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아버린 물가를 감당하기 힘들어
매일 어디서 점심을 먹을지
같이 고민하던 주사님에게
이제는 도시락을 싸 오겠다고 통보해 버리고
아침마다 조금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챙겼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점심시간만 되면 도시락을 싸 온 꽤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허기를 달랜다.
이제는 제법 다른 동료들과 많이 친해졌기에
점심시간이 즐거울 거라 생각했고
한동안은 정말 즐겁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건 착각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왁자지껄 서로의 얘기를 주고받다가
누군가 내게 "주사님은 어때요?"
라고 묻기라도 하면
외향인들에게 간택당한 내향인이
한 곳으로 쏠린 모든 이들의 시선에
몸 둘 바를 몰라 쩔쩔매는 내 모습을 보고서.
일에서 잠시나마 해방되었으니
충전하는 시간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여전히 업무의 연장이어서
방전되는 시간이라고 해야 할지.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다 망가지는 기분.
사람들과 대화하는 거 정말 좋아하는 나인데
뭐가 그리 버거웠는지 점심시간만 되면
속이 얹힌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분명 가득 채우긴 채운 것 같은데
휘발유로 채웠어야 할 곳을
경유로 가득 채운 그런 느낌.
혼자 먹겠다는 말을 내뱉지 못해서
종일 끙끙대다 고백하듯
"점심은 혼자 먹어도 괜찮을까요?"
라며 힘겹게 털어놓았는데
점심때마다 아스라이 요동치던 감정들이
그제야 조금은 진정되는 것 같았다.
사람에 지쳐 혼자 먹는 선택을 한 나보다
겨우 이 한마디를 못 꺼내서
한동안 마음 고생했던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던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