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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Mar 25. 2016

팽목항 I

팽목가기전

마음속 깊은 곳을 흔드는 슬픔은 소멸하지도 줄어들지도 시간에 굴복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시간은 그저 슬픔을 받아들이는 예민함을 차츰 사라지게 합니다만 그것이 무디어짐으로 변하지 않도록하고 싶습니다. 망각의 부끄러움을 잊지 않기 위해 그곳으로 가려합니다. 망각은 스스로에게도 커다란 고통이기 때문입니다.

짐짓 슬픔에 겨운듯 팽목항을 찾던 그들도 총선을 앞에두고 그들의 어쩔 수 없는 욕심 때문에 기억해두어야하할 최소한의 슬픔마져 말끔하게 잊어버린듯합니다. 그래서 팽목항의 슬픔은 정치적으로는 잊혀지고 있습니다. 반드시 오래도록 잊지 말아야할 그들의 머리속에서 서서히 망각되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곳의 슬픔들, 노란리본의 영혼들과 애도하는 타일들 그 이전부터 서있었을 등대와 추모하는 가건물들은 슬픔을 잊지 못하게 하기 위한 추모비 같은 것입니다. 김탁환이라는 작가의 산문을 보다가 거기에 쓰인 세월호 관련 글들을 보았습니다. 잊고 있었던 아니 잊고 싶었던 그날의 기억과 대한민국의 서투르고 불법적이고 혼란 스러운 이면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것들은 아마도 내겐 잊고 싶었던 것들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때의 기억을 이끌어내는 글을 읽자 마자 애도와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2년이나 지난 지금에 말입니다. 아마도 내가 많은 변화의 시기를 격고 있나봅니다. 사춘기처럼 전에는 정상적인 것들이 삐딱스럽게 보입니다.

영혼을 믿지 않는 다는 것이 얼마나 야만적인가 하는 것을 생각합니다.  그 영혼을 향한 애도와 함께 느끼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은 위안이 되지 못합니다. 다만 날이 갈수록 더 많이 기억하지 않으면 않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차가운 바다위를 떠도는 그 어린 영혼들에게 주는 위안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사랑은 관계입니다. 맺어져있던 것이 끊어지면 끊어진 자리만 남게됩니다. 팽목항은 끊어진 무수한 사랑의 자리입니다. 오열하는 부모의 모습들에서 내가 거기에 있었다면 매일을 가슴을 찟고 그자리에 서있을 어머니를 상상해봅니다. 한번 다녀 오고 싶었습니다. 잊어버리고 있었던 부끄러움을 용서받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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