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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Sep 25. 2023

부안성당

성당기행 #39

하늘이 완연한 가을 빛으로 높아졌습니다. 가느다란 연기같은 구름들이 군데군데 드리워져 그 파란 빛깔을 더욱 짙게 만듭니다. 제법 쌀쌀한 아침, 대구에서 부안까지 2시간30분의 거리를 교중미사전에 도착하기 위해 부지런한 아침을 챙깁니다. 주섬주섬 필요한 물건을 담아 쉬지않고 가야하는 거리를 나섭니다. 2시간여를 가자 드넓은 김제평야가 하늘과 맞 닿을 듯 시선의 끝에 아득한 지평선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동쪽에선 볼 수 없는 지평선이라 그 너른 벌판과 하늘은 그 것만으로도 천지의 창조주 하느님을 찬미하게 됩니다. 


가을의 초입을 가로질러 부안성당에 도착하였습니다. 성당입구에 들어서자 눈부실만큼 하얀 성당이 보입니다. 세개의 아치형 탑이 한눈에도 아름답게 보입니다. 둥근아치의 첨탑은 처음 보는 것이라 이색적입니다. 고딕양식이라고 하기에도 비잔틴 양식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그런 성당의 모습에 한순간 심취하여 오래도록 올려다 보았습니다. 남미의 어느 곳이라해도 어울릴만큼 독특하고 이국적인 성당입니다. 


교중미사가 10분전이라 서둘러 본당안으로 들어갑니다. 긴 장방형의 회중석은 시골의 성당이지만 꽤나 많은 신자들이 미사참례를 할 수 있을 만큼 넓어 보였습니다. 성당안의 제대와 창들역시 부드럽고 온화한 아치형입니다. 장식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눈썹모양의 아치형이라 그 부드러운 곡선미가 성당에 들어선 모든 신자들을미소띤 얼굴로 만들고 있는 듯합니다.  


곧이어 뒷쪽 성가대의 입당송과 함께 미사가 시작됩니다. 뒤쪽 2층의 성가대에서 들리는 성가소리는 앞쪽으로 퍼지듯 흘러나와 천장과 벽에 부딧히고 공명되어 더욱 아름답게 들립니다. 신자들이 부르는 성가도 왠지 이곳에서 만큼은 활기차게 들렸습니다. 김정훈 스테파노 주임신부님의 강론중에도 신부님의 물음에 일일이 화답하는 신자들의 목소리가 노령의 신자들이지만 씩씩하고 자신감이 가득차 있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공평하게 주시는 하느님의 은혜를 들으며 절로 아멘하는 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부안성당의 공식 설립일은 1926년 5월 29일입니다. 신자수가 늘어나자 새로운 성당의 건축이 시급하던 참에 가톨릭구제위원회의 원조를 받아 건립하였고 1963년 8월27일에 축성식을 하였다고 합니다. 부안성당의 전신은 등룡리에 있는 성당이었지만 외딴 곳이기도 하여 전교활동에 어려움이 많아 지금의 이자리로 옮겨왔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부임하신 신부님 중에 임실성당의 지정환 신부님의 이름을 들을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간척사업을 하는 등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십니다. 이후에도 부안성당은 어려운 이웃들의 자립을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전교와 헌신을 통해 부안에 선한 영향력을 이어오고 있는 성당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인지 지금도 등록 세대수가 709세대 신자가 1,204명이나 되는 등 소읍의 성당이지만 활기가 넘치는 성당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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