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아파트를 선호할까?
서울살이 5년, 빌라에서 아파트로 이사하다!
정확히 오늘(4/1)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역시 미니멀리스트답게 일단 매트 달랑 하나 들고 왔다. 가전, 가구가 나중에 차근차근 들어오면 그래도 좀 사람 사는 느낌이 날 듯하다.
서울에 온 지 정확히 햇수로 6년째다. 일을 하지 않은 1년을 제외하면 5년 만에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울산에서도 아파트에 몇십 년 살았지만 서울 아파트는 느낌이 또 다르다. 서울이라는 고유명사가 주는 상징적인 곳에서 내가 머무를 수 있는 보금자리가 생겼다는 것은 큰 성과다. 물론 내 집도 아니고 전세지만 방 3개에 지금 혼자 살고 있는 느낌은 5년 전 서울 원룸에 처음 왔을 때 느낌과는 비교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 연차가 늘어나고 돈을 조금 더 많이 받아 이렇게 자연스럽게 왔다고 볼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야 얻을 수 있는 결심임에 틀림없다. 나만의 짠테크 노하우로 3년 만에 1억을 모았고 정부정책인 버팀목대출과 어느 정도 타이밍이 잘 맞아 이렇게 아파트로 오게 되었으니 어쩌면 운도 좋았다.
아파트에 산다는 것이 편리한 이유를 투자개념을 넘어 이틀간 주변 단지를 산책하며 생각해 보았다.
먼저 주차시설이 정말 편리하다. 지금은 차가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서울살이를 하고 있다. 앞서 백번 넘게 강조한 것처럼 차는 정말 내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사는 것이 하루빨리 돈을 모으는 방법이다. 왜냐하면 중고차든 새 차든 일단 차를 사고 차 키를 꼽는 순간 모든 게 다 돈이기 때문이다. 보험료, 기름값, 유지비, 취득세, 엔진오일 교체 등등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돈이 든다.
하지만 나중에 꼭 필요한 순간이 오면 차를 사야 한다. 가령 애기가 생겼을 때에는 차가 없으면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차 없이 애기를 데리고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손 발이 잘린 셈이다. 또 다른 예시로는 결혼을 하고 장을 보러 갔는데 짐이 많을 때 차가 없으면 그 모든 것을 대중교통으로 가져오기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차를 샀다고 치자. 차를 사도 서울은 늘 주차가 걱정이다. 어디를 차를 끌고 놀러 갈 때에도 가장 먼저 걱정해야 하는 것이 주차공간확보다. 주차가 안되면 아예 차를 가지고 놀러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빌라에 살 때는 주차공간이 늘 없어 친구들이 놀러 올 때도 멀리서 주차를 하고 집에 놀러 오곤 했지만 아파트의 경우 주차장이 매우 크고, 최소 1대 이상 댈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 지하 4층까지 각 단지마다 지하주차장, 지상주차장이 모두 있어 널찍하다.(외제차가 정말 많은 것에 좀 놀랐다)
또 아파트는 전반적인 관리가 너무 잘 되어있다. 각 단지마다 아파트 경비실이 있다. 내가 어제 맥주캔을 버리러 갔을 때 경비아저씨는 분류되어 있는 각 쓰레기통들을 열심히 닦고 계셨다. 오늘 이사를 왔냐고 물으시며 쓰레기는 일요일에만 버릴 수 있다고 하셨다. 자전거를 두는 곳이나 쓰레기, 보안 등 아파트 전반적인 단지 관리가 빌라일 때보다 너무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양질의 인프라와 쾌적한 주변환경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2호선 전철역이 나오고, 주변에 헬스장 도서관이 모두 다 단지 안에 있어 주민들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 지어진 곳은 수영장이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단지 안에서 웬만한 건 다 해결할 수 있다. 주변에는 산이라 등산을 하는 데에도 너무 편리하다. 배산임수가 따로 없다.
의식주 중 주, 집은 정말 중요하다. 아파트로 와서 이틀정도 살아보니 더 느낀다. 우선 첫 번째로 좁은 집에서 지내다 넓은 집에서 지내면 심리적인 안정감이 다르다. 예전의 갑갑함이 없다. 거실과 방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옷을 입거나, 글을 쓰거나, 밥을 먹고 자는 공간이 모두 분리되어 삶의 질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둘째, 일의 효율성이 너무 좋아졌다. 가령 원룸에 살 때는 요리를 해 먹는다 치면 대충 배가 고파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요리여서 대충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먹었다. 하지만 지금 이 공간에서의 요리는 그냥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해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잠을 자는 것도 그렇다. 원룸에서의 잠자는 환경이라 함은 물리적으로 내 10m 반경에 모든 것이 있었다. 국자며, 책이며, 컴퓨터며, 옷가지며 많은 것들이 뒤섞여 잠을 자도 수면의 질이 높지 못했다. 좁고 어지럽고 갑갑했다. 늘 깨면 개운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잠만 자는 공간이고 주변 모든 것이 넓고 쾌적하기에 잠도 너무 잘 잘 수 있었다.
글을 쓰는 것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잠을 자는 곳과 글을 쓰고 책 읽는 공간은 철저하게 분리되어야 한다. 누워서 책을 보면 수면제나 다름없다. 조금 읽다 졸려 얼마 안 가 책을 덮게 되고 독서의 양이 현저히 줄어든다. 따라서 책은 의자에 앉아서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읽어야 집중력이 높아진다. 사람들이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 도서관에 가는 이유도 그것이다. 옆에 침대가 놓여 있는 곳에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으면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고작 책을 읽는 것도 이런데, 글을 쓰는 건 또 어떻겠는가?
나는 늘 서재를 가지는 것이 내 인생의 꿈이었다.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책상과 의자에 앉아 클래식 노래를 들으며 편안히 글을 쓰고 싶었다. 지금은 내 꿈과 조금은 가까이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잠자는 곳과 글 쓰는 공간이 분리된 것만으로도 너무 큰 만족이다. 이곳에서 더 양질의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셋째, 주거가 인생에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크다는 것을 깨닫고 내집마련에 대한 열망이 더 생긴다.
나는 지금 서울에 전셋집을 마련한 것이 경기도에 간 것보다 훨씬 더 다행이라고 느낀다. 강남이랑 거리도 크게 멀지 않고, 30분 거리 이내 주변 서울 인프라를 모두 누릴 수 있는 이곳에서 시작해야 내집마련이 더 빨리 올 것이라고 믿는다. 옛말에 용의 꼬리가 될 것인가, 뱀의 머리가 될 것인가?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 대해서는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의견이 사람마다 모두 달랐다.
나는 적어도 집에 있어서만큼은 용의 꼬리가 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서울에서 살아야 서울의 다른 상급지도 볼 수 있고 그곳을 향해 꿈을 꿀 수 있다. 경기도에서 만약 시작했다면 주변에 보이는 것이 경기도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바라보는 시야가 다소 편협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올라가 봤자 분당 혹은 광교겠지.
20대를 나만의 짠테크로 작은 자산을 만들었다면 30대에는 부동산에 대해 조금 더 깊게 공부해 봄으로써 주거가 주는 내 삶의 안정감을 더 벅차게 누리고 싶다. 아파트 입주는 단순히 더 넓은 곳에 산다는 것을 넘어 내게 지금 새로운 목표를 주고 있다.
단순히 주식에 얼마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다, 매수 매도를 반복하며 국내외 경제 현황을 읽는 것도 자산을 일구어가는 데 물론 중요하겠지만 아파트에 고작 이틀 지내며 집의 소중함을 느낀 지금 주식보다 부동산이 장기적으로 내 인생을 밝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이곳에서 묵묵히 성장하는 내 자신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