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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별 Jun 16. 2024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

과거의 나에게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

과거의 나에게


나는 아직도 너를 자주 생각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해 질 녘 나무 아래

우두커니 혼자 서 있는 네가 보인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네 머리카락이 흩날렸지만

너는 그런 것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오도카니 서 있다


나는 가끔 그런 네게 미안해

아직도 그곳에 혼자 서서

남몰래 울고 있을 네가 아파서

너를 혼자 두고 나만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것 같아

많이 미안해


이곳에서는 아무리 소리쳐 너를 불러도

네가 듣지 못하겠지

이곳에서 내가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너는 보지 못하겠지


시련이나 상처 슬픔이나 아픔

괴로움과 고통 이런 걸 견디고 나면

성숙해진다는 말 따윈 누가 한 걸까

더 단단해진다는 말 따위, 믿지 않을래 이젠


그냥 내 생각엔

과거의 나는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아

그곳에서 혼자 울면서

노을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것 같아

하늘만 바라보면서 구름이 흘러가는 것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

꽃잎이 떨어지는 것

그러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맹렬히 쏟아지는 것

그 비를 맞으며 너는 혼자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곤 한다


네 어깨에 손을 올려 토닥여주는 이 한 사람 없고

네 무거운 발걸음 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이도 없어

왜 비를 다 맞고 서 있냐며 등을 떠밀며 재촉하거나

옆에 서서 우산을 씌워 주는 이도 없지


그냥 너는 혼자다


어떻게 지내니?

그곳에서 여전히 아프니?

많이 슬프니? 어떠니?


다 알면서

이렇게 묻고 싶은 건

네가 너무 외롭지 않았으면 해서


나는 아직도 다 자라지 않은 것 같아

무엇을 견디고 극복하고 이룬 게 아니라

그냥 흐르고 흘러 이렇게까지 살아온 것 같아

빗물이 흐르면 강에 다다르는 것처럼

나도 그냥 이렇게 여기까지 온 것 같아

나는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아


나는 네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곳에서 네가 계속 혼자이지 않았으면 해

혼잣말 말고 노래하는 네가 되었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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