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튀김보다 훨씬 맛있다.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튀김은 다 맛있다는 얘기인데 신기하게도 샌프란시스코나 그 주변은 맛있는 돈까쓰를 만드는 일식집이 드물다.
As B-dama 는 남편 사무실 옆에 있는 작은 마켓플레이스에 일년전 쯤 생긴 일본식 가정식 푸드코너이다. 원래 다른 동네에 있었던 B-dama 는 타파 스타일 위주의 작은 이자까야였는데, 결혼전에 종종 친구랑 따끈한 사케한잔에 조개술찜이나 은행구이같은걸 먹으러 가곤 했다. 좋아하는 집이었는데 어느날 소리소문 없이 문을 닫아서 섭섭했다가 작년 이 마켓플레이스에 다시 간판을 내건것을 보고 중학교 짝사랑을 길에서 마주친 듯 나도 몰래 꺅! 소리가 뛰쳐나왔다.
그 이후 주중에 남편 오피스 근처에 볼일이 있는 날은 여기서 만나 점심 데이트를 즐기곤 한다.
주말에는 문을 닫기 때문에 주중에만 갈 수 있다. 메뉴는 많지 않다.
주로 돈까쓰를 주문하지만 생선구이를 좋아하는 남편은 연어구이 정식을 시키기도 한다.
이 집 돈까쓰는 정말 맛있다.
'이랏샤이마세' 라고 외치기만 할뿐 실은 중국인이나 한국사람들이 운영하고 있는 대부분의 동네 일식집들의 얇고 뻑뻑한 종이튀김 비쥬얼의 돈까쓰와는 차원이 다르다.
기름이 적당히 끼어있는 고기 부위를 사용해서 부드럽다.
두툼한 돈까쓰 한쪽을 들어 베어물면 부드러운 식빵을 깨물듯 부드러운 고기와 바삭한 튀김옷이 혀위로 떨어진다. 함께 나오는 밥도 푸드코트답지 않게 고슬고슬하니 맛있고 된장국이나 함께 나오는 절임도 다 꽤 괜찮은 수준이다.
장소도 마음에 든다. 나는 원래 마켓 플레이스를 좋아한다. 한국의 재래시장에 가면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전이나 멸치국수같은걸 먹고 오는 재미에 길들여져서 그런지 늘 시장을 선호한다. 대형마트에서 없는게 없다고 하지만 각 코너마다 주인이 따로 있는 재래식 시장에 있는데 마트에는 없는것이 하나 있다. 바로 식료품 구입에 따라오는 낭만이다. 똑같이 고기 야채 과일따위를 팔기는 마찬가지인데 여기서 쇼핑을 하면 그저 내일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연료를 구입한다는 기계적인 기분이 들지 않는다. 이 마켓 플레이스의 이름은 Swans Marketplace 인데 규모는 매우 작다. 특이하게 소세지 전문점이 있는데 아쉽게도 나는 소시지에는 큰 취미없어서 따로 사 본적은 없었다.
사람들은 Swans Marketplace 에서 나처럼 As B-Dama 의 돈까쓰나 가정식 셋트를 먹기도 하고 옆 가게의 굴과 조개스프를 먹기도 한다.
바깥자리가 몇개 있긴 하지만 점심시간에는 통 유리를 척척척 병풍처럼 접어서 옆으로 밀어놓아 하나의 바람이 통한다. 이 접은 유리문덕에 세련된 레스토랑같은 느낌을 준다. 시야도 시원하고 시장의 활기참은 간직하면서도 사람이 많아도 답답치않아 좋다.
Old Oakland 라고 불리우는 이 거리에는 As B-Dama 가 있는 Swans Marketplace 말고도 맥주 브루어리로 유명한 Trappist도 이웃에 있고 카페나 오래된 서점, 청바지를 판매하는 이발소라든가 칵테일 도구 전문점등 재미있는 가게가 많아서 점심 먹고 짧게 둘러보러 들러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