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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별 Jun 16. 2024

걱정에 대하여

이기적인 내가 하는 걱정이란

<온통 나를 위한 걱정뿐인 이기적인 나>

"나 때문에 잘못되면 어떡하지?"

"내가 한순간 저지른 실수 때문에 문제가 커지면?"

"주워 담을 수 없는 말 한마디가 일파만파 퍼지고 와전되어 오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그렇게 되면...."


나는 걱정이 많은 편이다. 낯선 사람을 만나야 하거나 새로운 자리에 가야 할 때면 긴장을 하기까지 한다. 뿐만 아니라 익숙한 일상 속에서도 걱정하는 습관이 배어 있다. 극내향형인 성격 탓도 있지만, 솔직히 쓸데없는 걱정도 많은 것 같다.


이번 주제가 '걱정'이라서 곰곰 생각해 보니 나는 주로 '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가족을, 친구를, 지인을 걱정한다기보다는 오로지 내가 어떻게 될까 봐, 내가 잘못될까 봐, 내가 실수할까 봐, 전전긍긍 좌불안석이다. 나라는 사람은 자아가 너무 비대한 지, 그저 내가 다칠까 봐 슬플까 봐 위험할까 봐 걱정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봐 상처가 될까 봐 걱정하는 것 또한 따지고 보면 결국 다 내 걱정이다. 진심으로 상대방을 위해서 걱정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나 때문에 피해를 입으면, 혹은 상처를 받으면 결국 나에게 좋지 않은 상황으로 흘러갈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하는 걱정들.

이러고 보니 나는 나를 유리단지 모시듯 불안하게 안고 내치지도 못하고 던지지도 못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주지도 못하고 살고 있는 것 같다. 바보처럼. 그리고 타인을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 따위 안중에도 없는 사람.


그래서 좀 실망했다. 나는 걱정마저도 팔 할이 오직 나만을 위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걱정은 더 큰 걱정을 부르고 공상이 되어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상상케 한다. 걱정이 공상이 되면 피곤이 몰려온다.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치다가도 이거 내가 어떻게 손 쓸 수가 없구나, 미리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 체념하고 겨우 잠이 들곤 한다.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며 문제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먼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나의 평소 마음가짐이다. 그래서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일어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상황을 끊임없이 가정한다.


만약에 이렇게 되면, 만약에 저렇게 되면, 만약에 그렇게 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등등..


티베트에 속담에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가 있다던데 속담의 의미를 알면서도 걱정이 한 번 시작되면 멈추기가 어렵다.


하지만 나는 걱정이 백해무익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뭐든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면 물론 해롭겠지만 약간의 걱정이나 긴장, 불안은 살아가면서 유용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 두어야 조금이라도 더 안정이 되고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면 크든 작든 일정 부분 그에게 빚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걱정이 많아 자주 잠을 설치고 남들보다 좀 더 일찍 일어나서 챙기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걱정이 덜한 사람에게 자신의 걱정거리나 고민을 털어놓으며 걱정의 무게를 덜어낼 수도 있다. 실제로 내가 그렇기도 했고.


나처럼 걱정이 많은 사람은 주로 혼자서 고민과 걱정이 눈덩이처럼 자꾸만 불어나기도 하는데 그럴 때 타인에게 조금이라도 이야기해 보면 타인의 시선에서 객관화된 의견을 들을 수가 있고, 그러면 마음이 좀 놓인다거나 새로운 시각으로 상황을 볼 수도 있다. 또는 정말 걱정할 문제라면 함께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내가 하는 걱정은 "이렇게 놀면서 과연 소설을 쓸 수가 있겠냐."는 거다. "어찌어찌 쓴다고 해도 당연히 결과는 엉망진창이겠지."뭐 이런 비관적인 생각이 늘 주류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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