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기행 #51
성당은 건축주가 본당 신부님인 경우가 많아서 건축을 추진할 당시의 주임신부님 개인적 성향이 반영되는 것이 일반적인 것같습니다. 물론 설계부터 교구의 재가를 받아야 하겠지만 도시에 성당을 신축할 경우 공간이 한정되거나 경제적 사정도 있고 급한 일정 때문에 자칫 밋밋한 현대식 건물이 되거나 외양만 고딕양식으로 지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는 좀 다르게 전통적인 성당 건축물의 모습에서 벗어나 성서를 해석하고 의미를 담는 성당의 모습은 오래도록 입소문을 타고 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하는 매력적인 건축물이 되기도 합니다.
초당성당은 1997년 춘천교구장이었던 장익신부님의 주도로 설계되었으며 구상초기부터 교구를 대표할 만한 아름다운 성당으로 건축하기 위하여 건축설계, 배치될 조각 등을 미리부터 예술과와 건축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의논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건축당시 대지의 평면이 물고기 모양이라 오병이어의 기적을 모티브로 하기로 결정하였고 현재 전체적인 건물의 배치와 모습이 물고기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본당신자들이 한마음 한뜻 정성을 다하여 노력하여 기공식 이후 5년뒤인 2002년 4월 8일 마침내 헌당식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현재 강릉시 연단길 49에 위치한 초당성당은 주위의 아파트 건물과 학교건물에 둘러싸여 있지만 오히려 더 아름답고 고고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성당앞 주차장에서 바로보이는 초당성당은 순백의 벽면 꼭대기에 피뢰침처럼 서있는 아주 작고 얇은 십자가를 제외하면 마치 미술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 그리고 정면에서 마주보면 성당은 아주 작아 보입니다. 하지만 성당안으로 들어가면 이런 공간들이 어떻게 배치 될 수 있었나 할 정도로 넓고 다양한 시설들이 곳곳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건물의 고저차가 7m나 되니 땅의 고저를 이용해 앞에서 보면 단층처럼 보이나 성전이 입구와는 조금 밑으로 경사지게 설계되어있고 성전의 밑층에는 식당과 회합실 등 부대시설들이 있습니다. 성당을 건축한 설계사는 건축문화의 김영섭시몬입니다. 김영섭 건축가의 작품으로는 안양중앙천주교회와 청양천주교회 등이 있으며 한국적 건축물을 설계하는 분으로 유명합니다. 안양중앙성당은 건축상을 받기도 하였는데 가보지는 못했지만 사진으로 보니 독특한 외관과 예술적인 구조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꼭 한번 방문해야할 성당으로 기록하여 두었습니다.
초당성당의 조각상과 유리화는 대부분 가톨릭 예술가들의 작품들입니다. 제일먼저 순례객을 맞이하는 입구에 서있는 조각상은 주보성인이신 성요셉상입니다. 성물조각가로 유명한 최봉자레지나 수녀님의 작품입니다. 성요셉상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아기예수님을 안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선이 느껴지며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순응한 요셉의 인자한 미소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성물이나 전국의 성당을 순례하면서 만났던 비슷한 조각상들이 최봉자 수녀님의 작품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입구에 서있는 성모자상은 대구 가톨릭대학교 교수님이신 김일영 라우렌시오의 작품입니다. 일반적인 성모자상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성모님이지만 오른 손을 내밀고 기도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 주시려는 모습이 우리가 기도하는 모든 것들을 빠짐없이 전구해주실 것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성전으로 들어가면 백색의 벽면과 천창에서 들어오는 은은한 빛들은 공간을 밝히기 위한 빛이 아니라 그것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처럼 그라데이션을 만들면서 내려옵니다. 특히 제대에 설치된 십자가는 일반적인 고상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상으로 마치 하늘로 들려 올라가는 듯한 극적인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 십자가를 보자마자 평창에서 만났던 부활승천예수님을 떠올렸습니다. 바로 고 장동호 프란치스코 조각가의 작품입니다. 장동호 작가의 예수님은 간결하면서도 다정합니다. 표정을 알 수 없게 조각했지만 승천하는 예수님의 환한 얼굴과 인간의 구원을 위한 간절한 소망도 표정없는 얼굴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초당성당의 유리화는 이채롭게도 단 하나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성당이 유리를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하는 것과는 이례적으로 주차장을 통해들어오는 입구 옆에 십사처의 마지막인 십사처와 가까운 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삼각형 모양의 아름다운 이 유리화는 최영심 빅토리아의 작품입니다. 최영심 작가는 오스트리아에 국적을 둔 분으로 대학에서는 미술을 전공했고 오스트리아로 건너가면서 유리화를 배웠다고 합니다. 남편인 루카스 훔멜부르너 역시 유리화 작가이며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작가라고 합니다. 초당성당의 유리화는 언듯 보기엔 알 수 없는 이미지이지만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색색의 빛들이 오묘하고 따스하며 영혼의 무게가 담겨있는 듯한 빛이었습니다.
초당성당의 14처는 조금 특이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입구의 왼쪽으로 부터 경사진 복도를 따라 1처 부터 한바퀴 돌아 오른쪽으로 나오는 곳까지 한바퀴를 돌면 십사처의 기도가 마무리 됩니다. 십사처는 조각가 임송자 리타의 부조입니다. 섬세한 질감을 살린 회화같은 조각작품으로 유명하신 분이며 가톨릭 미술상과 이중섭 미술상을 받는 등 한국의 미술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신 분이라고 합니다. 마치 한장의 그림같은 십사처의 이야기가 어두운 복도를 따라 펼쳐지면서 예수님의 고난을 자연스럽게 묵상하게 되고 마지막 유리화 앞에서 아름다운 영혼의 빛을 마주하게 되는 부활의 스토리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방문한 시각에 가족으로 보이는 세분이 14처를 기도하면서 돌고 계셨는데 저희도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그곳을 떠나온 다음에 후회가 많이 되었습니다.
초당성당의 겉모습이 미술관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가톨릭미술관이라해도 될만큼 아름다운 외관과 곳곳에 서있는 아름다운 가톨릭 미술품으로 인해 더욱 미술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 독특한 외관과 설계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초당성당은 건축가들의 성지 같은 곳이 되어 신자가 아니어도 방문하는 건축초년생이 많다고 합니다. 성서의 이야기와 의미를 담아 영혼이 살아있고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을 이야기하는 초당성당. 아름다운 성당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건축물이며 인간의 변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성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