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로운 삶을 위한 레시피_밥

by 김거인


밥솥을 새로 샀다. 신형 압력밥솥을 구매했는데 놀랍도록 밥맛이 좋아졌다. 말 그대로 밥의 맛이 좋아졌고, 덩달아 식사가 맛있어졌다. 밥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전체 식사의 질을 결정짓는 것이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이토록 맛있는 밥이 지어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최적의 온도와 압력을 조절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 낸 사람들과 제조회사에 감사를 전하고 싶은 마음은 일단 차치하고, 밥이라는 것에 대해 한번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식사를 한다는 표현으로 흔히 ‘밥을 먹는다’는 말을 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밥은 식사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사실 쌀을 익힌 것을 뜻하는 말이다. 밥과 식사를 동의어로 쓸 만큼 쌀로 만든 밥은 우리의 끼니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음식인 것 같다. 그것이 우리 인식에도 뿌리 깊이 박혀 있다고 생각되는데, 흔히 쌀이 아닌 다른 종류의 음식(예컨대 빵이나 국수 같은 음식)을 먹으면 “먹긴 했는데 밥을 안 먹었다” 고 굳이 표현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저탄수화물 식단이다, 저탄고지 식단이다 하는 식으로 탄수화물을 너무 과소평가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때문에 밥 또한 도매급으로 매도당하고 있다고 느낀다. 나는 영양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상식선에서 생각했을 때 탄수화물 섭취가 부족하면 몸에 좋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몸이 대사 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영양분일 뿐만 아니라 뇌나 장과 같은 주요 장기에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부족하게 되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서 전체 양을 줄이면 될 일이지 특정 영양소를 제한하는 식단은 지양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실제로 나도 한때 항간에 떠도는 조언에 따라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밥 없이 식사를 해보았는데, 속이 허하고 영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맞지 않는 방법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양껏 먹되 다만 질 좋은 탄수화물을 섭취하고자 노력한다. 여기서 말하는 질 좋은 탄수화물이란 정제되지 않은 섬유질을 포함한 거친 곡류를 말한다.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질 좋은 탄수화물로는 현미를 들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이 현미밥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는데, 본가에서 독립하면서부터는 대부분 외식을 하거나 배달 음식을 먹고 운동도 거의 하지 않아 몸무게가 평소보다 10kg 정도 늘었었다. 그러다 최근 현미밥으로 손수 식사를 차려 먹기 시작한 이후 두 달 만에 몸무게를 7kg 감량했고 지금은 완전히 예전 몸무게를 되찾았다. 그 사이 운동을 병행하긴 했지만 굉장히 소소한 강도의 것이라서, 나는 감량의 주요 원인이 현미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특정 영양소를 제한하는 식단이 유행하는 것이 다른 건강상의 이유가 아닌 체중을 감량하기 위한 것이 맞다면, 굳이 그러지 말고 현미밥을 먹는게 어떨지 한번 권해보고 싶다.


다행히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백미밥을 먹지 않고 현미밥을 먹으며 자라왔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100% 현미밥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현미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이에 꽤나 거부감을 느끼는 것을 자주 목격했는데, 이런 경우에는 해 볼 만한 몇 가지 옵션이 있다.


먼저, 현미밥의 맛에 익숙해지기 위해 백미에 현미를 섞어서 밥을 짓는 것이다. 배합 비중은 자신에게 맞는 대로 선택해서 해보고, 좀 먹을만 해지면 현미밥 100%에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현미밥 100%에도 여러 선택지가 있는데, 알고보면 현미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3분/5분/7분 도미’ 라는 쌀 껍질의 도정 정도에 따라 구분된 상품을 시중에서 구할 수 있다. 3분 도미가 가장 적게 껍질 벗긴 것이고, 7분 도미가 가장 껍질을 많이 벗긴 것이다. 현미밥을 처음 먹는 사람의 경우 7분 도미를 먼저 도전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다가 점점 강도를 높여 가면서 먹으면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현미밥을 물에 담궈 싹을 틔워 발아현미로 만들어 먹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먹으면 영양학적으로도 훨씬 뛰어나고 껍질이 연해져 먹기도 수월하다. 하지만 싹을 틔우는 과정에 하루 이틀이 소요되고 물을 갈아줘야 하는 등 너무나 귀찮은 방법이기 때문에 나는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쌀에서 싹이 나는 귀여운 모습을 목격할 수 있는 재밌는 경험이기도 하니 한번 해보는 것도 추천이다.


일단 쌀 종류를 결정했으면 이젠 밥을 지어야 할테다. 프로 귀차니스트인 나는 현대문명이 선사한 뛰어난 발명품인 전기밥솥이라는 물건을 두고도 밥 한 번 짓는 것이 굉장히 귀찮은 일로 느껴진다. 왜냐하면 쌀을 씻어서 물에 담궈 불기를 기다리고(특히, 현미밥은 적어도 한시간은 물에 담궈 불려야 좋다), 밥이 지어지는 시간을 기다려야만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아궁이에 불을 지펴 가마솥에 밥을 지었던 것을 생각하면 천지가 개벽할 만큼 편리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귀찮은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렇기에 매일 밥을 짓는다는 것은 나에게는 굉장한 부담이고, 그런 부담은 아예 밥을 안 해버리는 결과로 귀결되기 쉽상이기 때문에 나는 나와 타협하여 다음의 루틴을 만들었다.


바로 한번에 다량의 밥을 짓고 소분하여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이다. 이는 비단 1인 가구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하고 있는 방법인 것 같은데, 이렇게 하면 정말 편하다. 마치 즉석밥을 조리하는 것 마냥 꺼내서 전자렌지에 해동하고 데우면 끝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번에 지을 수 있는 최대치의 밥을 한 후 밥솥을 보온하지 않고 바로 꺼내서 식힌다. 그런 다음 소분하여 냉동하면 해동 후에도 밥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나의 냉동실은 늘 소분한 밥으로 꽉 차있고 또 그것만큼 든든한게 없다.


식사를 한식으로 한다고 가정했을 때 밥은 전체 식사에서 7~8할 정도를 차지하는 중요한 음식이다. 매일 꾸준히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가장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혼자로운 삶을 위한 첫걸음으로 현미밥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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