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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을 걷다 Mar 11. 2019

산사를 걷다 - 8 (2)

구례 화엄사, 남해 보리암, 순천 선암사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순례' 편을 읽다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을 많이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열흘간 산사 20곳을 방문하였다. '산사를 걷다'는 열흘간 쓴 일기 형태의 글이다.



순천의 선암사는 송광사와 함께 너무도 유명한 곳이다. 송광사는 혼자서 한번, 부모님 모시고 한번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부모님과 함께 갔던 곳이 선암사였다. 그동안 트레킹으로만 사찰을 다녔던 지라 사찰 자체는 기억에 없었던 탓이다. 다른 사찰들은 내 취향(?)에 맞는 것들을 찾는데 노력했다면, 선암사는 진입로 숲길, 입구에 있었던 나무 장승, 보물로 지정된 승선교, 입구에 있었던 삼인당이라는 연못 등 다니는 곳마다 "좋은데? 좋다"하면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유홍준 교수는 선암사를 ‘산사의 모범 답안’이라고 했다. 산사를 이렇게 아름답게 설계하고 만든 사람이 누굴까 궁금할 정도로 사찰 곳곳에 자연과 이보다 더 잘 어울리고, 멋스러운 곳이 있을까 싶었다.  


한 권의 책으로도 부족한 선암사 소개를 이렇게 해 놓았다.


선암사로 가는 길.


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비울 수 있는 듯하다.


그 길에 계곡을 더한다.


수백년 계곡을 흐르고 있었을 물. 계곡에 놓인 돌 하나하나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진입로 중간쯤에 있는 석주. 


익살스러워 보이는 장승.


설마 '김치'를? 늘 웃으면서 지내라고 얘기해 주고 있는 듯하다.


아쉽게도 이 장승은 본래의 것이 아니고 복제품이라고 한다. 원래의 장승은 부식이 심해져서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도 반갑게 맞아 주는 이 장승을 복제품이 아니라 원래 장승의 2세라고 부르고 싶다.


선암사에 들렀다가 이 승선교만 보고 내려간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한참을 머물렀던 곳이다.


가까이에서, 멀리서 한걸음 옮길 때마다 사진을 찍어도 계속 담아 두고 싶은 아름다운 다리다.


울창한 나무 숲에 가리지 않아서 더 좋았던가. 봄이 아직 오지 않은 시기라서 온전히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혹시나 많은 사람들이 걸으면 무너지지 않을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걸어야 더 견고해지는 그런 공학저인 다리라고 한다.


승선교가 왜 하나라고 생각했을까? 뒤돌아 보니 작은 다리하나가 더 있었다. 작지만 하나가 아니어서 더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고 길이다.


승선교를 지나 보이는 강선루. 이미 승선교에 마음을 다 주고 와서 미안합니다.


용 모양의 고목. 펫말 하나 없지만 눈길이 간다.


삼인당. 인공적인 연못이나 토목공학적, 종교적, 미학적 의미가 있다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선암사에 다다른다.


이런 숲길이다. 


일주문인 조계문은 오른쪽에 있다. 일주문에 이르기도 전에 시선을 빼앗긴다.


일주문 양쪽으로 작은 정원 속의 나무들이 있는 듯하다.


가능성이 많지는 않지만 집을 직접 짓는다면 이런 돌 축대와 계단을 만들고 싶다.


선암사의 범종루에는 '태고총림 조계산 선암사'라는 현판이 있다. 알려진 대부분의 사찰은 조계종이고 선암사는 태고종의 총본산이다. 이번 기회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설명된 내용으로 조계종과 태고종에 대해 알게 된다. 태고종은 승려의 결혼을 허용하고(대처승), 조계종은 그렇지 않다(비구승). 하지만 실제로 태고종 스님의 1/3은 비구이고 자율에 맞긴다고 한다. 또 태고종은 사찰의 개인 소유를 인정하고, 교임제도라는 것을 두어 출가하지 않더라도 사찰을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불교계에는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등 100여 종파가 있고, 조계종은 2,500여개 사찰에 13,000명 정도의 승려, 태고종은 승려가 8.300여명이라고 한다. 통일신라 이후 불교의 자세한 역사에 대해서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참고하면 될 듯 하다.


만세루 뒤편에 '육고조사'라는 현판이 있다. 달마대사가 살았던 육조시대부터 내려오는 오래된 절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육'자를 '견'자로 착각할 만하다. 멋진 글씨다.


대웅전 왼쪽의 모습이다. 건물들이 축대를 달리하며 돌계단을 두고 있다.


대웅전의 모습


대웅전 앞에 삼층석탑 한 쌍이 자리를 잡고 있다.


구도를 굳이 잡지 않아도(그래서 사진이 늘 삐뚤어져 있나보다) 멋진 전경이다.


보기에 좋으나 가독성이 떨어진다.


이 아름다운 곳을 여유롭게 거닐 수 있으니 더한 행복이 없다.


돌담으로 멋진 길에 매화까지 피고 있다. 


언제 걸어도 좋을 그런 길이다.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는 작은 대문 앞. 나무를 굳이 없애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사찰에서 전통 한옥마을을 걷고 있다는 착각을 주는 골목길이다.


처음엔 어색한 하지만 자꾸 보면 이 연못은 원래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건물이 주인공이 아니라 돌 계단이 사진의 중심이다. 돌이 있고, 흙이 있다. 일부러 이렇게 해 놓았을까?


어디를 찍어도 한 편의 그림이다. 이 사찰에는 특급 정원사가 수십명 있다고 해도 믿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유일하게 조금 아쉬웠던 조형물. 


여러 장이 필요없는 멋진 경관 사진 한장 찍기.


나무와 돌과 물. 그리고 길과 집.


전국에서 제일 유명한 화장실이 아닐까 싶다.


측면으로 나 있는 입구 돌계단. 이쯤되면 사찰 건축의 백과사전이 아닐까?


선암사의 뒷간은 전국 사찰에서 제일 유명한 화장실인데 구경하러 갔다가 공개된 화장실 구조에 놀라고, 문을 열었다가 볼일 중이신 스님 보고 또 화들짝 놀라 나도 모르게 도망을 쳤다. 다시 또 오고 싶은 사찰 중에 한 곳이 선암사임에는 분명하다. 그 이유 중에 하나, 다음에는 뒷간을 꼭 체험하겠다는 각오도 있다. 


입구에 옷이 걸려 있으면 스님이 계신 것이다. 볼일을 보고 나오면 손을 씻을 수 있는 돌로 된 세면대에 흐르는 물도 있다.


막 동백꽃이 피고 있다.


읽기 어렵다. 내가 모르는 의도가 있을까? 혹시 먹물을 칠하고 탁본을 떠야할까? 그러면 글씨가 뒤집히는데?


선암사를 뒤로 하고 아쉬움을 달래 본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담아가기.


내가 산사 순례를 다니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퇴직 후 세계 여행을 목표로 몇 나라를 다니면서 더 많은 곳을 다니고 싶은 열망이 있었는데, 얼마 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좋은 곳도 많이 다니지 않았다는, 어쩌면 외면했다는 사실에 솔직히 부끄러웠다.  


둘째는, 나는 아직 종교가 없지만 부모님은 불교를 믿으신다. 아버지는 작년 이맘때 말기 희귀 암 판정을 받으시고 항암치료를 받으신지도 이제 만 일 년이 되었다. 어머니는 골다공증이 심하셔서 넘어지시면 많은 기간을 입원하셔야 한다. 지금이라도 부모님 모시고, 우리나라 좋은 곳 다 모시고 다니면 정말 좋을 텐데 그럴 수가 없다. 


산사를 다니며 불당의 부처님 불상을 물끄러미 보며 속으로 혼잣말을 한다. ‘당신 믿으시는 울 부모님이 아프세요. 그거 말씀드리려고 왔어요’  날마다 다닌 사찰의 풍경을 열심히 사진 찍고, 동영상 찍어서 부모님께 보내 드린다. 그동안 사진, 동영상만 보내 드리다가 오늘은 이렇게 말씀드렸다. "아프신 두 분 대신 전국 유명한 사찰 다니면서 거기 계신 부처님께 내 부모님 아프시다고 소문내고 있는 중이에요, 기운 내서 더 잘 지내시게 해달라고 부탁드렸으니 지금보다 더 잘 지내셔야 해요. 아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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