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면서 화를 내본 기억이 거의 없다.
기억을 헤집어보면 화났던 순간들이
듬성듬성 떠오르긴 하지만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던 것 같다.
화를 낸 적 없다는 말이
그만큼 순탄한 삶을 살았다거나
내 성품이 퍽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의미하는 건 결코 아니다.
단지 누구를 진심으로 미워하는 게
미운 받는 것만큼이나 내게는 정말로 힘들기 때문이다.
그 감정 소모가 정말 지치게 할 뿐만 아니라
사실 그렇게 화낼 정도로 큰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기도 하고.
이런 마음가짐을 품고 살아가서인지
내게 도통 이해하기 힘든 일상들이 계속되고 있다.
잘못한 사람은 어딜 봐도 없는데
화가 잔뜩 난 민원인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만나곤 하니까.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화나게 만든 걸까.
생각해 보면 무례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아.
무례함을 당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지.
그들에게는 그 무례함이 일상이어서
자신이 무례한지도 잘 모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