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스의 시작
첫 워크샵 프로젝트를 성황리에 잘 마치고, Y, H, 나와 연결되는 감사한 기회들이 많이 있었다.
우리를 흥미롭게 봐주시는 분들도 많았고, 단체나 개인에서 같이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제안을 주시기도 했다.
두세 달의 기간 동안, 회사의 구성원으로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다이내믹한 경험들을 하며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같이 뭉쳐서 재미있는 것들을 해보는 크루를 결성하기로 했다. 팀으로써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나 제품이 구체화된 건 아니었기 때문에, 창업보다는 프로젝트 크루를 결성했다고 하는 편이 더 맞겠다.
이름 후보로는 많은 단어들이 오갔고, 각자가 좋아하는 사물이나 느낌, 컬러 같은 것들을 떠올리며 브레인스토밍했다. 워크샵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는 희망찬 백수들(a.k.a 희수)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농담 삼아 부르긴 했지만 조금 더 정체성을 담을 수 있는 이름을 짓기로 했다. 어감도 귀엽게 입에 착 붙어야 하고, 너무 길지는 않으면서 의미도 있어야 했다.
그래서 너는 뭐 하고 싶은데?
우리가 그때도, 지금도 서로에게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이다. 사실 난 뾰족하게 '이거 아니면 안 돼'라고 할 수 있는 영역은 없어서 저 질문에 답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단지 지향하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을 재밌게 하는, 자유로운 삶이었다.
워크샵 브랜딩도 어려웠지만, 스스로를 브랜딩 하는 일이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한 기분이었다. 우리는 세상의 기준에서 살짝은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담아, Non-standard의 뜻을 담은 NONS(넌스)로 팀의 최종 이름을 정했다. 이는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재밌게 살아보자는 의미이다.
의미는 약간 중2병스러울 수 있지만…. (^^) 남의 눈치 보지 않으면서 사는 게 워낙 어려운 사회이다 보니, 내가 평생 지향하고 싶은 가치이기도 하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회사도 안 가고 취업 준비도 안 하고 어떻게 할 거냐고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도 있었고, 용기 있는 결정이 멋있고 지금의 내 삶이 부럽다며 응원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은 닮은 사람들을 사귄다고 … 내 주변에는 후자의 입장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아직 세상의 기준을 걱정하느라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주고 싶은 메시지라고 볼 수도 있다.
NONS라는 이름으로 명함을 디자인하고, 각자가 원하는 색으로 명함도 주문했다.
무엇보다 직급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지었다. 승진도 하지 않고(?) 본인을 디렉터라고 마음대로 칭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니. 재미있었다.
셋 다 문화, 예술,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다 보니 앞으로는 이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 같다. 셋이서 하나의 일을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NONS 각자가 하나의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어서 다른 사람들을 영입해서 TF를 꾸리는 형태로도 일해보고. 무슨 형식이 되었든지 더 많이 시도해 보고, 더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
https://www.instagram.com/nons.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