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홍 Mar 20. 2022

정현종의 「저 웃음 소리가」

우리 문학 이렇게 읽기(27)

아침나절 찬 공기 속에

발 걸고 거꾸로 누워 허리운동하는

틀 위에 거꾸로 누워 있는데

샘물 떠가지고 가는 아주머니들이

깜짝이야! 하면서 깔깔깔 지나간다.

저 어투 속에서 우리네 아침은 밝고

저 웃음 소리가 태양들을 하늘에 굴린다

나도 덩달아 까치처럼 껑충거리며

산길을 내려온다

- 정현종, 「저 웃음 소리가」 전문(『한 꽃송이』, 1992)


  이시영 시인의 말처럼 이 작품의 풍경은 “다른 무엇의 배경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살아 싱그러운 입김을 내뿜으며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


  ‘깔깔깔’ 웃음소리로 하여 덩달아 까치처럼 ‘껑충거리는’ 아침 풍경은 단순히 무의미한 대상의 차원을 벗어나 의미 생성의 주체가 되는 도약의 순간을 보여준다.


  모든 좋은 시에는 무의미가 의미로 도약하는 생성 순간이 있다.


작가의 이전글 정지용의 「백록담(白鹿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