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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을 걷다 Mar 11. 2019

산사를 걷다 - 6

창녕 관룡사, 합천 해인사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순례' 편을 읽다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을 많이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열흘간 산사 20곳을 방문하였다. '산사를 걷다'는 열흘간 쓴 일기 형태의 글이다.


새로 시작하는 월요일에 찾은 곳은 창녕의 화양산 관룡사. 산사의 선택은 전적으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와 유네스코 등재 산사와 가보지 못한 국립공원 산 중심이다. 


그동안은 트레킹 중에 잠시 들러서 구경하고 약수를 마시는 ‘절’이었는데, 이제는 정확한 의미의 차이는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산사’라 칭한다. 아직까지 많이는 아니지만 여러 군데 산사를 다니다 보니 내가 뭘 자세히 보고, 어떤 사진을 찍고, 어떤 것에 소소한 감동을 느끼는지 알 것 같다. 


관룡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입구에 있는 남녀 돌 정승이었다. 나무로 만든 정승이나 제주 돌하르방만 보다가 돌로 만들어진 정승은 처음 보았다. 설명을 보기 전까지는 어느 정승이 남자이고, 여자인지 구분하지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 인자한 남자 정승에, 뭔가 화가 나있는 듯한 여자 정승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라니, 오랜 세월을 한 남자만 바라보고 있으니 화가 날 만도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여자 정승을 보고 웃어주는 남자의 마음이 무엇인지를 조금 알 것 같은 나이가 된 듯하다. 


여자 장승. 무표정한 듯 하지만 입을 보면 무엇인가 화가 나있다는 것을 알 것 같다.


남자 장승. 팔짱을 끼고 버티는(?)듯 하지만 얼굴을 자세히 보면 마음이 보인다. 5초 이상보다 보면 '다 알아, 알고 있어' 이런 표정이다. 


석장승에 대한 설명이다. '소박함', '친밀함'이 잘 표현되어 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남자가 질 수밖에 없는 부부싸움 중이다.


이렇게 바라보고 있다. 여자가 뒷짐을 지니, 남자는 팔짱을 꼈다. 그래도 수백 년을 함께 한 부부라서 아직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전경. 나무에 많이 가려 있지만 산사다운 포스(?)를 가지고 있다.


팔을 벌리고 품에 안으려는 사람처럼 보이는 돌계단. 돌담과 함께 너무 멋지고 멋지다.


작은 대나무 터널을 통과해 볼까? 왜 이곳에 대나무가 있을까? 모르겠네?


전국에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사찰이 많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는데요? 제목은 마이너스 50점. 죄송합니다. 평가해서.


돌로 한 단을 두고 석탑이 놓여 있다. 


석탑과 함께 하는 구조가 한국 사찰의 특징인 듯싶다.


관룡사 전경


관룡사는 산중 깊숙한 곳의 분지가 아니라 경사면에 건물이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좁아 보이지만 그래서 더 산사답다.


석등과 돌계단과 나무. 이 구조가 아니면 이제는 어색해 보인다.


홍매화가 이렇게 고결한 아름다움이 있는지 처음 느꼈고,  나무와 꽃을 보고 아름다운 것을 알다니 나도 그런 나이가 되었다.


용선대에 오르다 보면 석조불상(석조여래좌상)이 보인다. 740m 관룡산 정상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관룡산도 돌산이다. 우리나라에는 돌산이 참 많다.


미세먼지 탓에 전경은 별로지만 이 곳이 왜 명당자리인지 잘 모르는 나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관룡사가 있는 화양산은 억새가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관룡사에서 두 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관룡사에서 500미터 위쪽에 있는 용선대로 가는 산책로에 있던 돌계단이다. 일반 돌계단보다는 높이가 높아서 적당히 힘들고, 큰 산의 돌계단보다는 거리가 길지 않아서 딱 좋았던 그런 숲길이 었다. 용선대에서 바라보는 절경도 참 멋있어야 하는데 미세먼지 탓에 아쉬웠고, 그곳에 계신 석불 부처님 또한 답답하지 않을까만 생각했다. 


너무 인위적이지 않아서, 사람을 배려하는 듯한 배치에 정이 많이 가는 돌계단 길.


이런 멋진 길에는 늘 궁금하다. 누가, 언제 이런 길을 만들었을까?


매화 사진 한 장 더. 왜 '사군자' 멤버인지 이제야 알아서 죄송합니다.


두 번째로 찾은 절은 합천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사찰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고려 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다.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은 우리나라 불교의 성지라고 한다. 그 이유는 안내판에서 봤는데 금방 까먹었다. 정상까지의 산행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다음 산행을 위해서 사진을 남겨 놓는다.


가야산에도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나무인지 척하고 알아보는 사람들이 부러워서 식물도감을 몇 권 산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구분할 수 있는 나무가 거의 없다.


유명한 사찰은 다 이유가 있는데 해인사 또한 그렇다. 규모나 숲의 나무들, 산사가 위치한 산세가 그러하고, 다양한 불당이나 석탑이 그 위엄을 자아내고 있다. 해인사는 일반 사찰과 다르게 산중에 있으면서도 마을과 아주 가까이 있는 곳이다. 다닌 곳 중에서 가장 비싼 주차비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다시 한참을 들어가고, 상가가 있고, 호텔도 있고, 마을도 있다. 으레 사찰 입구가 있겠지 하고 안내판을 안 보고 차를 몰았다가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게 되었다. 숙박을 해 보고 싶었으나 그냥 돌아섰던, 산속에 파묻혀 있던 해인사 관광호텔. 시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그곳에서 하루를 머물면 온전히 산을 느끼며 하루를 머무는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산사로 오르는 길. 이런 길의 사계절이 늘 궁금하다.


겨우살이를 '겨우' 알아봤다. 기생식물인 겨우살이. 생명이란 늘 놀랍다.


'해인삼매' 뜻이 어렵다. '삼매'는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정신력이라고 한다.


수려하진 않지만 연못이 있다.


일주문과 당간지주.


1995년, 2007년에 일찍 유네스코에 팔만대장경과 해인사가 등재되었다.


일주일에 올라 서면 다시 숲길이 있다.


문을 들어서고, 다시 마음을 다스리고, 다시 문으로 들어간다. 봉황문(해인총림)이 보인다.


생명을 다한 듯한 고목. 하지만 옆에 다시 작은 나무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소원나무라니. 소원은 마음으로 빌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국사단. 모든 문이 열려 있었는데 불당은 문이 닫혀 있을 때 보다 열려 있을 때 더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다.
세 번째 문인 해탈문. 현판에는 '해동원종대가람'이라고 써져 있다.


범종, 법고, 목어, 운판 사물이 있다. 종각의 표준처럼 느껴진다.


대전광전과 석탑(정중삼층석탑), 석등


건물 하나하나가 모두 고풍스럽다. 


대전광전 옆모습이다. 화려하고 아름답다.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장경판전.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들어가는 입구에 동그란 모양의 문이 특이하다.


밖에서는 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아쉽지만 소중히 보호해야 할 문화유산.


목조로 지은 이 건물은 자연환경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과학적인 건축물이다. 위쪽으로는 다른 창틀이 있다.


팔만대장경을 위한 별도의 박물관 같은 모습이다. 이 건물이 1995년에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


직접 볼 수 없는 아쉬움을 사진으로. 우리의 소중한 유산 팔만대장경.


'해인도'라는 길이다. 미로처럼 생겼다. 들어가면 54번을 꺾으면서 걷는 길이다. 물론 세보진 않았다.


한 시간 가량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멧돼지 두 마리가 길에 버티고 있었는데 바로 앞까지 난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다른 곳에서 만난 멧돼지라면 움찔하고  돌아서 갈지를 고민했을 텐데 나도 모르게 시골 동네 졸고 있는 늙은 개 지나가듯 바로 옆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다. 절에서 키우는 돼지 일리 만무하지만 부처님 근처에서 ‘덕’을 쌓은 돼지 거나, 전생에 착한 일을 많이 해서 제주 돼지나 일반 사육 돼지로 태어나지 않은 그런 돼지일지도 모르겠네 하면서 말이다.  



경상도 산사 순례를 마치고 지리산이 있는 구례로 넘어왔다. 평소 같으면 여행 다니면서 산채비빔밥이 전부인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지리산 흑돼지 식당에 눈길이 가고, 들어가서 메뉴를 보는데 혼자 와도 2인분을 먹어야 한다고 하신다. 잠시 망설이는데 사장님이 혼자 4인분도 먹게 생겼구먼 그러신다. 결국 혼자서 2인분을 뚝딱 먹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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