소중히 다루게 되고 무의미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진짜 내게 '필요한'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오직 '나'로써 이 세상에 존재하고, 철저히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이 참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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