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심사를 받는 자리는 말 그대로 준비한 프로젝트에 대한 발표를 하고 그에 맞는 심사를 받는 자리이다. 크리틱을 받는 자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 자리에서 크리틱의 코멘트를 듣게 된다면, 그 까닭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선배 영화인으로서 후배 영화인의 프로젝트의 발표를 듣고 이에 아쉬운 부분을 고쳐 어떻게든 좋은 결과물을 냈으면 하는 마음, 혹은 발표 내용이 미흡하거나 발표자의 태도가 불성실해 이를 바로잡았으면 하는 마음. 어느 쪽이든 발표자를 위하는 마음이라는 점에서는 다름이 없다. 잘 알지도 못하는 발표자에게 굳이 싫은 소리를 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대면 심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랜만에 뵌 ㅅ 교수님께 연락을 한 번 드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 후 처음으로, 그것도 내가 지내는 지역에서 만나 뵈었으니 다른 건 몰라도 안부 인사 정도는 드려야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던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심사가 얽힌 상황. 공정성과 관련해 오해를 살 수 있는 만큼, 모든 심사가 다 끝난 뒤에 안부 전화를 드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강원영상위원회 관계자 분께 사전에 전달 받은 심사 종료 시간을 여유 있게 넘긴 뒤에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다. 심사가 이미 끝나 댁으로 돌아가셨으리라 생각하며 가볍게 안부 연락을 드린 것이다. 한데 전화를 받으신 교수님의 목소리는 내 예상과는 달랐다. 교수님께서는 조용한 목소리로 나중에 연락을 주겠다고 하셨다.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다시 한 번 한국영화아카데미 재학 시절 졸업 작품을 위해 크리틱을 받던 날들이 생각났다. 연출 전공자들이 시나리오 크리틱을 받고, 그 외 전공자들이 그 시나리오를 읽고 쓴 피드백 리뷰를 심사받던 그 날들이 말이다. 거의 매번 당초에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결과가 나오곤 했었는데, 이번 강원영상위원회의 창작지원 사업 결과도 그러는 모양이었다. 그런 와중에 연락을 드렸으니 다른 사람이 보기에 모양새가 그리 좋지 않았다. 나는 괜한 오해가 없게 내가 연락드린 취지를 짧은 메시지로 교수님께 남겼다.
그 날의 대면 심사 결과는 바로 그 다음 날, 강원영상위원회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총 세 개의 선정작과 두 개의 예비 후보작. 그 다섯 개의 작품명과 신청인의 이름에서 나는 내가 심사에 응한 작품의 제목과 나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목록 가운데 가장 마지막인 다섯 번째, 후보 2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