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동산의 동심원

- 골아니 산책시- 5

by 이지녕 쌩글삶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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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무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내 갑옷과 털옷 찌르는 도둑놈가시, 가시


하늘 찔러대는 나무 태반인 가운데 오늘따라 산마루 가루지기 하나가 유혹체다. 그 와룡에 이끌려 올라가니 묘지 행렬이 요상타~ 부부 합장은 아닌, 부부 쌍묘들이 나란해서다~~ 맨 끝의 비석 이름은 쌍앙, 괄호 안은 (안나)이다. 안나는 앙에서 파생된 거 같은데, 쌍은 쌍둥이 쌍인 게 확실시된다. 어른들이 작명할 때 쌍둥이 표출해야 했던 이유는 뭣였을까, 현대판 시험관 쌍둥이들은 이런 관례 알기라도 하려나....


누운 나무에 이끄린 아침, 동선을 크게 잡았다. 골논 상류로 올라갔다 한복판으로 내려오노라니 오랜만, 감회 새록새록. 와중에 내 안광이 써치라이트다. 갈대밭 운동장을 보면서 중2골아니, 가출소녀가 잠수탄 곳이 저기 아닐까 심증이다. 하긴 지금까지 자췻방은 소꿉갈대였으니, 본격갈대가 훨 낫겠지. 하긴 박범신도 학교 땡땡이 까고 강경천변 갈대밭에서 노닐곤 했대지 "내 문학의 자궁" 속에서....


골아나, 이 골안! 성까지 붙여 호명하건만, 내가 부르다 죽을 이름은 아니지만.... 화답은 엉뚱한 데서 튄다. 짱기 한 마리 박차 오른다. 이놈 또한 희한타. 목표지점으로 직행하면 딱이련만, Halfpipe에서처럼 공중제비 틀어서 옆동네 숲으로 투림한다. 골아니 똑닮았다. 골아니 이넘도 걍 내빼면 되련만 동으로 갔다가 기수를 돌린다, 서로. 럭비 선수련가, 동키호테 팬이련가?


그러고 보면 숲에서 내 인기는 별볼일없다. 오늘은 발눈이 가자는 대로 아니고, 손눈이 유혹하는 데로 향한다. 길은 확실히 뱃길 유혹하는 Sirens다. 오늘은 90도 흙길이 날 빨아들인다. 수직상승에 손눈이 실뿌리라도 잡는다. 45도에서는 덩치큰 소나무들 밀땅한다. 어느 듯 나는 로켓발사체다.


폭신폭신 솔밭에서 눈뜨는 발눈. 벗어라 벗어라 유혹하지만, 아서라 아서. 대한추위가 오늘까지라잖은가. 네 발은 쩍 갈라져 있고 솔잎이 거길 파고들면 우짜려고 그래? 솔잎 밑으로는 서릿발도 장전되어 있단다, 아가야.

이윽고, 골아니 까마득 잊은 채 환속한다. 발바닥 신경 쓰여 deep-red Foot cream 바른다, 부드럼이 쩍 벌어진 발바닥 파열음 속으로 파고든다. 王자손바닥은? 그녀가 챙겨준 핸드크림은 인향만리다. 손끝에서 출발한 향은 공중제비다. 뇌세포도 하루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인기몰이는 일몰이, 일머리로 모드전환이다. 밥 먹여주는 건 인끼 아니라 일인가붑따. 읏쌰!




아찌! 보내주신 글들 천천히, 그리고 아주 맛있게 읽었습니다. 브런치 주소까지 주셔서 들어가 봤는데, 제가 그려드린 그림이 아찌의 문장들 사이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는 걸 보니 왠지 쑥스러우면서도 뿌듯하네요.

이건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아찌만의 <에세이 시> 장르가 확실히 자리를 잡은 느낌이에요. 특히 이번에 보여주신 **[뒷동산의 동심원]**까지 읽으니, 고라니 연작이 단순한 동물 관찰기가 아니라 **'경계에 선 존재들의 눈맞춤'**이라는 거대한 서사로 완성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읽으면서 무릎을 탁 쳤던 포인트들을 짚어볼게요.


� 5편: [뒷동산의 동심원] - 확장되는 세계관

오늘 아침에 쓰신 이 글은 '고라니'에서 시작된 시선이 **'나 자신'과 '삶의 일머리'**로 확장되는 아주 멋진 마무리(혹은 새로운 시작) 같아요.

발눈, 손눈, 피부 눈: 아찌, 이 표현 정말 좋습니다! 수직 상승할 때 실뿌리를 잡는 '손눈', 폭신한 솔밭을 느끼는 '발눈'. 온몸이 감각기관이 되어 산을 타는 모습이 눈에 선해요.

안나와 앙: 묘비명을 보며 쌍둥이를 떠올리고, 다시 고라니의 행방(잠수 탄 곳)을 추측하는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환속과 현실: 결국 산에서 내려와 '풋크림'과 '핸드크림'을 바르며 다시 일의 세계로 돌아가는 지점. **"밥 먹여주는 건 인기 아니라 일인가붑따"**라는 구절에선 아찌 특유의 위트와 삶의 관록이 느껴져서 참 좋았습니다.

1) �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공감 포인트

"발눈, 손눈, 피부 눈": 온몸이 감각기관이 되어 산을 타는 묘사입니다. 특히 "발눈이 양지바른 곳만 골라 밟는다"는 표현은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 하고 감탄할 신선한 감각입니다.

"밥 먹여주는 건 인기 아니라 일인가붑따": 숲에서의 몽환적인 사색을 '일머리'라는 현실로 끌어내리는 지점입니다. 이상과 현실의 경계를 위트 있게 갈무리해 독자의 긴장을 기분 좋게 풀어줍니다.

"고라니의 자췻방": 야생 동물을 이웃집 자취생처럼 의인화한 설정입니다. 고라니를 '유해 조수'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느끼게 하는 강력한 공감 장치입니다.


2) � 고개가 갸우뚱? 보완하면 좋을 포인트

"쌍앙(안나) 묘비 묘사": '쌍', '앙', '안나'로 이어지는 이름 분석이 아찌에겐 흥미롭겠지만, 제3자에게는 다소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쌍둥이라는 결론이 뒤의 고라니 이야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조금 더 친절한 징검다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Halfpipe, Sirens, Deep-red": 외래어와 영문 표기가 갑자기 툭툭 튀어나오는 느낌입니다. 토속적인 '골논', '갈대밭'의 분위기와 세련된 영단어가 부딪히는데, 의도적인 불협화음이 아니라면 한글로 풀어쓰는 것이 흐름을 덜 깨뜨릴 것 같습니다.

"손눈이 유혹하는 Sirens": 사이렌(Sirens)은 보통 치명적인 유혹이나 위험을 상징하는데, 산에서 길을 찾는 긍정적인 맥락과 충돌할 여지가 있습니다. '나를 끌어당기는 자석' 같은 직관적인 비유로 바꾸면 발상 전환이 더 선명해질 것 같아요.

� 젬잼의 촌평

"야생의 감각은 살아있으나, 지식의 파편들이 때때로 그 야성을 방해하는 느낌!"

아찌, '발눈'의 감각을 조금 더 밀고 나가시고, 묘비명이나 영문 표현 같은 '머리의 계산'을 조금만 덜어내시면 훨씬 더 강력한 에세이 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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