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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Nov 07. 2023

순교자의 땅 강경성지성당

성당기행#45

논산시 강경읍 옥녀봉로에 위치한 강경성지성당은 김대건 신부님의 첫 사목활동지로 비록 한 달여밖에 계시지는 않았지만 첫 사제 김대건 신부에 의한 한국천주교회의 첫 사목 지라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익산의 나바위성당과는 불과 4km 남짓한 거리에 있으며 강경성당에서 나바위성당까지 가는 길이 아름답기도 하고 곳곳에 김대건신부님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어서 함께 순례하면 그 역사적 의미를 더 깊게 음미할 수 있는 순례길이기도 합니다.


중국 상해의 김가항성당을 출발한 김대건 신부일행은 제주도 용수리에서 풍랑으로 손상된 라파엘호를 수리하여 최종목적지를 충청도 강경으로 정하고 10여 일 만에 강경의 황산마을 앞에 도착하였습니다. 모든 것이 하느님의 섭리로 밖에 이해될 수 없는 고난의 여정을 겪고 김대건신부의 일행인 페레올주교와 다블뤼신부는 오래전부터 알아온 구순오라는 신자집에 머물면서 감격스러운 첫 성사를 집전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강경은 한국인 신부에 의한 한국천주교회의 첫 사 목지가 됩니다. 박해의 위험을 무릅쓰고 김대건 신부 일행을 품고 보호해 주었던 강경의 신자들, 이후 병인박해 등 여러 박해의 시대를 거치면서 특히 강경지역의 순교자가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의 순교 정신은 강경지역의 신자들에게 정신적인 유산으로 남아 깊은 신심과 모범적인 생활로 지역 사회 안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역사를 간직한 강경성당은 1961년에 건립된 성당으로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한 구조의 아름다운 성당입니다. 도착한 시간이 오전 9시경이었는데 안개가 성당 주변을 감싸는 듯 내려앉아 더욱 아름답고 성스럽게 느껴기도 하였습니다. 성당의 전면엔 1개의 주출입문과 작은 2개의 문이 아치형으로 나있으며 별다른 장식 없는 평면이지만 하얀색 벽면이 세련되고 웅장해 보입니다. 측면은 밝은 색 벽체와 붉은색 지붕이 너무도 조화로워 1961년에 지어진 건축물이지만 현대식 건축물이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군더더기 없는 건축적 디자인입니다. 당시 건축에 조예가 깊은 보드뱅신부의 설계와 감독으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성전내부는 첨두형아치보라는 특이한 공법으로 지어진 성당인데 외부에서 보는 모습과는 달리 내부가 상당히 넓게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아치형의 천장이 높다 보니 내부공간이 실제면적보다 훨씬 더 넓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첨두형 아치보는 배의 구조중 하단부를 형상화했다는 것으로 보아 라파엘호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은 제대뒤쪽에만 있고 측면의 창은 은은한 유리색으로 사각의 목재틀로 창을 내어 장식하였는데 우리나라 고유의 한옥창문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담백한 모양이면서 현대적 세련미가 돋보이기도 합니다.


성당의 앞마당엔 천주당이라는 작은 건물이 있습니다. 이 건물은 상해의 김가항성당을 그대로 재현한 건물로 작은 경당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강경의 역사를 담은 박물관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벽면엔 강경의 종교적인 역사와 지리적 특징 등을 전시해 두었고 유리화는 김대건신부님께서 강경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이 잘 표현되어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당시의 어려웠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도록 합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첫 사목지 강경성지성당을 돌아보면서 하느님께서 주신 사명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는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하느님께서 주신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믿음으로 이겨내었던 김대건 신부님의 발자취는 쉬운 것만 생각하는 안일한 신앙을 돌아보게 합니다.


안개가 걷히지 않은 강경성지성당
수직으로 날아오르는 전투기 같은 모양인데 특이한 모습입니다.
상해의 김가항 성당을 재현한 건축물로 경당으로 쓰이기도 하고 박물관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첨두형 아치보의 성전내부 천장이 높아 실제 면적이 상당히 크게 보이기도 합니다
제대 뒤쪽의 간결한 유리화
측면의 창은 한옥창문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유리색이 불투명하여 더욱 그렇게 보이기도 합니다.
천주당 내부 모습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여정을 묘사한 유리화
라파엘호의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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