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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May 02. 2016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끼 자전적 에세이


4월의 마지막 책으로 무라카미 하루끼의 신작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손에 들었습니다. 쓰는 것에 대한 갈증이 큰 탓이었을 겁니다. 지난 주엔 제임스 미치너의 [작가는 왜 쓰는가]였는데 공교롭게도 글쓰기에 대한 책을 연속해서 들게 된걸 보면 무었이든 읽으면 쓰고 싶은데 쓰는 것이 자유롭지 않았던 탓입니다


두 작가 모두 쓰는 것은 언제라도 술술써지는 것이라고 했는데 나라는 사람은 그렇치 못해서 조바심이 났습니다. 두 대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작가라는 것이 과연 타고나는 것인가하고 한숨이 쉬어지기도 합니다. 대단한 쓰기를 바랐던 것은 아니었지만 늦은 나이에 글쓰기에 도전한다는 것은 그리 만만치가 않아보입니다. 책을 읽지 않았던 것은 당연하고, 취미생활도 몸뚱아리의 즐거움만 찾아 즐기다 보니 감각도 없어졌고, 무었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깊이 있는 생각이 없어졌다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알코올로 찌든 뇌세포가 얼마쯤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내가 작가로서 그 한고리를 이루고 있는 이 연면한 창작의 흐름 속에서 읽기는 쓰기를 낳고, 쓰기는 다시 읽기를 낳는다" 


제임스 A 미치너의 책에 나오는 한 줄입니다. 읽는 동안에는 쓰고 싶은 생각이 올라와 눈앞이 흐려지고 머리속에서는 좋은 문장들이 매트릭스에 나오는 코드처럼 줄줄 흘러내립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읽고 있던 책을 덮기가 쉽지 않습니다. 흥분된 읽기의 순간을 잠시라도 끊는 것이 싫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이 오면 읽은 감흥에 젖어버리게 되고 시간도 훌쩍 자정이 넘어버려 쓰는 것을 미루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은 또 다른 책을 들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막상 쓰려고 마음 먹어도 손가락은 생각과는 별개로 늘 따로 놀게 마련이고, 전날 그처럼 홍수같았던 매트릭스의 코드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모니터 앞에 앉은 나를 곤란하게 합니다.


하루끼는 쓰기로 마음먹은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우선 책을 많이 읽는 것이라고 일설합니다. 읽기가 곧 쓰는 것의 빠뜨릴 수 없는 가장 중요한 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읽는 것이 먼저이고 쓰는 것은 나중에라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우선은 많이 읽는 것을 위하여 쓰는 것은 조금쯤 미뤄놓아도 괜찮을거라고 충고합니다. 


이런 하루끼의 말이 공감이 가는 이유는 쓴다라고 하는 것은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반드시 읽기가 텍스트가 되어야 막상 쓰기 시작할때 무한 상상의 공간이 열려지고 그래서 술술써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루끼는 학창시절은 물론이고 현재까지도 닥치는 데로 읽는다고합니다. 아마도 그 다독이 쌓아놓은 기초체력 때문에 쓰는 것의 호흡이 길어지게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읽는 다는 것은 대단한 자산인 셈입니다. 


저 역시 예전부터 이런 하루끼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어서, 되도록이면 많이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한달 8권에서 10권정도 되는것 같습니다. 때론 연휴라도 있는 달이면 숨차게 읽습니다. 읽는것이 즐겁습니다. 사사끼 아타루 역시 읽으면 자연스럽게 쓰고 싶어진다고 했으니 읽는 것은 쓰기의 자연스런 초기과정인것만은 확실합니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싶은 책입니다. 아마도 이미 잘쓰고 있거나 쓰는 것에 대하여 나름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작가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이런 고초나 즐거움이 있구나 하는 정도일 수 있고, 정말 초보자로서 - 저같은 사람을 말하겠지만 예전부터 소설가라는 직업을 꿈꾸고 살았고, 앞으로 대단한 소설가는 아니라도 책한권은 꼭 써보고 싶다는 분들은 소중한 길안내일 수도 있으니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5월입니다. 2016년 새로운 한해를 시작한다는 느낌이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5월입니다. 

책읽기 좋은 계절이 따로 있겠습니까만 개인적으로 5월은 그늘에서 책읽기 참 좋은 계절인거 같습니다. 

그늘로 달려갑니다. 해먹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어떼요 그냥 벤치만 있어도 술술 읽힐 것같은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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