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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bokenpier May 20. 2017

명분이 있어야 외교 재논의가 가능하다.

 반도에 위치한 한민족은 늘 외교가 국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곤 했다. 고려시대 서희의 외교 기술로 큰 노력 없이 영토를 확장할 수도 있었고, 반대로 조선시대에는 명·청 교체기에 병자호란을 겪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주변국들과의 중요한 외교적 결단이 있었고, 이에 대한 여론은 분열되어 있다. 특히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대선과 맞물리면서 파기 내지 재협상 논의가 나오고 있다. 특히 각 후보들이 표계산에 따라 입장도 대선 국면에서 수시로 바뀌었다. 국가 간의 약속인 외교적 합의사항에 대해 명분 없이 국내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합의된 외교적 약속을 바꿀 때에는 '국익에 따르는' 확실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단지 급격히 달라진 국내 여론과 정권교체 만으로 외교 입장이 급변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협상의 주체인 외교 당국은 국민의 신임을 위임받아 업무를 수행한다. 그만큼 외교 당국 간 합의는 관련 사항이 지속적으로 지켜진다는 것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외교 재협상과 파기는 어떤 형태로든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이런 비용을 감수한 합의 번복에는 국가와 국민의 공익 증진이라는 확실한 이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야 합의 번복에 대한 비용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쉽다. 상대 외교 당국을 설득하는 데에도 국익과 공익 추구가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가변적이고 모호한 특징이 있는 여론 추이, 특정 정파와 이해집단의 항의가 합의 번복의 주된 이유가 된다면 협상에 있어 불리해질 뿐만 아니라 협상 결과도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사드와 위안부 합의에 있어서 우리 외교 당국이 재협상의 명분을 갖고 있다. 우선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국익 손상이 막대하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보복으로 내수와 일부 수출업계는 경제적 타격을 입혔다. 반면 사드 배치에 따른 국가 안보 강화라는 이익은 모호하다. 사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이동식 발사 미사일에 대한 방어능력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사드 배치 이후 미국은 비용 부담을 우리에게 전가했다. 최소 1조 원으로 예상되는 사드 배치 비용에 대해 면밀한 이익 계산이 필요하다. SOFA 재협상과 국회 비준이 필요한 사안으로 국회 차원에서 비교 분석이 필요하다.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운영에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공식적인 사과에 따른 효용이 급감하고 있다. 합의 이후 일본은 성노예 범되에 대한 사과와 전혀 다른 언행을 보이고 있다. '위안부는 직업 매춘부이다'는 식의 발언이 정부·여당 주요 인사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합의 정신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한일 위안부 합의는 양국 외교장관 간에 이뤄진 것이어서 국제법상 구속력도 없어 합의 파기에 다른 추가 비용도 적다.


 국가 간의 외교는 철저한 힘의 논리로 진행된다. 한국은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에 둘러싸여 있으며, 북한 문제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열세인 국력 만으로 외교 무대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힘들다. 그러므로 외교적 명분을 갖고 국익을 최대한 늘리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논리적으로 결점이 없으면서 국익에 충실한 명분이 있어야 하고, 이로 인한 단합된 국내 여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위안부는 역사문제라 재협상이 되고, 사드는 군사문제라 곤란하다"는 식의 근시안적인 논리로는 외교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어렵다. 상대국 합의 미준수, 태도 변화 등을 지렛대 삼아  재협상 및 재논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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