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감사 일기 (3)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by 이한솔

1. 니트컴퍼니라는 좋은 프로젝트를 개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00일 동안 꾸준히 정해진 업무를 하는 '카카오프로젝트100'이라는 활동이 있다. 이 중 니트컴퍼니라고 해서 백수 생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상의 회사 프로젝트가 있는데, 100일 동안 자신이 무얼 하겠다! 라고 정한 업무를 9-6 출퇴근 시간에 맞춰 꾸준히 하는 것이다. 동일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마침 나도 백수가 되었으니 신청했다! 그리고 며칠 전 첫 온라인 모임를 가졌다. 그리고.. 생각보다 백수라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나도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약과였구나 싶다. 각자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하는데, 학부나 대학원을 졸업한지 얼마 안된 취준생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 꽤나 긴 시간의 백수 생활로 무기력하고, '내가 어디 들어갈 수나 있을까' 라는 자포자기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심적으로 너무 힘들고,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아무 것도 안될 것 같아서 신청했다고 한다.


Screen Shot 2021-03-18 at 4.35.08 PM.png 이런 프로젝트를 생각해낸게 참 대단하다!


누가 더 힘들고 덜 힘들고는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다 힘들다! 하지만, 특히 더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상황을 들어보면, 나는 그들보다 훨씬 나은 상황에 있다. 지금 같은 백수이긴 하지만, 나는 내 자의로 선택했을 뿐더러, 원한다면 다시 취직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뭐, 꼭 재취직을 안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대학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 백수 기간을 나름 맘 편히 즐길 수 있는 입장이다.


그래서 나는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에 신청했다. 나는 이 기간에 이러이러한 일들을 새로 해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뭘 할까? 서로 소통하면서 하면 더 재밌겠다! 라는 생각. 근데 다른 분들의 상황을 듣고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아- 정말 주제넘은 생각이지만, 내가 어떻게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백수가 되면 자기 스스로에 대해 의식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많아진다. 직장 생활을 할 때를 생각해보면, 평일은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행하느라 말 그대로 정신 없이 지나간다. 그리고 주말이 되어서야 그나마 자신만의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백수는 평일이나 주말이나 항상 나 스스로의 시간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시작해야 할 업무가 없기 때문에, '오늘은 뭘 해야할까?'를 스스로 의식하며 보내야 한다. 매일 회사 생활에 바쁜 사람들은 '와- 좋겠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텐데, 뭐든 그렇듯 스스로의 시간도 지나치면 독이다. 무엇보다 외롭다. 아침에 눈을 뜨면, 웬만한 주위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시작하기 바쁘다. 그렇지 않은 나는 혼자만 붕 뜬 느낌이 들고, 그래서 어느 단체에나 얼른 속하고 싶어진다. 애인이나 가족이 있어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 상대방도 결국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기에 항상 옆에 있어주진 못한다. 회사를 다닌다면 이런 감정에 빠질 틈도 없이 얼른 출근해서 일을 시작하겠지만, 뭐, 백수는 일어나서 외로움을 느끼는게 첫 일과이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많은 백수들의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신청했으니까. 다음 주 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실제로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 이런 프로젝트를 개설해준 매니저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리며,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2. 준비성이 철저한 성격인 나 스스로에게 감사합니다!


댄스 학원에 다닌 지 이제 2주가 되었다. 이번 주에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시작했는데, 아- 춤이 어려운건 둘째 치고 애초에 댄스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 수업 시간만으로는 같이 따라 출 수도 없다!! ㅋㅋㅋ 근데 바로 이틀 뒤에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찍는댄다. 물론, 영상에 출연하는게 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새로운 도전의 기간에 최대한 많은 것을 해보고 싶다. 그래서 영상 촬영에서 빠지겠다고 하면 분명 엄청 후회할 것이다. 다행히 수업이 끝날때 영상을 찍어서 올려줘서 그걸로 복습할 수 있다.


방에서 구슬땀을 흘려가며 연습했다. 영상 배속을 조절해가며 아주 열심히 따라했다. 댄스란 참 신기하다. 오래 하지도 않은 것 같고, 격렬하게 움직인 것 같지도 않은데 엄청 땀이 난다. 내 몸이 그만큼.. 고생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노래에 맞춰 같이 출 수 있을 정도로는 연습했다. 몇 시간 걸렸으려나..


그리고 촬영날에 무사히 촬영했다! 실제로 영상을 보면 많이 어색하겠지만 ㅋㅋㅋ 뭐, 발전해 나가야지! 곡에 맞춰 다른 사람들과 따라서 춘 것 만으로도 엄청 뿌듯하다. 연습을 안했으면 '아, 저는 이번에 영상에서 빠지겠습니다 ㅎㅎ' 하기 바빴을 것이다. 욕심이 많은 나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욕심을 이루기 위해 힘들어 하면서도 아주 열심히 준비한 나 자신에게 감사하다!


내가 이렇게 댄스를 배우게 될 날이 오다니.. 정말 신기하다. 영상 올라오면 봐야지! 보고.. 보고 개선해야지..


KakaoTalk_Photo_2021-03-18-16-46-16.jpeg 댄스 학원 끝나고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 요즘 이 뷰를 상당히 자주 찍는다!




3. 나를 성장시켜주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


피아노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마주친 사람들 중 한 명도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River flows in you 진도를 다 마치고 뿌듯해서 그런가?


요즘 새로 배우는 피아노, 댄스, 스포츠마사지, 그림 등 이렇게나 잘 가르쳐주는 선생님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회사 다닐 때 잠깐 다니던 미술 수업에서 재능있다고 칭찬해준 선생님의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그림을 그리고 싶도록 만들어 준다. 초등학생 때 피아노 대회에 나가기 무섭다고 울 때 토닥이며 같이 울어준 피아노 선생님에게 아직도 감사하다. 항상 나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향을 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 나에게 놀라움과 영감을 주는 그림, 음악, 게임을 만들어준 사람들이 있다.


대화 한 번 안 해본, 단순히 길을 걸어가다 마주친 사람들에게서도 배우는 점들이 있다. '와, 저렇게 입으니까 정말 멋있다!', '정말 꾸준히 운동하나보다 대단하다!' 등등.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 중 나랑 특정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더욱 더 특별하다. 더 자주 보고, 더 자주 얘기하면서,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서 무언가를 느끼고 배우고 닮아간다.


내가 만난 사람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다행이다. 나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전 03화백수의 감사 일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