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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을 걷다 Mar 11. 2019

산사를 걷다 - 8 (1)

구례 화엄사, 남해 보리암, 순천 선암사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순례' 편을 읽다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을 많이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열흘간 산사 20곳을 방문하였다. '산사를 걷다'는 열흘간 쓴 일기 형태의 글이다.


지난 주말 본 드라마(로맨스는 별책부록)에 이런 대사가 있었다. 날 언제부터 좋아했냐는 이나영의 질문에 이종석은 이렇게 답했다.  “누나는 계절이 언제 바뀌는지 정확히 알아?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나도 몰라” 계절이 언제 바뀌는지 잘 모르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비가 오는 지리산의 아침에서 봄이 왔음을 나도 모르게 알아차렸다. 


숙소에서 바라본 지리산 자락. 살짝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은 아침 일찍 출발해서 구례 화엄사, 남해 보리암, 순천의 선암사까지 좀 무리를 해서 다녔다. 지난주 수요일 출발해서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청도 운문사, 양산 통도사, 창녕 관룡사, 합천 해인사, 구례 쌍계사, 연곡사, 천은사에 오늘 세 곳까지 짧은 기간 참 많이 다녔다. 언제 또 이렇게 다닐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전에 캐나다와 남미 몇 곳을 다닌 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본 질문이 ‘어디가 가장 좋았어?’라는 질문이었는데 내 대답은 “처음 가보니 다 좋죠. 질문을 바꿔서 어딜 다시 가보고 싶은지 물으면 몇 군데 있어요.”라고 답했다. 이번에 다닌 산사들도 마찬가지다. 처음 가보니 어딘들 좋지 않을까? 유명하다는 곳만 골라 다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오고 싶은 곳이 몇 곳 생겼다. 



사찰이 가진 문화유산이나 자연경관만으로 평가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각 사찰마다 가지고 있는 역사와 특징 그리고 오랜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크고 작은 흔적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잘 보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분히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사계절이 모두 궁금한 그런 산사가 있다.


화엄사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새로 지었다는 일주문이 있는데, 차로 지나칠 수밖에 없어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주차를 하고 올라가면 본래 일주문이었던 '불이문'이 보인다. '불이문'은 생과 사가 둘이 아니고 번뇌와 깨달음이 다르지 않다는 뜻이라고 한다.


지리산화엄사. 보통 우에서 좌로, 위에서 아래로 쓰는데 왼쪽부터 읽어야 한다. 돌기와 담이 있는 일주문 대문을 들어선다.


성보박물관에 전시된 불상. 그 시절 한국사람을 닮은 부처님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연곡사에서 보았던 용들의 수장인 듯한 장엄함. 아, 동전. 문화유산에 동전을 올려놓으면 3년 동안 재수가 없다고 소문을 내고 싶다.


앞모습


금강문.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 모두 있는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보통은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이 일직선으로 되어 있는데 화엄사는 그렇지 않다.


천왕문. 가끔은 옆을 보지 않고 지나치는(무서워서?) 그런 곳이다.


당간지주. 작지만 아름답다. 주위 공간을 압도하는 당참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보제루라는 현판을 가지고 있다. 보통 만세루라고 불리는 곳으로 집회를 위한 강당의 용도였다고 한다.


돌을 쌓아 축대를 만들고 그 위에 단아한 한옥을 지어 놓고 살고 싶다. 그 앞은 봄을 알리는 꽃나무를 싶으리라.


양쪽으로 오층 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동오층석탑, 서오층석탑 이렇게 부른다.


석등. 고급스럽고 기품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1등!


원통전 앞 사자탑


대웅전 모습


각황전 전경. 대웅전보다 더 크게 지어져 있다.



화엄사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본당 뒤에 있는 구층암으로 가는 대나무 숲길과 내려오는 길에 있었던 작은 돌담길, 그리고 구층암의 모과나무 기둥이었다. 계곡이 함께 있는 사찰은 마음을 정화시키는 듯하고 계곡의 물소리는 계절의 전령사이다. 


구층암 모습.


가장 이해하기 쉽고 자연스러운 설명 문구이다.


구층암의 정원 모습. 작은 마당을 두고 건물들이 배치되어 있다.


모과나무 기둥. 이런 기둥을 가진 전통 한옥이나 사찰이 더 있을까?


기나긴 세월을 느끼게 해 준다. 보존을 위해서 별도로 무엇을 해주는지 궁금해졌다. 이곳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 공짜는 아니다. 다음에는 마셔 보고 싶다.


좋은 글들이 많다. 용서해야 할 것보다 용서받아야 할 것이 훨씬 더 많은 나이다.


구층암을 오르는 길. 몇 번이고 다시 걷고 싶은 그런 길이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돌길.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반대편에서 찍은 모습.
지리산은 이렇게 봄을 내려 보내고 있다.


남해도의 유명한 금산 보리암. 한국의 해수관음 성지로 꼽는 여수 향일암,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와 함께 하는 가장 유명하 곳이라고 한다. 그동안 얘기만 많이 듣고 처음이라 기대가 컸었다. 높은 산에 그 건물을 세운 것이 놀랍고, 사찰까지 도로를 만든 것이 놀랍고, 비수기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은 것이 놀라웠다. 5km 남짓 올라가는 산 도로는 운전을 집중하게 하고, 운전 실력을 테스트하는 재미(?)도 준다. 여수 향일암은 사찰 그 자체도 좋았었는데 보리암은 조금? 사실은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사찰에서 바라보는 남해 바다와 자연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두 바위, 대장봉과 형리암은 깊은 인상을 주었다. 


보리암 거의 다 가면 보이는 전경. 아직까지는 돌산 아래 지어진 사찰로만 보인다.


워낙 알려진 곳이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남해 바다가 보인다. 바다와 섬이 산처럼 이렇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대장봉과 형리암. 마음으로 보면 어떤 이에게는 이 바위도 부처님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다.


해수관음상. 설명을 보진 않았는데 세월의 흔적은 없다. 지금이 이른 봄이어서 자연과 더불어 함께 하는 멋있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은 한 장의 시잔으로 대신할 수 없다.


절벽에 이 정도의 건물을 지었다는 것이 놀랍다. 건물 자체가 아름답지는 않아서 많이 아쉽다.


남해 바다를 마음에 품는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번 돌아본다. 이제는 이 풍경으로 보리암의 전경을 떠올릴 수 있다.


보리암으로 오고 가는 길. 이른 봄에만 이렇다고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 이 길이 낙산사의 길이나, 석굴암의 길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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