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사탕을 깨물어먹는 습관이 있다. 사탕을 까서 입에 넣을 때 오늘은 꼭 깨물어 먹지 말고 끝까지 녹여먹어야지 마음을 먹는다. 사탕이 이리저리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동안 다른 일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또 와작 씹고 만다. 아차 싶을 때는 이미 늦었다. 날카롭게 조각난 단면에 혀가 베이지 않게 더 작은 조각으로 잘게 부수어 얼른 삼킨다. 참을성 없고 급한 나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습관이다. 게다가 치아 건강에도 좋지 않은 습관이라 스스로 싫어하지만 아직도 고치지 못한 습관 중 하나다.
“습관이란게 무서운거더군” 롤러코스터의 노래 습관의 한 가사다. 대체 습관이 무엇이길래 무섭다는 걸까? 습관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 ‘습관’이라는 단어에 대한 검색 추이를 알아보기 위해 구글 트렌드에 들어가봤다.
지난 20년간 ‘습관’의 최다 연관 검색어는 ‘생활 습관’과 ‘좋은 습관’, ‘공부하는 습관’ 이었다. 언제 가장 ‘습관’에 대해 많이 검색할까? 단연 연말이다. 매년 10월부터 12월까지 사람들은 자신의 습관을 점검하며 한해를 돌아보고 마무리한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매년 노력하는 사람들이 나뿐만이 아니라는게 꽤나 위안이 된다. 사람들은 왜 습관을 고치려고 할까? 습관은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지나온 삶의 궤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라... 어려서부터 들어왔던 어른들의 잔소리엔 모두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다시 아까 그 노래 가사를 들여다봤다.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아직도 너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사랑해 오늘도 얘기해 믿을 수 없겠지만 안녕 이제 그만 너를 보내야지 그건 너무 어려운 얘기”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고 습관처럼 사랑한다고 말하는 화자의 이야기다. 어떤 이는 이별 후 연인을 잊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만났던 시간만큼 혹은 그 곱절 이상이라고 말한다. 이별도 상대방을 알기 전의 나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습관을 고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 사람의 습관은 아주 긴 시간에 걸쳐 그 사람의 작은 삶의 태도와 행동이 모여 만들어진 집합체이며, 이를 고치는 것 역시 그에 정비례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에게 어떤 습관이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첫걸음이다. 일례로 어제 친구를 만났는데, 지친 얼굴로 나타나서는 한숨을 푹 쉬는 것이다. 왜 그리 피곤한 얼굴인지 물었더니 그는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내가 2호선 타고 구디역에서 선릉역까지 왔잖아.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가 시종일관 코를 파면서 앞에 서있는 일행이랑 대화를 하는거야? 그 아저씨 교대역에서 내렸거든? 나한테 묻힐까봐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고 왔더니만... 너무 피곤해...”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아주 오랜 시간동안 형성된 습관을 단숨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내는 것에서 먼저 출발해야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람 많은 2호선 전철역에서 코를 파면서도 자신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내가 가진 습관 단 한가지라도 스스로 알고 있다면 충분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또 나쁜 습관이 있다고 해서 너무 스트레스 받을 것도 없다. 나에게는 나쁜 습관일지 몰라도, 남들이 보기엔 별 것 아닐 수 있다. 나를 구성하는 하나의 특징이거나, 누군가에겐 귀엽고 사랑스럽게 여겨지는 습성일지 모른다. 내가 키우는 강아지 산초는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워워워워워워’라고 딱 여섯 번 소리내어 짖는다. 자고 있는 산초의 엉덩이를 건드리면 ‘으르르르르’ 경고하다가, 나라는 것을 알면 손가락을 할짝할짝 두 번 핥아준다. 볼일을 보기 전에 마음에 드는 자리를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 빙글빙글 돌아다닌다. 나는 산초의 그런 습관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은 그럼에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만의 멋진 습관을 만들기 위해 오래도록 되풀이하고 갈고닦다보면 멋진 내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