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첫 프로젝트를 하며 느낀 사람 징검다리의 중요성
내가 퇴사하고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들 중 한 팀은 Y와 H 커플이다.
이들과는 학교 다닐 적부터 가까웠지만, Y는 최근에 늦은 군대를 전역하고 H는 드디어 대학원을 졸업하며 다들 현재 소속이 없다는 엄청난 공통점으로 거의 하나의 공동체처럼(!) 생활하는 중이다.
일상에서 보고 들은 모든 것에 대해 의문과 호기심을 가지는 우리는 입만 열면 하나의 프로젝트 같은 대화를 한다. (물론 냅다 이야기를 꺼내는 양에 비해 실행하는 양은 현저히 적지만�..)
어느 날 Y와 H가 평소에 좋은 인상을 남겨드렸던 친구의 아버님의 소개를 통해 정부 사업과 관련된 프리캠프(혹은 워크샵)을 기획하게 되었다. 평소 기획에도 관심이 있고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나는 자연스럽게 그 기획에 참여하게 되었고, 캠프의 초기 방향성과 목표부터 함께 만들어왔다. 정확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함께 고민하고, 방향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인사이트가 부족할 때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과정 속에서 결국 연결이 닿는 사람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라는 '징검다리 프로세스'를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처음에 친구 아버지를 통해 뵙게 된 방송국의 기획국장님부터 어색하게 알던 학교 선배, 학교 선배가 소개해주는 또 다른 선배 … 이 또 다른 선배는 알고 보니 몇 년 전 Y가 대학 시절 참여했던 다른 캠프를 기획한 분이었다. 인터뷰이로 소개받았던 졸업생 선배는 나와 공연 동아리를 같이 했던 오랜만에 듣는 이름의 오빠였다. 우리는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가고 계시는 1X학번 선배님을 시작으로 0X학번, 9X학번 선배님을 거쳐 같은 대학 1회 졸업생 선배님, 부모님 또래에 이르는 분들까지 직접 만나며 유익한 대화들을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다. 회사에서 하는 미팅이 아닌, 이런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미팅들은 상당히 색다르고, 설레는 시간들이다.
최근에 내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들리는 문장 중 하나는 스티브 잡스의 명언인 “Connecting the dots"다. 우리가 살면서 우리도 모르게 찍어둔 점들이 이어져서 결국 하나의 선이 되고 의미있는 결과가 된다는 말이다. 나는 이 말을 평소에도 늘 새기려고 하는데, 당시에는 이유도 근본도 몰랐던 나의 많은 에피소드와 이슈들이 나중에는 하나의 퍼즐이 되어 인생을 완성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점 잇기’ 이론은 사람 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고, 어쩌면 사람 관계에서 가장 크게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쪽에서 알았던 사람이 또 다른 쪽에서 도움을 주는 경험을 적지 않게 했다. 내가 예상치 못하게 그에게 도움이 되며 또 하나의 새로운 관계층이 형성되기도 한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어도 굳이 다정하게 대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기회는 사람을 통해 흘러가고 사람을 통해 잡을 수 있게 된다.
7년 전 Y와 H를 처음 알았을 때, 간간히 연락을 하며 멀리서 응원하는 사이로 지내던 학생 시절 때, 우리가 7년 후 생각하지도 못했던 워크샵을 함께 기획하고, 매일 밤 페이스톡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일상이 될 줄 알았을까? (지금 생각해도 웃기다ㅋㅋ)
경력도 적은 내가 뜻하지 않게 회사를 나오게 되며, 한 친구를 통해 곧바로 이런 대형 프로젝트에 합류하고, 각계각층의 어른들과 교류하게 될 줄 알았을까?
당장 내일 일도 몰라서 불안한게 인생이지만, 각자에게 예비된 기회도, 언제 나를 살려줄지(?) 모르는사람들도 준비되어 있으니, 그래서 더 기대되고 더 빛나는게 인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