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특출나게 남들보다 잘하는 게 없었다.
딱, 보통 혹은 평균이라는 단어게 걸맞은
그런 삶을 살아왔고 때로는 그 이하였기도 했고.
어떻게든 상대적으로 나은 거 하나 찾아보자면
포기가 남들보다 느렸다 그것도 아주 많이.
다르게 생각하면 꾸준하다고 할 수도 있는데
글쎄, 꾸준함이라는 말보다는
느리게 자살하는 중이라는 표현을 빌리자면
느리게 포기하는 중이었다고 말하는 게 낫겠지.
전에는 이런 건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어.
포기하지 않았기에 잃은 것도 많았으니까.
사실 포기하지 못한 이유도 그저 겁이 났을 뿐인데
내 삶에서 조금 멀어져서 되돌아보니
포기하려는 확신에 찬 용기보다
포기하지 못해서 뒷걸음치던 두려움이
내 삶에 도움이 될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아.
난 그 두려움조차도 노력해야 했지만.
도통 쓸데없는 말을 쓴 것 같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나는 앞으로도 글 쓰기든, 운동이든, 사랑이든
느리게, 더디게 포기할 거야.
포기가 느렸기에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을 테니까.
허구에 가까운 희망에 잠식되어
덧없는 이상을 좇는 돈키호테처럼 보일지라도.
실패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그 두려움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