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
과거의 나에게
나는 아직도 너를 자주 생각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해 질 녘 나무 아래
우두커니 혼자 서 있는 네가 보인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네 머리카락이 흩날렸지만
너는 그런 것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오도카니 서 있다
나는 가끔 그런 네게 미안해
아직도 그곳에 혼자 서서
남몰래 울고 있을 네가 아파서
너를 혼자 두고 나만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것 같아
많이 미안해
이곳에서는 아무리 소리쳐 너를 불러도
네가 듣지 못하겠지
이곳에서 내가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너는 보지 못하겠지
시련이나 상처 슬픔이나 아픔
괴로움과 고통 이런 걸 견디고 나면
성숙해진다는 말 따윈 누가 한 걸까
더 단단해진다는 말 따위, 믿지 않을래 이젠
그냥 내 생각엔
과거의 나는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아
그곳에서 혼자 울면서
노을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것 같아
하늘만 바라보면서 구름이 흘러가는 것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
꽃잎이 떨어지는 것
그러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맹렬히 쏟아지는 것
그 비를 맞으며 너는 혼자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곤 한다
네 어깨에 손을 올려 토닥여주는 이 한 사람 없고
네 무거운 발걸음 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이도 없어
왜 비를 다 맞고 서 있냐며 등을 떠밀며 재촉하거나
옆에 서서 우산을 씌워 주는 이도 없지
그냥 너는 혼자다
어떻게 지내니?
그곳에서 여전히 아프니?
많이 슬프니? 어떠니?
다 알면서
이렇게 묻고 싶은 건
네가 너무 외롭지 않았으면 해서
나는 아직도 다 자라지 않은 것 같아
무엇을 견디고 극복하고 이룬 게 아니라
그냥 흐르고 흘러 이렇게까지 살아온 것 같아
빗물이 흐르면 강에 다다르는 것처럼
나도 그냥 이렇게 여기까지 온 것 같아
나는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아
나는 네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곳에서 네가 계속 혼자이지 않았으면 해
혼잣말 말고 노래하는 네가 되었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