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맛집 탐방기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세이 <랑게르한스섬의 오후>(1986)에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된 속옷을 볼 때 느끼는 작은 즐거움을 ‘소확행’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사람은 바삭한 햇볕에서 뒹구는 고양이를 보며 행복을 느낄 수도, 어떤 사람은 부드러운 식빵을 찢어먹을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소확행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나로 치자면, 맛있는 걸 먹을 때 행복함을 느끼는 편이다.
여행 중에 좋았던 순간 베스트를 하나 꼽자면, 미나미 맨션에 주인아주머니가 해주신 치킨 난반 정식을 먹었을 때다. 미나미 맨션에는 저녁 식사 서비스가 제공되었는데, 손님이 메뉴를 고를 수 있었다. 무척이나 배고팠기 때문에 한눈에 보이는 치킨 난반 정식을 시켰다.
잠시 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바삭한 튀김옷, 촉촉하고 부드러운 닭다리살과 짜지도 달지도 않은 타르타르소스에 짭짤한 특제 소스까지… 앉은자리에서 밥을 두 공기를 비워버릴 정도로 맛있었다.
이외에도 후쿠오카에서 맛있는 걸 많이 먹었다. 후지야 식당에서도 치킨 난반을 먹었는데, 가격도 750엔으로 저렴한 데다 양도 푸짐했다. 라쿠짱 본점에 900엔짜리 텐뿌라 정식은 백발의 노인이 고봉밥에 무심하게 튀김들을 올려주는데, 이 튀김의 바삭함이 끝내줬다. 배를 갈아 넣은 간장 소스에 찍어먹으면 그 중독성이 장난 아니었다. 이 주 간의 여행 동안 못해도 세 번 이상 먹은 것 같다.
스타벅스 롯폰마츠점이 있는 건물 1층에 위치한 ‘잇카쿠 식당’ 도 좋았다. 내가 갔을 때는 15분 정도의 웨이팅이 있었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밥이 리필 가능하다는 점이 좋았다. 가라아게는 바삭했고, 햄버그 스테이크도 부드럽고 촉촉했다. 지금 떠올려도 침샘이 폭발할 정도다. 다만, 여기는 메뉴판에 영어가 쓰여 있지 않아 일일이 파파고로 돌려야 하는 귀찮은 부분이 있었다. (오히려 로컬 맛집 느낌이라 좋을지도?)
또 하나는 스탠바이미 호스텔 근방에 있는 오코노미야 집인데 여기도 상당히 맛있었다. 잦은 간식 섭취로 인해 속이 꽤 더부룩한데도 꿀떡꿀떡 넘어가는 맛이었다. 이곳도 오호리 공원 근처에 머물게 된다면 다시 가볼 만한 곳이다.
그 외에 이치란 라멘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내 입맛에는 좀 짠 편이라… 물을 많이 넣어야만 했다. 개인적으로 그리 추천하는 곳은 아니다.
하루키는 ‘소확행’을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A Small, Good Thing>에서 따왔다고 한다. 직역하면 ‘작고, 소중한 어떤 것’인데, 어떤 경우에는 ‘소비는 확실한 행복’이라고 쓰기도 한다고 한단다. (과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쓰지 않고서는 어떤 것을 얻기가 쉽지 않다.)
그나저나 음식 얘기를 하다 보니, 상당히 배가 고프네요. 다들 점심은 드셨는지요.
여담. 요즘은 미디어에서 ‘소확행’이란 단어를 잘 쓰지 않는 듯하다. 한물간 유행어가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그만큼 삶이 퍽퍽하다는 의미인 것 같아 씁쓸하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