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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별 Jun 15. 2024

수요일에 본 것

어떤 수요일은

<수요일에 본 것>

1. 퇴근하면서 뚜레쥬르에 들러 빵을 다섯 개나 샀다. 슈크림빵하고 샌드위치만 살 생각이었는데 집다 보니 크림이 잔뜩 든 빵과 캐러멜 러스크가 맛있어 보여서 빵을 모두 다섯 개나 사게 되었다. 제과점 안에는 다양한 빵들이 노란 불빛을 받으며 황홀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허기진 상태였다.


2. 집에 돌아와서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보면서 빵을 먹다가 날아다니는 초파리를 보았다. 빨간 몸통이 통통했다. 테이블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그것을 손으로 탁 내리쳐서 잡으려는데 내 손바닥만 아프고 잡지는 못했다. 그런데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였다. 아니, 어쩌면 세 마리 인지도.

엊그제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쓰레기통에 뭔가를 잘못 버렸는지 쓰레기통에서 초파리가 생긴 것 같다.


3. 지난주에 산 에코백과 스크런치가 도착했다. 나는 머리가 짧은 단발인데, 이 스크런치가 너무 마음에 든다. 가방이 마음에 들어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가방과 스크런치가 세트 구성이라서 함께 받았다. 지난겨울처럼 머리가 등까지 길게 내려왔었다면 나는 아마 이 스크런치로 여름 내내 예쁘게 묶고 다녔을 텐데 머리가 짧아 예쁜 머리끈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게 아쉬워 바라만 보았다. 그래도 다시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으니 내년 여름에는 묶을 수 있겠지. 그때 잘 사용하기 위해 천으로 된 파우치에 담아 고이 보관해 두어야겠다.


4. 오늘따라 마지막 수업 시간에 수업한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2학년 남자아이와 3학년 여자아이. 이렇게 두 명과 오늘 마지막 타임을 수업했는데 둘 다 볼이 포동포동하고 손가락이 짧고 하얗고 종아리도 오동통했다. 웃을 때 노란 앞니가 드러나는 게 너무 귀여웠다. 오늘따라 나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은 게 뭐가 그리 많은지 자꾸 나를 불렀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좋았다.


5. 그리고 내 책상 위에는 정면에 잘 보이도록 엽서가 한 장 세워져 있다. 얼마 전에 이탈리아 여행 에세이집을 직접 출판한 동생이 내게 자신이 찍은 사진을 엽서로 만들어 한 장 선물해 준 것이었다. 남녀가 널찍한 계단 난간에 앉아서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고 그들 앞으로는 주홍빛 노을이 지고 있는 풍경이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6. 오늘 여름휴가 일정이 나왔다. 7월 28일부터 8월 3일까지인데, 8월 4일과 5일은 내가 원래 쉬는 날이라서 사실상 9일의 휴가가 주어진 셈이 되었다. 어쩔 수 없는 집순이고 뚜벅이라서 돌아다니거나 여행하는 걸 즐기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국내라도 어디든 좀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직업 군인인 남동생이 있는 강원도에 숙소를 예약해 달라고 부탁해 두었다. 군인인 남동생 찬스를 써서 좀 저렴하게 숙박할 수 있을 것 같다. 달력에 빨간 색연필로 진하게 동그라미를 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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