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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테 Apr 25. 2019

막걸리집에서 한치 튀김과 춤을

첫 주방 아르바이트의 경험

 그렇다 나는 사실 대학교 들어가기 전 고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에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번 적이 있다. 이건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주방에서 요리를 했다는 것이 조금 특별할 거 같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이 첫 사회에서의 주방 경험이랄까. 이 막걸릿집 사장님은 어머니와 이모의 아시는 분의 가게로 방학 때 빈둥빈둥 놀고 있는 나는 얼떨결에 그곳에서 일을 해보게 되었는데 사실 나는 별로 내키진 않았다. 그 당시 돈을 벌 생각도 없었고 아르바이트라는 게 너무 생소하고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만 있는 것도 양심의 가책이 있으니 대학 입학 전 용돈이라도 벌어보자 시작했던 일이다. 


실수투성이의 초짜 요리사


이때가 고3 겨울방학 그리고 대학교 입학 전이라 모든 것이 해방되고 몸도 마음도 홀가분한 상태였다. 조리기능사 자격증 2개를 취득하고 JLPT N2급도 합격하며 나의 자존감은 아마 최고조였지 않았을까. 때문에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으리라. 막걸릿집에서 일하게 된 나는 사장님이 가르쳐주시는 대로 주방일을 배우면서 가게에서 나가는 메뉴들을 하나씩 익혀가기 시작했다. 특히 제일 잘 나가는 음식이 바로 한치 튀김이었는데 단골들이 오시면 서비스로 다리를 조금 튀겨서 나가기도 했다. 사실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라고도 할 수가 있는데 일반적인 오징어튀김처럼 튀김옷이 두꺼운 것이 아닌 얆으면서 너무 바삭하지도 않은 텐뿌라 같은 느낌의 튀김이었다. 때문에 반죽의 묽기가 튀김을 좌우하는데 이건 따로 레시피가 정량화되어있지 않았다. 때문에 감으로 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매번 잘되다가 한 번씩 길거리 오징어튀김과 같은 튀김이 나와서 혼나기도 했다. 


한 번은 전에 일하던 분이 놀러 오셔서 주방에 잠시 들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필러(감자칼)로 감자 껍질을 깎는 걸 보고 자세를 잡아주신 적이 있었는데 그런 사소한 것에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이 그땐 상당히 자존심 상했었다. 정말 그때는 참 어렸던 거 같다. 


화근이 되어버린 친구와 알바 


어느 날 사장님이 홀을 봐줄 수 있는 아르바이트생을 한 명 채용하고 했었는데 그때 나에게 아르바이트하려는 친구가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했던 거 같다. 당시 중학교 때부터 쭉 친하게 지냈던 친구 한 명을 소개해줘서 같이 일하게 되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사장님이 굳이 아르바이트생을 한 명 더 고용을 했었는지 이해와 이유가 알 수 없지만 내 생각에는 불필요했었던 거 같다. 특히 친구끼리 알바는 사장님 입장에서 아마 최악이지 않았을까... 


이 가게는 그렇게 바쁜 가게도 아니고 매장도 크지 않기 때문에 주방 한 명 홀 한 명해서 충분히 두 명 이서도 돌릴 수가 있는 가게였다. 때문에 손님이 안 오실 때 매장 안 컴퓨터로 웹툰을 보거나 친구랑 수다를 떨거나 하는 등 꽤 놀았던 기억이 있다. (아르바이트라도 최소한 자기 아르바이트비에 걸맞은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그 사장님에겐 괜스레 죄송한 마음이 크다) 어느 날은 손님이 왔는데도 제대로 응대를 하지 않아 사장님께 호되게 혼나고 컴퓨터도 못하게 되었다. 이 부분은 빼도 박도 못한 우리 잘못이기에 변명의 여지조차 없다. 


짧고 굵은 첫 아르바이트의 경험 


이때 아르바이트는 한 달 반 정도 했었던 거 같다 급여도 그 당시에 80만 원 정도 받았는데 생각보다 쏠쏠했고 지금 돌이켜보면 그만한 일을 했었나 의구심도 들고 아무래도 사장님 또한 어머니와 이모가 아시는 분이라 섣불리 짜르 기도 애매하고 또 자식뻘이니 분명 품어주었으리라. 술집이다 보니 저녁 6시쯤 시작해서 새벽 2시쯤에 퇴근한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나름 배운 것도 많았고 주방에서 저녁 만들 때 직접 만들어서 사장님과 즐거운 식사한 것도 좋았다. 독특한 게 사장님은 식사 후에 꼭 빵을 드시곤 했는데 그래야 속이 편하시다고 하셨나 그래서 덕분에 빵도 자주 먹고 벌써 약 8년 전 일이라 기억이 더듬더듬 있지만 분명 좋은 기억이 더 많은 거 같다. 


지금은 없어진 지 오래된 그 막걸릿집 아직도 그 막걸리 향과 한치 튀김의 맛이 기억에 남는다 요리란 추억과 함께 맛이 기억되고 그걸 몸도 기억하나 보다. 내 생에 첫 주방일은 이렇게 시작되고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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