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출발선으로
날씨가 매섭다. 1월도 벌써 종반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날씨만큼이나 매정하게 시간이 흐르는 것 같다. 한 해를 보내면서, 근무를 하면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내가 만든 시험대에 나를 올려놓았다. 이제 그 일상을 헤치고 나아갈 길잡이별이 되어준 이 책을 마무리한다.
전역지원서는 냈지만, 막상 어떤 갈피조차 손에 잡히는 것이 없어 눈 앞은 다시금 안갯속이었다. 속이 점점 뜨거워지고 압력밥솥에서 나올 법한 스팀이 목을 타고 올라왔다. 머릿속은 뒤죽박죽 섞어버린 샐러드 같았고, 몸은 썩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뭐라도 열심히 해보자, 일도 성실하게 하자, 그렇지만 아내에게 잘 하자, 그러니 배달 음식보다는 요리를 하자, 조금 피곤하지만 설거지도 하고... 여유가 생긴다면 공부를 해보자. 이미 달리는 중인 기차 위에서, 아슬아슬한 묘기를 감행했다.
어느새 이케아에서 사 온 높이조절 책상 위에 수험서들이 수북해졌다. 오직 다시 시작해 보잔 생각뿐이었다. 휴가를 쓰고 채용설명회를 다녔다. 같이 설명회를 듣는 구직자나 학생들은 나보단 한참 똑똑하고 어린것 같았다. 이미 쪼그라든 심장을 부여잡고 어디 숨을 데 없나 찾아보는 두더지가 되어버린 기분이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정보들, 채용현장의 목소리들이 들려오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잔잔하지만 필요한 자격시험의 합격 소식들도 마음의 평화를 그리는 그림에 덧칠을 해주었다.
다시 도전해 보자. 나는 결혼한 유부남이자 스스로 실직을 선택했지만 행복한 남자. 나이는 법적인 청년의 범위 그 마지막에 걸쳤지만, 아직 청년이란 사실이 꽤 쏠쏠한 위로가 되었다.
콸콸 흐르는 용암과도 같은 시냇물 위, 밟아야만 하는 징검다리를 한 단계씩 딛으면서 느낀 것은 단 하나다. '실현 가능한' 목표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차치하고 이상향만을 향해 달리기엔 장애물이 많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놓인 그물을 뛰어넘기보단 한 발짝씩 밟을 수 있는 곳만 밟되, 전력질주하자. 단, 수험의 영역에서 체력은 필수조건이니, 운동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 자주는 아니지만 주기적인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몇 달 되었다. 며칠 전부터는 튜빙밴드를 사서 근력도 챙기기 시작했다. 여전하지만 이제는 행복한 일상과 함께, 남는 시간에는 시험공부를 한다. 어느 곳이 됐든 임용시험은 1년에 단 한 번뿐이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가다가는 다시는 본 궤도에 올라서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내 영원한 꿈인 '당신을 돕는 삶'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는 동시에, 노선을 크게 우회하지 않는 새로운 길에 대한 탐색전을 마쳤다.
다시 달릴 일만 남았다.
격랑의 파도를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