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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홍 Jul 01. 2021

윤동주의 「새로운 길」

우리 문학 이렇게 읽기(1)


"사람의 마을로..."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윤동주(1917-1945), 「새로운 길」 전문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부암동), 북악산과 인왕산을 잇는 얕은 언덕 양지에 윤동주문학관이 있다. 일제(日帝)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젊고 찬란한 미래를 잔인하게 도륙당한 시인 윤동주는 이제 다시 살아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임을 외치며 당당하게 서 있다.     


  그 맞은편에는 지난 1968년 1월 기습 침투한 무장공비와의 총격 끝에 사망한 삼십 대의 전도양양한 경찰 최규식 경무관과 정종수 경사의 위령비가 있다. 주말만 되면 젊은 연인과 등산객과 관광객들이 무시로 드나드는 그 빗돌 사이로 창의문(彰義門) 초입의 무심한 여유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까 윤동주문학관은 우리 현대사의 축도에 세워졌다. 일제 식민통치의 저주스런 기억은 여전히 우리를 치욕에 몸부림치게 하고 고통에 진저리 치게 한다. 또한 분단은 이산의 슬픔과 갈등과 분노와 위협이 상존하는 우리의 현실적 생존 조건이 되어 있다.     


  그러나 시인은 말한다. 나의 길은 새로운 길, 어제도 갔고 오늘도 가고 내일도 갈 ‘언제나 새로운 길’. 나의 길은 숲길이 아니라, ‘내를 건너서야’ 나오는 숲으로 난 길이다. 나의 길은 마을길이 아니라, ‘고개를 넘어서야’ 맞이하는 마을을 향한 길이다.     


  윤동주 시인의 길은 아름다운 향유의 숲길이 아니며 정다운 인정의 마을길이 아니다. 꿈에서야 그려질 우리의 숲과 마을을 ‘향하는’ 길, 멈춰진 이상향이 아니라 이상을 항해 끊임없이 육박해 ‘나아가는’ 의지의 길이다.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향한 새로운 의지와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새롭게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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