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관룡사, 합천 해인사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순례' 편을 읽다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을 많이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열흘간 산사 20곳을 방문하였다. '산사를 걷다'는 열흘간 쓴 일기 형태의 글이다.
새로 시작하는 월요일에 찾은 곳은 창녕의 화양산 관룡사. 산사의 선택은 전적으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와 유네스코 등재 산사와 가보지 못한 국립공원 산 중심이다.
그동안은 트레킹 중에 잠시 들러서 구경하고 약수를 마시는 ‘절’이었는데, 이제는 정확한 의미의 차이는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산사’라 칭한다. 아직까지 많이는 아니지만 여러 군데 산사를 다니다 보니 내가 뭘 자세히 보고, 어떤 사진을 찍고, 어떤 것에 소소한 감동을 느끼는지 알 것 같다.
관룡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입구에 있는 남녀 돌 정승이었다. 나무로 만든 정승이나 제주 돌하르방만 보다가 돌로 만들어진 정승은 처음 보았다. 설명을 보기 전까지는 어느 정승이 남자이고, 여자인지 구분하지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 인자한 남자 정승에, 뭔가 화가 나있는 듯한 여자 정승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라니, 오랜 세월을 한 남자만 바라보고 있으니 화가 날 만도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여자 정승을 보고 웃어주는 남자의 마음이 무엇인지를 조금 알 것 같은 나이가 된 듯하다.
관룡사가 있는 화양산은 억새가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관룡사에서 두 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관룡사에서 500미터 위쪽에 있는 용선대로 가는 산책로에 있던 돌계단이다. 일반 돌계단보다는 높이가 높아서 적당히 힘들고, 큰 산의 돌계단보다는 거리가 길지 않아서 딱 좋았던 그런 숲길이 었다. 용선대에서 바라보는 절경도 참 멋있어야 하는데 미세먼지 탓에 아쉬웠고, 그곳에 계신 석불 부처님 또한 답답하지 않을까만 생각했다.
두 번째로 찾은 절은 합천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사찰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고려 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다.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은 우리나라 불교의 성지라고 한다. 그 이유는 안내판에서 봤는데 금방 까먹었다. 정상까지의 산행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유명한 사찰은 다 이유가 있는데 해인사 또한 그렇다. 규모나 숲의 나무들, 산사가 위치한 산세가 그러하고, 다양한 불당이나 석탑이 그 위엄을 자아내고 있다. 해인사는 일반 사찰과 다르게 산중에 있으면서도 마을과 아주 가까이 있는 곳이다. 다닌 곳 중에서 가장 비싼 주차비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다시 한참을 들어가고, 상가가 있고, 호텔도 있고, 마을도 있다. 으레 사찰 입구가 있겠지 하고 안내판을 안 보고 차를 몰았다가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게 되었다. 숙박을 해 보고 싶었으나 그냥 돌아섰던, 산속에 파묻혀 있던 해인사 관광호텔. 시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그곳에서 하루를 머물면 온전히 산을 느끼며 하루를 머무는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한 시간 가량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멧돼지 두 마리가 길에 버티고 있었는데 바로 앞까지 난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다른 곳에서 만난 멧돼지라면 움찔하고 돌아서 갈지를 고민했을 텐데 나도 모르게 시골 동네 졸고 있는 늙은 개 지나가듯 바로 옆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다. 절에서 키우는 돼지 일리 만무하지만 부처님 근처에서 ‘덕’을 쌓은 돼지 거나, 전생에 착한 일을 많이 해서 제주 돼지나 일반 사육 돼지로 태어나지 않은 그런 돼지일지도 모르겠네 하면서 말이다.
경상도 산사 순례를 마치고 지리산이 있는 구례로 넘어왔다. 평소 같으면 여행 다니면서 산채비빔밥이 전부인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지리산 흑돼지 식당에 눈길이 가고, 들어가서 메뉴를 보는데 혼자 와도 2인분을 먹어야 한다고 하신다. 잠시 망설이는데 사장님이 혼자 4인분도 먹게 생겼구먼 그러신다. 결국 혼자서 2인분을 뚝딱 먹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