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누가 더 힘들고 덜 힘들고는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다 힘들다! 하지만, 특히 더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상황을 들어보면, 나는 그들보다 훨씬 나은 상황에 있다. 지금 같은 백수이긴 하지만, 나는 내 자의로 선택했을 뿐더러, 원한다면 다시 취직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뭐, 꼭 재취직을 안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대학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 백수 기간을 나름 맘 편히 즐길 수 있는 입장이다.
그래서 나는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에 신청했다. 나는 이 기간에 이러이러한 일들을 새로 해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뭘 할까? 서로 소통하면서 하면 더 재밌겠다! 라는 생각. 근데 다른 분들의 상황을 듣고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아- 정말 주제넘은 생각이지만, 내가 어떻게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백수가 되면 자기 스스로에 대해 의식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많아진다. 직장 생활을 할 때를 생각해보면, 평일은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행하느라 말 그대로 정신 없이 지나간다. 그리고 주말이 되어서야 그나마 자신만의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백수는 평일이나 주말이나 항상 나 스스로의 시간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시작해야 할 업무가 없기 때문에, '오늘은 뭘 해야할까?'를 스스로 의식하며 보내야 한다. 매일 회사 생활에 바쁜 사람들은 '와- 좋겠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텐데, 뭐든 그렇듯 스스로의 시간도 지나치면 독이다. 무엇보다 외롭다. 아침에 눈을 뜨면, 웬만한 주위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시작하기 바쁘다. 그렇지 않은 나는 혼자만 붕 뜬 느낌이 들고, 그래서 어느 단체에나 얼른 속하고 싶어진다. 애인이나 가족이 있어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 상대방도 결국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기에 항상 옆에 있어주진 못한다. 회사를 다닌다면 이런 감정에 빠질 틈도 없이 얼른 출근해서 일을 시작하겠지만, 뭐, 백수는 일어나서 외로움을 느끼는게 첫 일과이다.
피아노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마주친 사람들 중 한 명도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River flows in you 진도를 다 마치고 뿌듯해서 그런가?
요즘 새로 배우는 피아노, 댄스, 스포츠마사지, 그림 등 이렇게나 잘 가르쳐주는 선생님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회사 다닐 때 잠깐 다니던 미술 수업에서 재능있다고 칭찬해준 선생님의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그림을 그리고 싶도록 만들어 준다. 초등학생 때 피아노 대회에 나가기 무섭다고 울 때 토닥이며 같이 울어준 피아노 선생님에게 아직도 감사하다. 항상 나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향을 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 나에게 놀라움과 영감을 주는 그림, 음악, 게임을 만들어준 사람들이 있다.
대화 한 번 안 해본, 단순히 길을 걸어가다 마주친 사람들에게서도 배우는 점들이 있다. '와, 저렇게 입으니까 정말 멋있다!', '정말 꾸준히 운동하나보다 대단하다!' 등등.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 중 나랑 특정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더욱 더 특별하다. 더 자주 보고, 더 자주 얘기하면서,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서 무언가를 느끼고 배우고 닮아간다.
내가 만난 사람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다행이다. 나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