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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Jan 25. 2022

남해성당 - 피에타 그리고 삼각

성당기행 #6

아침 일찍 남해성당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길을 재촉한다. 기온은 좀 오른듯 했으나 구름이 많아 을씨년 스럽다. 언제쯤이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을지.... 아직 2월 한달은 지냐야 하지만 조급하게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된다. 대구에서 남해성당까지는 속도를 내면 대충 2시간정도 걸리는 거리다. 남해는 몇 번 가보았으나 성당을 보기 위해 여행하기는 처음이다. 주말이 가까우면 어느 성당을 찾아갈지 인터넷을 검색해본다. 이곳 저곳을 기울이다 기하학적 삼각형이 너무나 아름다운 남해성당을 보자마자 이번 주는 여기다 해버렸다.


예전엔 남해대교를 통해 남해로 들어왔는데 이번엔 2012년에 건설된 신노량대교를 통해 들어왔다. 엄청난 높이의 교각 아래로 펼쳐진 아름다운 남해의 바다는 굳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온통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군데 군데 떠있는 섬들의 모습은 단아한 여인의 모습이다. 짧은 해안도로를 통해 남해바다의 아늑하고 멋진 풍경을 지나 금새 남해성당에 도착했다.



입구의 예수성심상삼 뒤로 성당의 삼각머리가 보였다.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면 주차장이 있지만 걸어서 올라가고 싶어 인근 주택가에 차를 세웠다. 언덕위 성당의 모습을 조금씩 음미하면서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하나둘씩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신자들이 속속 성당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성심상에 걸쳐둔 전구와 줄이 마음에 걸린다. 성심상에 저렇게 줄을 메달아 반짝거리게 해야 하는 건지 아쉬운 마음이다.


성심상의 크기가 제법 크다. 예수님의 표정도 근엄하시고 그렇치만 먼 곳에서 온 햇병아리 예비자를 반갑게 맞아 주시는 것같아 경건해진다.



남해성당 전면의 전경이 무척 이채롭다. 정삼각형으로 보이는 지붕, 그 꼭지점에 보일 듯 말듯한 작은 십자가도 이채롭지만 아래쪽 피에타상에 더 눈길이 닿는다. 피에타상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외에도 수많은 피에타상이 있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를 안고 슬퍼하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 고통스럽게 십자가를 감당하고 다 이루었다하신 예수님. 그 시신을 끌어안고 슬퍼하는 성모의 표정이 아들이 감당해낸 대속의 의미를 아는 지 모르는 지 육신의 어미로서 다만 그 아픔을 감당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성당내부로 들어서자 길죽한 삼각형 회중석을 지나 제대 뒷편의 십자고상까지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묘하게 흡수되는 것같은 시각효과가 있다. 제대쪽의 천정에 창을 내어 자연광이 자연스럽게 들어오도록 했다. 내부의 전등도 있지만 은은하게 들어오는 햇살의 느낌이 참 좋았다. 제대 뒷쪽 역시 삼각형이며 붉은 톤의 벽돌위에 흰색으로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그 위에 십자고상이 있다. 그 십자가가 특이하게 회중석의 모든 신자를 한꺼번에 집중하게 하고 있는 듯했다. 삼각형의 신묘한 능력이다.


맨 뒷자리를 안내받고 앉아 미사를 기다렸다. 곧이어 입당송이 시작된다. 성가대가 부르는 아름다운 성가가 뒷쪽 2층성가대에서 삼각형의 천정에 부딪혀 아래로 공명되어 마치 빛줄기처럼 내려오는 듯하다. 미사참석이 몇번되지는 않지만 남해성당 성가대의 성가는 왠지 풍성하고 성당안을 꽉 차게 울려준다. 그 아름다운 성가의 소리에 나도 모르게 뒤쪽을 힐긋 올려다보았다. 성당의 구조도 한몫하겠지만 주일 교중미사를 위해 많이 연습한듯했다.



성당내부엔 많은 조명이 필요없는 듯했다. 가운데 천정을 중심으로 8개의 둥근 조명이 회중석을 밝히는 인공적인 조명의 전부다. 십자가의 길 14처에 있는 조명은 그저 14처의 조각들만 조명할 뿐 성당전체의 조명엔 크게 기여하지 않는 듯하다. 양쪽 삼각형을 따라 기울어진 스테인 글라스 창으로 들어오는 은은한 햇살이 회중석을 부드럽게 비추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성당내부의 흰색 벽면과 어울려 자연스럽게 빛을 만들어가고 있는 듯했다. 그것으로 밝기는 족하다. 그 어느 것하나 눈을 자극하지 않는 자연의 빛이다.



짙은 민트색 지붕에 내부로 향하는 조그마한 창들이 있다. 안쪽 제대쪽으로 비춰주는 창이다. 안에서 보기엔 그리 많지 않은 것같았는데 삼각형 좌우로 10개씩 20개의 창을 햇빛이 뚫고 내리 비추니 그렇듯 내부가 은은하게 밝았던 것이다. 아래쪽 창도 한쪽에 12개 24개의 창이 있다. 밖에서 본 스테인글라스 창도 윗쪽이 삼각형이라성당 전체의 삼각형과 조화롭다.


1989년에 봉헌된 남해성당은 성삼위 일체를 표현한 삼각형의 성당건축물로 일반적인 성당의 모습과는 다른 다소 파격적인 모습이다. 그런 성당의 아름다운 건축미로 인해 남해를 방문하는 적지않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명소가 되는 듯했다. 남해성당을 검색어로 쳐보면 수많은 포스팅들이 이를 증명해준다. 그 포스팅에 글하나를 더 얹는 느낌이라 부끄럽다.


하지만 아름다운 성가의 은혜와 부드럽게 비치는 성령의 세례같은 빛줄기 그리고 영혼을 씻기는 신부님의 강론이 어두운 하늘과 쌀쌀한 겨울 날씨로 인해 가라앉은 마음을 일으켜 세워주는 귀한 하루를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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