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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마니 Jul 27. 2022

마흔 살의 노후준비

- 파이어족 할 수 있을까? -

마흔 살, 본격적으로 노후를 준비해야 할 시기다.

내가 몇 살까지 살 줄 알고, 노후를 준비해야 할까? 노후에는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노후 계획을 세우자니 참 불분명한 것 투성이다. 다행인 것은 나는 자녀가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변수가 줄어든다는 것, 나의 노후에는 나와 남편 둘만 놓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정년까지 일한다고 하면 둘이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은데, 문제는 나는 정년까지 일하고 싶지가 않다. 지금 나는 몇 년 안에 퇴사를 하겠다는 목표로 파이어족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더 빈틈없이 노후계획을 세워야 하는지도 모른다.


마흔 살의 파이어족을 준비하고 있는 나는 다행스럽게도 꽤나 알뜰한 편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마흔 살인 지금은 노후를 위해 수입의 70% 이상을 쓰지 않고 투자(?) 하고 있을 정도로 변했다. 내가 이렇게 변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돈을 벌기 싫어서'이다.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것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중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파이어족이라는 목표도 세운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유는 소비를 통해 얻는 즐거움이 과거보다 덜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무언가를 사고 싶은 욕구는 언제나 있는데, 그게 순간적이고 의미 없다는 것을 과거 소비의 경험을 통해 체득한 바, 이제는 쉽게 무언가를 사지 않는다. 물건이 주는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기 때문에.


노후준비의 시작은 자신의 생활비를 가급적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다. 그래야 은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계산할 수 있다. '파이어족이 온다(스콧 리킨스)'라는 책에 보면 은퇴 후 필요한 자금을 계산하는 방법으로 '4% 법칙'이라는 게 나온다. 이 법칙을 쉽게 말하면, 연간 생활비의 25배를 저축하고, 이 저축액에서 나오는 투자수익에서 매년 4%를 인출해서 생활비로 쓴다는 개념이다. 요즘같이 경제상황이 안 좋은 시기에는 적용하기는 힘든 법칙일 수 있지만, 처음 그 책을 읽었을 때는 막막했던 노후준비에 오아시스 같이 느껴졌었다.


그렇다면, 생활비를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보험료와 아파트 관리비, 통신비와 같이 정기적으로 들어가는 각종 필수 요금들과 식비, 의류비, 여가활동비 등과 함께 갑작스러운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생활비 계산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졌고,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를 알아야 비교적 정확한 노후계획을 세울 수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나면, 돈을 써야 할 데와 그렇지 않은 것을 스스로 분별할 수 있게 되고, 자연스럽게 생활비 계획을 현명하게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파이어족이 온다(스콧 리킨스)'라는 책에서도 '10가지 목록쓰기 훈련'이라는 게 나오는데, 매주 가장 즐겨하는(행복한) 10가지를 목록으로 작성해보라는 내용이다. 작성하다 보면 결국 어떤 일은 아예 돈이 들지 않거나, 어떤 일에 돈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맛있는 음식과 거기에 어울리는 술,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 한가로운 낮잠, 바람이 솔솔 부는 산책길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나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내가 계산한 우리 부부의 연간 생활비는 약 4천만 원이다. (월 3백만원X12개월, 비상금 4백만원,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을 감안해서 여유 있게 계산). 그렇다면, 앞에서 말한 계산법에 따라 4천만원의 25배인 10억원(주거비 제외)이 있어야 은퇴가 가능하다.

이게 정확한 계산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뭔가 목표치가 생기고 나니, 명확해지는 것들이 있다. 어느 정도 일을 해야 은퇴가 가능한지, 어디에 돈을 쓰고, 어디에 안 써야 하는지, 무엇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무엇인지와 같은 것들이다.


이제 노후준비를 위한 밑바탕은 그려졌다.

몇 년뒤에 난 파이어를 할 수 있을까?

내가 가고싶던 여행을 맘대로 떠날 수 있는 날이 올까?


노후준비 첫단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적어보기.

그 행복리스트에 돈이 드는지, 안 드는지 계산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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