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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Oct 24. 2020

점심때 80여명 모이는 노인회는 상월분회뿐

[논산시 노인회 탐방] 이기창 상월면분회장

“우리가 자랑할 것은 하나, 점심식사때 80여명이 와서 두 차례에 걸쳐서 먹는 행복경로당예요. 아마 논산에서 상월이 최다일 겁니다.”  8년간 노인회장을 하면서 매주 동네잔치를 열어왔던 이장하 전임회장때 들었던 소리가, 그대로다. 

상월면 분회를 이끌어가는 양민석부회장, 이기창회장, 이창래 사무장(왼쪽부터~)


회장 못잖은 총무 역할 부각

 

대한노인회 논산지회 상월분회 이기창 분회장은 1942년생 79세이다. 산성리노인회장으로 봉직하다가 면 분회장으로는 작년 4월 12일에 취임하였다. 부회장 양민석(월오2리) 이기범(석종3리) 외에 실질적인 파트너로 올해 72세인 이창래 씨를 만나서 사무장으로 봉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렇게 새로운 진용을 구축했지만, 점심대잔치 전통만큼은 그대로 유지해가는 중이다. 


상월면은 26개의 법정리가 있다. 28개의 마을경로당과 상월면분회까지 합쳐서 경로당이 총 29개다. 이 경로당이 원활하게 소통하고 운영되자면 연락망이 최우선이다. 그래서 맨 먼저 구축한 작업이 총무시스템이다. 회장이 연로한 나머지 업무연락이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음을 간파한 이창래 사무장은 27개소 총무들을 모두 소집하였다. 총무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조직 명단에 회장은 물론 총무(사무장)의 사진과 전화번호도 병기하였다. 그 결과 “우리 동네는 연락을 못 받았어” 같은 소리가 이제 “경로당 일은 총무가 다 한다”는 말로 바뀌어 가고 있단다. 



주고서 되내놓으라는 고지식 행정


올해 이기창 분회장은 사무장과 함께 27개소 동네경로당을 순차적으로 돌려 계획하였다. 이 계획뿐 아니라 각종 프로그램도 대부분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온나라가 코로나에  발목이 잡혀서다. 문제는 문제를 불러왔다. 경로당 문을 열지 못하다 보니 시청에서 받은 400만원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연말이 가까워 오는 시점에서 이제는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아니, 반납을 왜 해? 나라에서 재난지원금도 주는 판국에 노인들 쓰라고 준 돈을 시청에서 다시 뺏어간다니, 이게 말이나  돼?” 동네에서 난리가 아니란다. 수고료 받기는커녕 걸핏하면 사비까지 써야 하는 경로당 회장들은, 이제는 자칫 무능하다 소리까지 들어야 할 판국이다. 인터뷰 현장에 동석한 양민석 부회장(월오2리 경로당 회장)의 목청이 높아간다. 가령 밥을 못 해먹으면 떡이라도 해서 돌리고 하여 코로나로 인한 침체된 분위기를 다소라도 쇄신할 수 있다. 그러면 되는 걸, 시청에서는 융통성 없이 경직된 행정만 요구하니, 차제에 “시 차원에서 통큰 결단을 내려주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한다. 


식구가 넘치는 점심때면 꽃할배들 맹활약


상월판 오병이어, 12만원에 80명 잔치


경로당의 이야기 대부분은 돈 문제로 귀착된다. 코로나 이전에도 점심식사비는 딸렸다. 매월 50만원, 그러니까 매주 12만원으로 80여 명이 공동식사를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금액이다. 다행히 지역내 5명 정도가 매월 크고작은 후원금을 정성껏 내주고 있다. 지로로도 내고, 때에 따라서는 식자재, 주류 등 현물로도 챙겨갖고 오는데 그렇다고 해서 회장이 손 놓고 있을 만큼 넉넉한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다소 어려웠지만 코로나 이전까지 문을 닫거나 축소 진행하지는 않았다. 친목도모에 매주 한번 한끼 밥처럼 좋은 게 없음을 절절히 느껴와서다. 이날은 서로 동네 소식 전해주는 소식통이 되어준다. 잘 나오던 회원이 어느날 안 보이면 안부를 묻고 면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서 동네에 가 전해주기도 한다. 상월노인회 행복경로당의 매주 동네잔치는 ‘동네천국’의 다른 이름이다. 


이런 친목만으로도 부족하다고 느껴서 올해는, 그 동안 거의 못했던 면단위 단합대회 여행을 계획했다. 여유 예산이 없으니 자비부담을 원칙으로 하되, 어려운 분들은 찬조금 등으로 잘 하면 가능할 거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역시 코로나로 인하여 보류중이지만, 동시대 동지역민끼리의 대동단결 정신이 생생 살아 있다는 증표다. 



100세 어르신에게 큰절하는 동네잔치 


더 이상 자랑거리가 없다고 하길래 ‘경사소식 같은 것은 없는지’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 100세 노인 생일잔치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상월면에는 현재 100세 이상 어르신이 두 명이다. 김영철 옹. 올해 102세로 계룡산 국사봉 아래마을 대명2리에 사신다. 그 동네 김완수 이장의 부친이며, 정인수 모친은 96세로 그야말로 백년해로하는 노부부이다. 


또 한 분은 작년에 산성리 동네잔지로 100세 잔치를 윤정구 할머니다. 작년 어버이날 백세기념 마을잔치가 벌어져 품바공연도 벌어졌다. 뒷풀이는 노래방까지 이어졌다. 

100세 할머니 이야기는  이상용이 진행하는 TJB  “촌거동락 프로젝트-여기가 대한민국”에도 방영되었다. 마을 최고령 어르신 윤정구 님을 모시고 사는 이기창 김사중 부부는 효부상도 받았다. 삼시세끼 새 밥을 지어 공경하기 때문이다. 


한편 윤정구 어르신은 2018년 9월에 열린  한글대학 어르신들 한글 백일장에서 글행복상(최고령 어르신)을 받았다. 그해 봄 입학한 99세 어르신은 수료식에서도 건강한 모습으로 수료장과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기창 회장 집안의 효도 이야기는 슬하의 4남매로 대를 이어가는 듯하다. [제목] 우리 아버지로 말할 것 같으면........ [본문] 아! 내 아버지! 우리 아버지! 멋쟁이 아버지! 그 어떤 배움과 학식을 갖춘 지성인도 내 아버지만큼 존경한 적이 없다..... 

이렇게 시작되는 사부곡(思父曲)은, 연세대교수인 이용흠 차남이 아버지에게 띄우는 글 첫부분이다.

산성리 윤정구 어르신의 100세 생일잔치. 온동네 사람들 절을 받은 할머니는 이상용 진행하는 TJB에도 출연하였다.

[나의 사부곡思父曲]

내 아버지로 말할 것 같으면........


 - 이용흠(연세대교수)


아! 내 아버지! 우리 아버지! 멋쟁이 아버지!

그 어떤 배움과 학식을 갖춘 지성인도 내 아버지만큼 존경한 적이 없다. 

내 아버지의 인생과 삶의 여정 속에서 가난과 역경이 늘 아버지를 괴롭게 하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 같은 막막한 젊은 날에 가난한 홀어머니의 장남으로 힘들고 괴로울 뻔도 한데, 아버지는 늘 정직하셨고, 근면 성실하셨다. 이런 아버지의 모습은 책에서 배운 도덕과 윤리보다 자식들에게는 교과서보다 더 상위 버전의 모범 답안이었다. 


아버지께서는 “자식들 덕에 배움이 적은 데도, 여기저기서 감투도 쓰시고, 대접해준다”고 하시지만, 오히려 그런 아버지 덕에 자식들이 더 덕을 보는 듯하다. 아버지 덕으로 우리 4남매 사회에서도 잘 살고 있고, 아버지의 삶을 본보기로 열심히 살다보니 아버지처럼 사는 삶이 쾌 멋지고, 행복한 인생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내 아버지보다 많은 지식과 학식과 경제력을 갖춘 나조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내 아버지의 그 깊고, 고귀한 삶의 철학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것이 부끄럽고, 죄송할 뿐이다. 내 삶이 아버지의 삶과 같을 수는 없으나, 아버지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임을 자인한다. 그만큼 아버지께서는 없지만 더 많은 것을 가지셨다. 배움이 작지만 더 많은 것을 진실하고 성실한 삶을 통해 배우셨다. 말과 행동에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솔선수범하시는 봉사정신은 내가 결코 따라할 수 없는 아주 “우아한 멋짐”이다. 


내 아버지는 <‘멋’을 아시는 분>이다.  어떻게 일하는 것이,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어떻게 돈을 버는 것이, 어떻게 돈을 써야 하는지를 늘 생각하시고, 실천하시는 “생각하는 철학자”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많은 일도 아주 멋지게 해내신다. 지역 주민들 간에도 특유의 근면성실함으로 남들과 소통하고, 배려하며 존중하면서도 마을발전에 관련된 일이나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기필코 이뤄내시는 성품을 갖고 계신다. 이러한 성품 탓인지, 늘 무엇 때문에 바쁜지도 모를 만큼 동분서주하신다. 그래서 늙을 시간도 부족하시다. 어느 젊은이보다 생각이 진취적이고, 긍정적으로 행동하시는 것이 아마도 젊게 사시는 비결인 듯하다. 


이런 아버지를 볼 때마다, “아! 정말 살아 있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절실히 배운다. 나도 내 아버지가 살아오셨던 것과 같이, 그런 멋진 인생을 꿈꿔본다. 

2020년 10월 19일    아버지 삶을 동경하는 아들.



위 글은  『놀뫼신문』 2020-10-21일자 2면에 실렸습니다.

https://nmn.ff.or.kr/18/?idx=5163829&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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