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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마니 Jul 21. 2022

리더연습

- 나도 팀장은 처음이라 -

지난해 9월, 나는 뜻하지 않게 팀장이 되었다. 팀장이라고 해봤자 팀원이 세명뿐인 작은 조직이지만, 그 무게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팀장이 될 당시의 복잡한 여러 상황도 있었고, 나 스스로도 준비가 덜 되어 있기도 했다. 약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매일매일이 고비다. 어쩌다가 질러버린 비싼 옷을 어울리지 않아서 입지도 못하고, 기한이 지나서 환불도 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랄까?

팀원들한테 너무 미안한 날도 있고, 몹시 실망스러운 날도 있고, 기특한 날도 있고.. 인간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감정의 스펙트럼을 다 경험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도 감정적인 인간이었다니!

팀장을 맡으면서 내가 제일 견디기 힘든 것은 실무자였을 때의 나와 비교하면서 생기는 답답함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정답은 아닌데 내 업무방식을 팀원들한테 은연중에 적용하려고 한 것 같다. 나는 업무에 있어서는 빨리빨리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느긋하게 업무처리를 하고 있는 팀원을 보고 있자면 '차라리 내가 할까?'라는 생각이 불쑥 든다.

리더는 사람을 통해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는데, 나는 그게 참 어렵다. 다른 사람을 통해 뭔가를 도모한다는 게 내가 직접 하는 것보다 마음이 불편하다. 평생 실무자로 썩을 팔자인가 보다.


환불불가 팀장 자리를 무사히 견뎌내기 위해, 무엇보다 팀원들을 위해서 좀 더 나은 팀장이 되기 위한 몇 가지 룰을 만들었다.

첫째, 기다림

지금으로서는 제일 힘든 부분인데, 시간을 충분히 주고 성과를 낼 수 있게 기다려 주는 게 첫 번째 원칙이다. 독촉하지 않고, 차분히 기다리자. 나의 조급증이 일을 망칠 수 있다. 개인에게는 자기에게 맞는 속도가 있으니, 나의 속도를 강요하지 말자. 속도보다는 방향이니까!

둘째, 빠른 의사결정

데이터가 쌓여야 결정이 빨라지는데, 아직 나는 팀장으로서 데이터 부족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도 묻고 싶은데, 팀원들에게 정답을 알려줘야 하는 입장이라니! 아직 너무 어렵다. 결과를 예측해서 옳은 방향으로 답을 정하는 일. 일단 틀린 결정을 내리더라도 거기서 교훈을 찾겠다는 심정으로 의사결정은 빠르게 해 보기로 다짐했다. 결과는 내가 책임지면 되니까!

셋째, 명확한 피드백

나는 남에게 싫은 소리를 정말 못하는 성격이다. 이런 내가 팀장이 됐으니, 맘에 들지 않는 게 있어도 끙끙 앓을 뿐이다. 성격을 고쳐야 한다는 것을 팀장이 되고 나서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피드백이 안될수록 나도 힘들고 팀원들도 힘들다. 그래서 요즘은 안 좋은 얘기를 좋게 말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 단계는 잘 못한 것, 잘한 것 명확하게 알려주는 연습도 필수다. 물론 팀원들의 피드백도 달게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하나에서 열까지 나는 아직 부족한 리더다. 실무자로서는 잘했을지 모르지만, 경험해보니 좋은 실무자가 좋은 팀장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팀장도 노력과 연습이 필요한 자리라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다.

마흔 살, 나도 어느덧 회사의 중간 위치에 올랐다. 선배들과 후배들의 딱 중간 정도 위치인데, 난 지금의 위치가 신입이었던 시절보다 더 헤쳐 나가기가 어렵다. 후배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팀장으로서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내야 하고, 선배들 눈치도 봐야 한다. 역시 돈은 괜히 많이 주는 게 아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리더의 자리, 좀 더 연습하면 좀 더 나아지겠지?


"나도 팀장은 처음이라"

팀장도 노오력이 필요해.

좀 기다려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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