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 들어와서 두 번째 회식을 했던 날이었다.
고기에 볶음밥까지 야무지게 먹고
무사히 회식을 끝 마치고 버스 타러 가는 길에
공익 친구와 얘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분명 할 얘기가 많을 텐데
나도 나이를 먹었다는 방증인 건지
하필 골라도 엉뚱한 질문을 골라버렸다.
"공익 끝나면 어떤 일 해보고 싶어요?"
질문의 온기가 채 식기도 전에
"저 공무원 준비하려고요."
라는 대답을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고 되물었다.
"공무원을 준비한다고요?"
돌아온 대답은 여전히 같았고
반복된 질문이 만들어낸
찰나의 침묵은 영원한 것처럼 느껴졌다.
조금은 혼란스러웠다.
내가 그동안 느꼈던 고단함은 착각이었던 걸까?
혹은 옆에서 지켜본다 한들
직접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없었던 걸까?
주변에서 그렇게 힘드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나는 여전히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있고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봐도
이곳에서 비교적 업무 난도가 낮은 일을 맡아서
나름대로 행복하게 근무하고 있다.
다만, 남들처럼 단단하지 못해서
껍데기조차 채 갖추지 못한 말랑말랑한 마음이
단단해지기까지의 과정이 조금은 더뎌서
그저 그만둘 용기를 내지 못할 만큼
단지 그만큼만 힘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