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아카데미의 크리틱은 영화를 하는 사람 사이에서는 꽤 많이 알려진 듯하다. 수강생이 작업한 결과물에 대해 교수님들이 던지는 피드백이 상당히 날카롭고 날선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 크리틱을 받다 버티지 못하고 울면서 뛰쳐 나간 수강생이 여럿 있었다고 하니 그 살벌함이 어느 정도였을지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이 크리틱이란 것이 왜 그렇게까지 살벌해야 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운영 주체가 영화진흥위원회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한국영화아카데미는 다른 영화 학교와는 달리 국가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기 때문에. 그래서 수강생에게 그들이 받은 혜택에 합당한 결과물을 낼 의무가 있기 때문에. 말하자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영화 사관학교이기 때문에 그만큼 살벌하게 크리틱이 이뤄지게 된 것이 아닐까.
크리틱이 살벌했다고는 하는데, 내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살벌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전 기수 보다 크리틱의 강도가 약해지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크리틱에서 듣는 교수님들의 피드백이 어느 정도 예상했던 내용들이었던 이유가 컸다. 그 내용에 공감이 갔던 것이다. 그 지적받은 내용을 미리 대비하고 해결하지 못한 데에 따른 답답함은 있었지만, 교수님들의 크리틱에는 좋은 작품을 위한 애정이 묻어났었다. 그 애정 어린 응원의 마음이 나에게는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에, 나에게는 크리틱이 살벌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시간이 늘어져서 피곤하기는 했어도….
2025년, 강원영상위원회의 단편영화 제작지원 사업의 대면 심사 자리에서 만난 ㅅ 교수님은 이 크리틱의 경험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다른 점이라면 응원의 마음이 크게 느껴졌던 우리 기수의 크리틱 보다는 그 살벌했다던 이전 기수의 크리틱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는 점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지금은 제작지원을 위한 심사를 받는 자리이니까. 제자로서 가르침을 받는 자리가 아니니까.
그렇게 질의응답까지 마치고 심사장을 나왔다. 정신이 너덜너덜해진 기분이었다. 어쩌면 올해도 단편영화를 한 편도 작업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예상되는 제작 상의 문제에 관한 우려와 질문은 얼마 되지도 않았다. 마지막 장면의 장소는 어디서 찍을 거냐는 질문 정도가 전부였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미 지나간 일인데.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겸허히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