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들과 오랜만에 술 한잔했다.
선거 때문에 볼 수 없었던 동기들도 보고
이날은 유독 더 즐거웠던 것 같았다.
이번 모임의 주된 얘깃거리는
누군가의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너무 부럽다는 말이 나왔다.
그 일방향의 사랑의 당사자는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다른 동기들은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고받는 사랑이었다면 좋았겠지만
반쯤 채워진 사랑일지라도 그것마저도 사랑이라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더라고.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부러울 수도 있는 거구나!
지금의 나는 잘 모르겠지만
이전의 나는 굳이 따지자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금사빠였다.
아니, 조금 더 세밀하게 파고들어 보자면
조금만 잘해줘도 금방 사랑에 빠져버리고
그 사랑이 쉽게 녹슬지 않는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사랑을 받는 건 바라지도 않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마저 이렇게 어렵다니.
그런 날이 별로 없는데 유독 공부가 잘되던 날에
문득 어떤 연락을 받고 나서의 내 행동을 보고
그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동생의 놀자는 연락에 동생이 보고 싶어서
부랴부랴 짐 싸서 만나러 가는 내 모습을 보고.
이렇게 사랑에 취약하니
시작을 두려워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