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과 고난, 그리하여 내가 겪은 비극. 스탠드업 코미디를 위해서는 이 부분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코미디와 웃음 이론에 대한 나름의 조사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소설/영화 작업을 위해 읽은 서사 작법서를 생각해도 이는 타당해 보였다. 그 책들도 주인공이 어려움을 겪을수록 독자/관객은 인물과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되고, 이것이 결국 이야기의 재미로 이어진다고 강조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어떤 불행과 고난과 비극이 있었나. 이 부분을 다루기에 앞서 나는 기존의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은 어떤 불행과 고난과 비극을 자신의 코미디 소재로 다루는지 조사해볼 필요가 있었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스탠드업 코미디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의 스탠드업 코미디 콘텐츠를 찬찬히 살펴볼 계획이었으나, 나는 얼마 전에 넷플릭스의 구독을 끊은 상태… 그런 가운데 마침 서울에서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 소식을 듣고 이를 보러 가기로 했다.
내가 본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은 연희문학창작촌이라는 곳에서 10월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문학으로 모이는 방법들 2025〉 가운데 하나로 마련된 〈문학적 쇼 ― 연희문학창작촌 × 서촌코미디클럽 협력 기획 공연〉이었다. 문학적 쇼…. 글 쓰시는 분들 가운데 재미있는 분들 많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다. 그런 분들의 글 가운데 재미있는 글도 많이 읽어봤다. 그렇지만 쇼 이름에서 순수한 의미 그 자체로 문학을 내거는 공연이 코미디로써 유효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가볍게 공연을 보러 갔다. 가벼운 마음과 그보다 더 가벼운 주머니로. 무료공연이었던 덕분에.
그렇게 공연이 시작되었다. 말로만 듣던 서촌코미디클럽. 여러분은 얼마나 재미있으신가요. 그 좋은 동네를 기반으로 어떤 불행과 고난과 비극의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그 이야기를 어떻게 웃음으로 승화하실 건가요. 그 첫순서로 무대에 올라오신 분은 희귀암을 앓고 항암 치료를 받는 분이셨다. …………. 세상 어디를 가나 벽을 느낀다. 나는 겸허한 학생의 마음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시는지 조용히 받아적었다. 어떤 부분에서 웃음을 짓게 되는지, 나중에 분석해볼 생각으로.
세상엔 참 여러 사람이 산다. 그 여러 사람이 겪는 불행과 고난과 비극이 세상을 다채롭게 한다. 스탠드업 코미디도 여러 종류의 사람이 한다. 다행한 일이다. 내가 하려는 일이 불행 배틀이 아니라서. 불행한 순으로 코미디의 재능이 매겨지는 거라면 나는 그 가운데에서도 애매한 중위권에나 머물 테니 말이다. ……. 그렇겠지..?
이번 공연에 참가한 김승일 시인은 “무대에서는 아무 말이나 해도 사람들이 웃어준다.”는 말을 했다. 무대가 지닌 힘 때문일까.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그만큼 그 말을 하는 방식도 중요하지 않을까. 결국 “무엇을” 보다는 “어떻게”를 더 신경 써야 한다. “무엇을” 가졌다고 하기에 나는 코미디 무대를 위해 가진 게 없기 때문에. 그 “어떻게”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나에게 없는 “무엇을” 채워주지 않을까. 그러니까 불행은 상대적인 개념인 셈이다. 이번 공연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벌써 11월의 둘째 주다. 2025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스탠드업 코미디의 오픈 마이크 무대에 참여하겠다는 올해 나의 계획은 어떻게 될까. 지금 이 시점에 기회가 있기는 할까. 그 기회를 내가 붙잡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