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와 H를 통해 연결되어 진행하게 된 퇴사 후 첫 프로젝트는, 다양한 연령대의 여러 사람들을 모아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었다.
우리는 모두 워크샵이나 캠프 같은 행사를 만들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함께 다녔던 대학이 그런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는 편이라서, 달변가인 Y는 행사 사회자로 선 경험이 있었고, 나는 참여자로 참여를 한 적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 우리에게 서울도 아닌 지방에서, 하루도 아닌 2박 3일을, 그리고 80명의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자를 직접 모집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일정을 기획해야 하는 크나큰 과업이 주어졌다.
Y와 H, 나는 처음부터 이 캠프를 시작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아니었고, 그냥 함께 무언가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모였다가 일종의 수주를 받은 셈이었기 때문에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방향을 함께 세워나가야 했다.
우리는 먼저 캠프와 관련하여 미리 정해져 있던 희미한 큰 틀을 다듬었다. 이 워크샵의 가치, 목적, 명확한 존재 이유부터 찾아가기로 했다. 큰 틀과 관련한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며 함께 논의했다.
워크샵 조건 1) 전세계에 거주하는 재외한인들, 그리고 그들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연결하려는 움직임에서 시작된 워크샵
- 훗날 재외한인들을 한국에 초청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싶은데, 그 행사의 데모 버전 같은 Pre-workshop 느낌은 어떨까?
- 각 나라에서 살아온 배경이나 문화를 나누는 다문화 캠프가 되어야 하나?
- 지금 당장은 해외에서 사람들을 초청하지 않고 국내에서 사람들을 초청할건데, 어떤 주제가 부합할까?
- 해외에서 생활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만 모으기엔 모집 타겟이 너무 좁아지지 않을까?
- 글로벌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성별, 연령대의 사람을 함께 모여 얘기할 수 있는 워크샵은 충분히 다른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될 수 있지 않을까?
워크샵 조건 2) 2030 세대와 4050 세대가 함께 하는 워크샵
- 같은 연령대의 사람들만이 모이는 워크샵에 비해 차별화가 될 수 있을까? 마이너스 요소가 되진 않을까?
- 모든 세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워크샵 조건 3) 외부적으로 홍보하지 않고, 1:1로 초청하여 미리 검증된 사람을 모으고자 하는 프라이빗한 워크샵
- 나는 어떤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해서 초청할 수 있을까?
나라면 어떤 캠프에 가고 싶을지, 어떤 새로운 기회를 봤을 때 매력을 느껴 참여할 지 참여자들의 입장해서 생각하려고 했다. 평일과 주말이 골고루 껴있는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2박 3일 동안 시간을 내어 올만한 워크샵이라 .... 여러 고민 끝에 내가 생각한 몇가지 키워드가 있었고, 참여자에 대한 페르소나를 정의할 수 있엇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지 항상 고민하는 사람들’
'글로벌한 비전, 세계 진출에 대한 꿈을 가진 사람들'
‘새로운 만남을 원하고, 그 속에서 퀄리티 있는 대화가 일어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
‘삶에 대한 고민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해답까지 함께 얻기 원하는 사람들’
'좋은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글로벌한 비전을 나누며 쉼까지 얻어갈 수 있길 바라는 욕심 많은 워크샵(?).이것이 우리가 내린 워크샵 정체성의 결론이었다.
내가 제작에 참여한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시간을 내어 참여하며, 만족스러운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는 것은 생각만해도 보람차고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여러 가지 시행착오들도 많이 있었지만, 타인에게 좋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 하나만으로 첫 워크샵 제작은 설레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