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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디 May 23. 2023

입사보다 어려운 퇴사에 성공하다

회사를 들어가는 것보다 그만두는게 더 어려웠던 나의 퇴사 이야기

인생에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나는 결정에 있어서 용감한 편이었다. 어떤 일이 잘 안 풀려도 그 나름의 의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세상에 못 해볼 일은 없었다. 대학 시절 1년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다른 나라에 가서 살아볼 때도, 음악 전공이 아닌 내가 시험 기간 전 공부 대신 공연 연습에 몰두할 때도 딱히 불안하지 않았다.


그러나 3년 차 직장인이 된 나는 부정적인 상황을 예상하며 사서 불안해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팀의 분위기에 대한 아쉬움, 현재 직무에 대한 아쉬움 ... 한 번 잔걱정이 시작되면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무언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퇴근 후에는 이직을 준비했지만 면접엔 번번이 떨어졌다. 이직이 아닌 쌩(?) 퇴사도 강력한 변화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도저히 그럴 용기는 나지 않았다. 퇴사가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시기였다.


마침 관심 있던 직무에 T.O.가 나서 사내 팀이동에 지원했고, 직무를 바꾸며 새로운 도전을 꿈꾸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의 사정으로 인해 비자발적 퇴사를 해야 했다.






.....?



이렇게 모든 일이  번에 일어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그렇게나 두려워하던 퇴사가 진행되는  순식간이었다. 허무하기도 하고, 당장의 미래 계획을 그려보기도 하고, 아무 생각  하고 머리를 비우기도 했다.



잠깐 쉬면서 나의 시간을 가져볼까?
뭐라도 재밌을 것 같은 사업을 준비해 볼까?
내가 끌리는 회사가 있을지 알아볼까?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려볼 시간이 필요했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생각과 마음을 스스로가 챙기는 것이었다.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엄청난 자유가 벌써부터 설레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




평일 낮에 가보고 싶었던 연남동 카페



회사 밖에서 보는 하루의 8시간은 생각보다 굉장히 긴 시간이다. 주말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가지 않았던 핫한 카페도 평일엔 여유로웠고, 자는 시간부터 일어나는 시간까지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자유가 새로웠다. 





물고기는 물속에 있을 때 가장 자유로운 것처럼, 질서가 없는 생활은 생각보다 감당하기에 벅찰 수 있다. 시간이 많아지면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미뤄왔던 일들을 진행하게 될까? 회사에 가지 않는 시간들을 근무하는 것 이상으로 효율적으로, 또는 만족스럽게 쓸 수 있을까?


오랜만에 느끼는 온전한 자유 속에서 나만의 질서를 만들고 싶다. 회사를 나와도 나의 세상은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증명해보고 싶다.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궁금증에 익숙해지고 깊게 생각하는 내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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