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필름 #1
추운 날씨 때문인지, 바쁜 일상 때문인지. 겨울은 사진 찍기 어려운 계절 같다. 그래서 나는 주머니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출근길과 퇴근길에서 발견하는 것들을 필름에 담는다.
겨울의 아침은 다른 계절과 사뭇 다르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이파리 대신 어스름이 들어찬다. 때로는 달처럼 빛나는 눈송이가 어스름과 함께 자리한다. 출근길의 나는 고개를 들어 나뭇가지가 피어난 어스름을 바라보고, 잠시나마 지친 일상을 벗어난다. 그리고 이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와 나의 시선을 맞춘다.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사이에 창가에는 사광이 드리운다. 내리던 눈발은 사그라들고, 버스에서 내린 나를 차분한 공기가 마중 나온다. 정류장과 사무실 사이를 채운 눈밭, 그 위를 걷는 나를 따라 발자국들이 새겨진다. 뒤를 돌아 바라본 발자국들은 외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서로를 친구 삼아 같은 곳을 바라보는 모습이 꽤나 굳건해 보인다. 어쩌면 발자국들이 그들의 주인보다 더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