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버렸다

by 단잠





요즘 나는 내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허울뿐인 숫자가 늘어서, 출근 준비를 하다 마주친 거울 속 나 자신을 봐서,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깊어져서 뭐 이런 일들도 그렇게 생각한 이유의 일부이기도 하겠지만 어른이 되어간다고 느낀 가장 큰 계기는 타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점점 없어진다고 느껴졌을 때였던 것 같다.

이 문장이 엉뚱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최근에 힘들어하는 지인을 보며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상대에게 마땅히 건넬 만한 위로가 없더라고. 난 이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괜찮냐고 물어보지 않는다. 비슷한 이유로 힘내라는 말도 이제는 하지 않게 됐다. 사실 삶에서 괜찮은 순간은 퍽 많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물어보는 사람도 괜찮지 않은 걸 알면서 물어보고, 대답하는 사람도 괜찮지 않으면서 괜찮다고 답하는 게 허례뿐인 무의미한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괜찮냐고, 힘내라고 말을 한다 한들 괜찮아지지도 않을 테고, 힘이 나지도 않을 테니까.

너무 어렵다. 한때는 어른이 된다는 건 철없던 시절에 비해서 원했든 원치 않았든 투박하기만 한 경험들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투명하게 읽을 줄 알아 타인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게 되기도 하고 관계 속에서 조금은 손해를 보더라도 그것마저 삶의 일부일 뿐이라며 자신마저도 넉넉히 위로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그런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의 나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썩 달갑지 않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알아버려서 체념하게 된다.

낯설다 이런 내 모습이. 좀 더 아름답고 수월한 문장들로 상대를 위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어른이 오히려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니. 내가 생각했던 어른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작은 위로를 입 밖으로 내뱉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어른이라니. 한편으로는 말을 아끼는 게 더 큰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아버린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하고.



어른이 되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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