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환별 Jun 16. 2024

내가 갖고 있는 스웨터

겨울을 기다리면서

<내가 갖고 있는 스웨터>

겨울을 좋아해서 스웨터도 좋아하는 것인지 스웨터를 좋아해서 겨울도 좋아하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겨울과 스웨터를 좋아한다.


코 끝이 시려올 때 꺼내 입기 시작하는 스웨터는 초봄까지 입기도 한다. 겨울은 생각보다 긴 계절이라서 난 스웨터를 많이 장만하고,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스웨터를 좋아해서 가장 좋아하는 스웨터를 무엇 하나만 딱 고르기가 어렵다. 스웨터가 많기 때문에 겨울이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올봄에도 옷장 정리를 다 하고 나서 까지 스웨터를 꺼내 입었다. 봄에 만난 친구가, 내가 입은 네이비 색의 꽈배기 스웨터를 보고 아직도 스웨터를 입냐며, 이런 날씨에는 더워 보인다고 할 만큼 되도록 늦게까지, 입을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스웨터를 입으려 노력했다.


보드랍고 포근하고 도톰하고 따뜻하고 무늬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듬직한 친구 같은 옷이라고 생각한다. 장작불을 피우거나 주전자를 얹은 난로를 가까이에 두고 흔들의자에 앉아 귤을 먹으며 책을 보거나 멍하게 있는 아늑한 내 모습을 상상할 땐 언제나 스웨터차림이다.


한겨울에 전기장판 없으면 잠들기 어렵듯이, 스웨터가 없는 겨울은 상상하기 어렵다. 스웨터는 겨울의 보호 장비 같은 건데, 너무 예쁘다.


올해도 스웨터를 입기 위해 겨울을 기다린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하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